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주유소에서 심야에 노상방뇨를 말렸다가 주먹으로 두들겨 맞던 중, 고무망치로 상대를 1회 내리친 것은 정당방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사기죄로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징역 6개월을 복역한 후 2023년 12월 출소했다.
그런데 A씨는 2024년 1월 새벽 1시 30분경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 B씨와 시비가 붙었다. 당시 주유소 화장실이 수리 중인 사실을 확인한 A씨는 주유소 벽에 방뇨했다. 이때 B씨가 “노상방뇨를 하지 말라”며 제지했다.
화가 난 A씨는 B씨의 목을 붙잡아 누르고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려 코뼈를 부러뜨리는 상해를 가했다.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B씨도 고무망치(30cm)로 A씨의 머리를 1회 때려 전치 2주에 해당하는 상처가 났다.
A씨와 B씨는 상대방을 상해죄로 고소했다. 특히 A씨는 B씨가 흉기(고무망치)로 자신을 상해했다며, B씨의 특수상해죄를 주장했다. 이 사건은 B씨의 정당방위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7단독 김선범 판사는 지난 10월 29일 A씨의 상해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을, B씨의 특수상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2025고단1523).
김선범 판사는 먼저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서 상당성이 있어야 하며, 상당성 여부는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침해 방법ㆍ완급, 방위행위가 침해하는 법익의 종류ㆍ정도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야 한다”면서 “정당방위에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도 포함한다”며 대법원 판례를 설시했다.
김선범 판사는 또 “과잉방위란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가 있었으나, 그 행위가 지나쳐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라면서 “이에 대해서도 정황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고, 야간 또는 불안 등으로 인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형법 제21조도 설명했다.
김선범 판사는 그러면서 “B씨는 A씨로부터 턱과 목 부위를 계속 눌리는 상태에서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고무망치를 들고 A씨를 1회 가격하고 나서야 상황을 모면했다”면서 “B씨는 A씨의 위법한 폭행 범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무망치로 A씨를 때린 것은 방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선범 판사는 “새벽 1시 30분경 B씨는 혼자 있던 사무실 안에서 일면식도 없는 A씨로부터 공격당했다”면서 “A씨가 갑자기 사무실에 침입해 의자에 앉아있는 B씨의 턱과 목 부위를 강하게 누른 것은 B씨의 신체는 물론 생명에 대해서도 중대한 법익 침해가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범 판사는 “B씨가 방어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중한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B씨가 사무실에서 A씨를 쫓아낸 후 주유기 앞에서 A씨로부터 당한 폭행의 정도에 비춰 봤을 때에도 그러하다”고 봤다.
김선범 판사는 “B씨는 고무망치로 A씨를 1회 가격했을 뿐이고, 1회 가격해 A씨로부터의 공격을 벗어난 이후에는 A씨를 밀치며 사무실에서 나가게 했을 뿐, 고무망치로 다시 공격하지 않았는바, B씨의 고무망치 가격행위는 반격방어의 형태로 방위행위로서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행위에 해당해 형법 제21조 제1항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선범 판사는 이어 “설령 B씨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야간에 A씨의 공격행위로 인헤 공포를 느끼거나 흥분 또는 당황한 상태에서 A씨의 공격행위를 멈추게 하기 위한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에서 ‘정당방위’를 쉽게 인정해 주지 않는데, 신철규 변호사는 사선도 아닌 국선 변호인으로서 B씨를 변호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점도 눈에 띈다.
한편, A씨의 징역 6개월 양형에 대해 김선범 판사는 “피고인(A)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고 말했다.
김선범 판사는 “그러나 피고인은 사기죄로 수회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누범기간 중에 범행을 저질렀다. 남의 가게에서 노상방뇨를 하고, 가게 직원인 피해자의 당연한 요구를 받고도 밤늦은 시간에 사무실에 들어가 오히려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피해자로부터 제지당해 주유기 앞으로 나오자 또 다시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해 상해를 가했다”며 “사건의 책임이 피고인에게 있고,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하며, 코뼈가 골절되고 출혈이 발생하는 등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도 중해 A씨에게 불리한 정상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로리더 최서영 기자 cs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