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는 현재 판결문 공개 확대를 지연하고 가로막고 있는 폐쇄적 태도를 철회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더욱 넓고 평등하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판결문 공개 정책을 수립하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17일 “사법부는 판결문 공개에 대한 무책임하고 시대착오적인 태도를 철회하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먼저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6월 13일 김정희원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 박지환 변호사, 송민섭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와 함께 “현재 법원의 제한적인 판결문 공개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며 판결문 공개 확대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소원 이유는 현행 ‘판결문 검색ㆍ열람을 위한 특별창구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대법원 내규’ 등이 헌법 21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중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는데 있다.
정보공개센터는 “헌법 109조에 따르면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는 모든 시민들이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사법부의 판결을 확인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확인하거나 비평함으로 사법부를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다는 시민 권리를 헌법 조항으로 명문화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헌법의 취지와 달리 시민의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 시민들이 원하는 판결문을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은 판결문 사본 제공신청을 하거나, 인터넷 열람시스템을 이용하거나 법원도서관 직접 방문해 이용하는 방법으로 크게 세 가지다.
그런데 판결문 사본을 취득하거나 인터넷 열람을 위해서는 사건번호를 알거나 제한된 키워드 검색으로 찾아야 하는 등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면 판결문 접근 자체가 어렵다. 판결문 전체를 검색할 수 있는 법원도서관은 전국에 1곳뿐이다.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법원도서관은 일반 시민들은 이용할 수 없다. 법원도서관은 열람 가능 대상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대상자 1호가 ‘검사, 검찰 공무원, 변호사, 법무사, 대학교수’, 2호가 ‘중앙 및 지방정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 3호는 ‘법원도서관장의 승인을 받은 언론사 소속 기자’ 등이다.
정보공개센터는 “일반 시민들은 사용 신청을 하더라도 불승인 처리가 된다. 이들 허가된 대상자들도 사전 방문예약을 통해 80분 동안만 판결문을 검색할 수 있다. 이들도 판결문을 내려 받거나, 사진으로 찍거나, 인쇄하거나 심지어는 일부분을 직접 손으로 적을 수도 없다. 그저 필기구를 이용해 사건번호를 지정된 종이에 메모하는 것만 허용된다”고 지적했다.
정보공개센터는 “헌법재판소가 판결문 접근권에 대한 헌법소원을 신속히 받아들여 시민들의 알권리를 다시 확인하고, 법원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판결문에 접근할 수 있도록 법원도서관 운영의 폐쇄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보공개센터는 17일 “사법부는 판결문 공개에 대한 무책임하고, 시대착오적 태도를 철회하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정보공개센터는 “판결문 공개 헌법소원은 현행 판결문 열람 제도가 판결문 접근에 신분과 서열을 두고 장애인 접근을 보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알권리를 위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며 “이러한 취지의 헌법소원에 대해 법원도서관과 법원행정처는 지난 9월 각각 54쪽, 33쪽 분량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보공개센터는 “판결문 공개를 주관하는 해당 기관들은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판결문 속에 포함된 민감한 개인정보들의 유출 위험을 강조하며 판결문 열람 및 공개 확대는 불가능하며, 현행 판결문 공개 제도를 통해서도 국민들의 알권리가 충분하게 보장되고 있으므로 이 헌법소원이 기각되어야 한다는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주장을 펼쳤다”고 전했다.
정보공개센터는 “그러나 이러한 법원도서관과 법원행정처의 관점은 판결문 접근의 차별과 국민의 알권리의 침해를 정당화하고 있다”며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공개’에 국민 개별에 대한 차별과 소외가 발생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정보공개센터는 “또한 법원의 태도는 시대착오적이고 게으르다. 개인정보의 유출에 대한 우려를 거의 유일한 핑계로 판결문의 선별적으로 공개, 제한적 공개를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는 현재의 기술력과 판결문 생산 과정의 개선을 통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정보공개센터는 “이러한 가능성들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일부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근거로 국민들에게 ‘알권리’라는 기본권의 침해와 축소를 아무렇지 않게 그저 받아들이라고 주장한다”고 비판햇다.
정보공개센터는 “이에 법원도서관과 법원행정처를 비롯한 사법부 전체에 요구한다. 사법부는 현재 판결문 공개 확대를 지연하고, 가로막고 있는 폐쇄적 태도를 철회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더욱 넓고 평등하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판결문 공개 정책을 수립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보공개센터는 “민감한 개인정보 등의 보호는 판결문의 ‘공개를 축소’하는 방향이 아닌 적절한 기술을 도입해 ‘보호를 현실화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점을 전환하라”며 “그리고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시민들이 요구하게 하지 마라. 자괴감 든다”고 쓴소리를 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