대한민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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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정부는 25일, 공무원의 ‘복종의 의무’를 삭제하는 내용을 포함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박용수 인사혁신처 차장은 이날 오전 11시 브리핑을 통해 “개정안은 새 정부 국정과제인 ‘충직ㆍ유능ㆍ청렴에 기반한 활력 있는 공직사회 구현’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복종의 의무’를 삭제하는 대신 ‘상관의 지휘ㆍ감독에 따를 의무’로 변경하고, 상관의 지휘ㆍ감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위법한 지휘ㆍ감독에 대해서는 이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한다.

이에 더해 ‘성실 의무’를 ‘법령 준수 및 성실 의무’로 변경하고,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박용수 차장은 “이번 개정으로 공무원이 법령에 따라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수평적 직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공무원의 육아휴직 대상 자녀의 나이 기준을 상향하고 난임 치료를 위한 휴직 사유를 신설한다. 현재 8세 이하의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육아휴직을 12세 이하의 자녀까지 확대하고, 공무원이 난임 휴직을 신청하면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박용수 차장은 “육아친화적 공직 문화를 조성해 공무원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밖에 이번 개정안은 스토킹ㆍ음란물 유포 비위에 대한 징계 시효를 기존의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등 관련 비위에 대한 처벌을 엄정히 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박용수 차장은 질의응답에서 “위법한 명령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확고한 판례가 있다”면서도 “제도화되지 않으면 공직이 상명하복 문화에 젖어 기존의 관행이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낡은 복종 의무론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어, 부당ㆍ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해서는 거부할 수 있고, 불이익을 방지할 수 있는 내용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깃발
전국공무원노조 깃발

이러한 정부의 입법예고 발표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위원장 이해준)은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공무원노조는 “1949년 국가공무원법 제정 이래 76년간 공무원 노동자들을 옭아매 왔던 ‘복종의 의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면서 “공무원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규정했던 낡은 질서를 타파하고, 위법한 지시에 대한 거부권을 명시한 이번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무엇보다 상관의 지휘ㆍ감독이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에 대한 이행을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이는 단순한 자구 수정을 넘어, 상명하복의 위계질서 대신 합리적인 대화와 법치에 기반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겠다는 제도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공무원노조는 “상급자의 지시가 법령에 위배됨을 알고도 ‘복종의 의무’라는 족쇄 때문에 침묵해야 했고, 그 결과 발생한 모든 책임은 힘없는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전가되곤 했다”면서 “소신 있게 일하는 공무원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오명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는 “우리는 지난 12.3 내란 사태를 통해 맹목적인 복종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뼈저리게 목격했다”면서 “이번 법 개정은 공직사회가 다시는 헌법 유린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게 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공무원노조는 “법 문구의 변화만으로 권위주의적 공직 관행이 즉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법 개정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도록, 위법 지시를 내린 상관에 대한 제재 방안을 구체화하고 실질적인 조직문화 개선에 나서야 한다. 법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위계에 의한 압력이 작동한다면, 이는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무원노조는 “우리는 정권이 아닌 국민의 명령에 따를 것”이라며 “이번 ‘복종의 의무’ 폐지를 계기로 우리 공무원 노동자들은 오직 국민의 편에서 소신 있게 일하는 참된 봉사자로 거듭날 것이다. 나아가 공무원의 온전한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을 쟁취해 공직사회의 완전한 민주화를 이뤄내는 그 날까지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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