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건설이 기업집단 지배구조를 2세 회사인 중흥토건 중심으로 개편하는 경영권 승계 계획의 일환으로 내부 일감을 몰아주며, 중흥토건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등 10년간 약 3조 2096억원 규모의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한 사건”
참여연대는 중흥건설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사건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중흥그룹의 총수는 정창선 회장이며 중흥건설 지분 76.74%를 보유하고 있다. 정창선 회장의 장남은 정원주 중흥건설 부회장이며, 대우건설 회장도 맡고 있다. 정원주는 중흥토건 지분 100%, 중흥건설 지분 10.94%, 중흥에스클래스 지분 12.17%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집단 중흥건설의 자산총액은 2024년 말 기준으로 26조 7311억원. 중흥그룹의 소속 회사는 51개(2024년말)인데 2025년 기준으로 중흥토건 시공능력평가 42위(평가액 1조 836억원), 중흥건설 시공능력평가 62위(평가액 5477억원), 대우건설 시공능력평가 3위(평가액 11조 8969억원).
지난 11월 4일 참여연대는 5개 건설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 실태를 종합한 ‘기업 총수일가의 편법적인 금수저 대물림 실태 보고서’ 이슈리포트를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이슈리포트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벌떼입찰 및 일감몰아주기로 제재했거나, 조사 중인 건설회사 사례들 분석한 결과, 일감몰아주기와 불법ㆍ편법적 승계가 제도의 감시망 밖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실제로 사례들을 살펴보니 호반건설, 중흥건설, 대방건설 등 공시대상기업집단뿐 아니라 제일건설, 우미건설 등 공시대상 외 중견기업에서도 동일한 구조로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을 통한 부의 세습,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문제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이슈리포트에 수록된 기업 중 위반기간 전후 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중흥그룹 2세 정원주 부회장이 보유한 중흥토건으로, 9년 간 자산총액이 4조 2228억원 늘어나고, 지주회사 전환으로 경영권 승계를 완성했다”며 “반면 공정위가 중흥그룹에 부과한 과징금은 180억원에 그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6월 기업집단 중흥건설 소속 6개 계열회사들의 사익편취행위 및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80억 2100만원을 부과했다. 중흥건설(90억 4900만원), 중흥토건(35억 5100만원), 중흥에스클래스(5억 900만원), 중봉산업개발(1억 2200만원), 브레인시티프로젝트금융투자(42억 6300만원), 모인파트(1억 7400만원), 송정파크(3억 5300만원).
참여연대는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을 통해 얻은 이익에 비해 과징금 액수가 미비한 것이 확인됐다”며 “이러한 약한 수준의 행정 제재는 재벌 총수 및 지배주주의 경제범죄에 대해 관대한 법적 판결을 내려주는 관행과 더불어 총수로 하여금 ‘과징금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 일감몰아주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 기업집단 형성 및 일감몰아주기 배경
참여연대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중흥그룹의 대표회사인 중흥건설은 1989년 창업주 정창선 회장이 설립했고, 중흥토건은 장남 정원주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서, 위 2개 회사를 주축으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중흥건설 및 중흥토건은 아파트 등 부동산 건설(시공) 및 분양(시행)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로서, ‘중흥S-클래스’ 상표(브랜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중흥그룹의 계열회사들은 마치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되고, 동일인 정창선과 동일인 2세 정원주가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그룹 전반에 관여하고 있으며, 중흥건설의 각 부서에는 소속이 다른 계열회사의 임직원들이 근무하면서 전체 계열회사의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 일감몰아주기의 일환으로서 무상 신용보강 제공행위
참여연대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2012년 증여세법상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제도가 시행되자, 정원주의 증여세 회피를 위해 중흥토건은 시행 자회사로부터 시공을 도급받는 구조로 사업방식을 변경했다.
2015년 4월경 중흥그룹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자, 중흥토건은 내부거래로 인한 리스크 축소를 위해 직접 시행사업을 영위하고자 했다.
그러나 중흥토건 및 그 계열회사의 자체 신용만으로는 사업 시행을 위한 대출 실행이 곤란했던 관계로, 핵심 계열사인 중흥건설의 신용보강이 필수적으로 요구됐다고 한다.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이에 중흥건설은 2015년 7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중흥토건 등 7개 지원객체가 시행하고 중흥토건이 시공하는 12개 주택건설 및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 관련 24건의 PF 또는 유동화 대출에 대해 총 3조 2096억원 규모의 무상 신용보강(연대보증, 자금보충약정 등)을 제공했다.
위 12개 사업은 중흥토건이 단독 시공한 것으로서, 중흥건설은 위 사업들에 대한 시공지분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PFㆍ유동화 대출 전액에 신용보강을 제공하면서 아무런 대가를 수취하지 않았다.
중흥건설이 미수취한 신용보강의 대가는 약 181억원에 달하며, 지원객체는 자신의 신용만으로는 대출을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흥건설의 신용보강을 통해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중흥토건 및 6개 계열회사는 이 사건 사업을 통해 매출 6조 6780억원, 이익 1조 731억원(2023년말 기준)을 수취했고, 중흥토건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14년 82위에서 2024년 16위로 급상승했다.
참여연대는 “중흥토건은 이를 바탕으로 2021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40여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린 집단 내 핵심회사로 단숨에 뛰어올랐고, 2023년 지주회사 전환 등 기업집단 지배구조가 중흥토건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동일인 2세(정원주)로의 경영권 승계가 완성됐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이 사건 지원행위로 인해 중흥토건에 직접적으로 귀속된 이익은 지분가치 상승, 배당금(650억원) 및 급여(51억원) 등의 형태로 최대ㆍ단일주주인 동일인 2세 정원주에게 모두 귀속됐다”고 밝혔다.
◆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중흥토건의 급성장
참여연대에 따르면 중흥토건은 중흥그룹 내 매출 집중의 대상으로서 계열 편입 직후부터 내부 시공 일감을 몰아받으며 빠르게 성장했고, 2017년까지 내부거래의 비중이 90%를 초과했다.
현재는 중흥토건 계열이 기업집단 내 자산의 상당 부분(2024년 기준 86.5%)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중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 수사/재판 경과 및 결과
2025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중흥건설 및 계열사에 과징금 180억원 부과 및 중흥건설 법인을 고발했다. 이에 중흥건설 측이 이의 제기를 했으나, 2025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의 기각했다.
또한 2025년 6월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중흥건설 고발 건을 배당받아 수사를 시작했다. 지난 9월 30일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중흥건설 법인을 기소하며 재판에 넘겼다.
국토교통부도 중흥건설의 ‘벌떼 입찰’ 행위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및 업무방해죄 등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참여연대는 “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당지원으로 얻은 이익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부과하거나, 총수일가를 적극 고발하는 등 행정 제재를 더 강하게 내려야 하고, 제재 취소소송 과정에서 사법부가 단호히 판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이슈리포트를 발표하며 “일감몰아주기 사례들을 종합해 기록하고 제대로 된 처벌까지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한 이 보고서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 부의 대물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