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공무직 근로자의 호봉을 산정할 때 동일 직무의 민간 경력을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시정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은 2017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년 5개월간 A시 산하 용역업체에서 환경미화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퇴사 후 한 달만인 2023년 1월 A시의 환경공무관으로 채용됐다. 환경공무관은 길거리 청소, 쓰레기 수거, 종량제 미이행자 단속, 재활용품ㆍ대형폐기물 수집ㆍ운반ㆍ선별, 매립장 관리 등을 맡는다.

그런데 A시는 진정인 채용 당시 그의 군 경력만을 인정해 2호봉을 책정했다. 진정인은 2024년 6월경 용역업체 근무경력을 반영해 호봉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A시는, A시 공무직 및 기간제 근로자 관리규정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규정 40조에 호봉 산정 시 민간경력을 반영한다는 지침이 없다는 이유였다.

당시 해당 규정은 ▲A시 ▲군 ▲공공기관 ▲공공법인에서 유급 상근 인력으로 근무한 경력을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다른 환경공무관은 타 공공기관 근무 경력이 있는 경우 동일 직무면 100%, 다른 직무면 70%의 환산율을 적용받고 있었다.

A시가 호봉 산정에 민간 경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A시와 B공무원노동조합 산하 A시 지부 간 체결된 단체협약에 따르면 조합원 중 자격증이 필요한 전문직종의 경우 민간 경력 기간에 최대 100% 환산률을 인정받고 있었다.

다만 A시 환경공무관 15명은 전원 비조합원으로 이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 환경공무관들은 C도청 임금협약을 참고해 A시와 매년 노사협의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결정해오고 있었다.

진정인의 인척 C씨는 진정인이 민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호봉을 불리하게 산정받았다며 이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국가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2025년 8월 19일 A시의 차별행위를 인정하는 결정문을 냈다.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제5차 전원위원회에서 진정의 내용이 공권력 행사의 주체로 볼 수 있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또는 구금시설에 의한 평등권 침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의 차별사유 및 영역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면서 지자체 A시를 상대로 한 진정이 인권위 조사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인권위는 “호봉은 근로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로서 근로조건의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용자는 현재 직무와 이전 직무의 동일성 또는 유사성 여부 등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경력 인정 여부에 따른 호봉을 책정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인권위는 “피해자의 과거 경력은 피진정기관의 환경미화업무를 대행하는 용역업체에서 근무한 것으로, 이는 현재 피해자가 피진정기관 소속 환경공무관으로서 수행하는 업무와 동일하거나 최소한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면서 “다른 환경공무관의 경우 이전 근무경력이 공공기관 또는 공공법인인 때에는 직무분야가 동일하면 그 경력을 100% 이내로, 동일하지 않더라도 70% 이내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A시는 피해자의 과거 경력에 대한 실질적인 직무 내용이나 수행 경험을 평가하지 아니하고, 근무지가 동일함에도 단지 이전 근로계약이 민간업체와 이루어졌다는 형식적 이유만으로 해당 경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인권위는 “이 사건 관리규정은 피진정기관의 훈령으로, 법률이나 조례와 달리 국회나 지방의회의 심의ㆍ의결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피진정인이 자체적으로 개정할 수 있는 내부 규정에 불과하다”면서 “더욱이 지방자치단체장인 피진정인은 고용역역에 있어 헌법상 평등권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는 과거 호봉 산정 과정에서의 경력 인정 차별과 관련된 다수의 진정에서, 과거 경력에 대한 실질적 분석 없이 단지 고용형태, 근무형태, 근무지 등 형식적인 요소만을 근거로 경력 인정 여부를 달리하는 행위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해 왔다”면서 “A시가 피해자의 호봉을 산정함에 있어 민간경력을 배제한 행위는 이전 직장의 유형(공공ㆍ민간)을 기준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고용 영역(임금 지급)에서 불리하게 처우한 것으로서,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 3호에 따른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는 해당 결정에 따라 2025년 10월 21일 A시에 시정조치를 권고했다. 권고 내용은 공무직 근로자의 호봉 산정 시 동일 분야의 민간경력이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피해자의 민간경력을 반영해 호봉을 재산정하는 것이다.

[로리더 최서영 기자 cs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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