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금속노조 엘지케어솔루션지회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LG하이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보호는 받지 못하는 모순이 있다”면서 “(고객 방문 시) 개물림 사고는 수도 없이 일어나고, 고객 불만에 의한 폭행과 성폭력에 대책 없이 노출돼 있지만, 회사는 고객과 매니저 간에 생긴 개인적 사안이라며 개입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방문점검원에 여성 노동자가 많다는 이유로 ‘싸구려’ 취급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ㆍ김태선ㆍ박홍배ㆍ이용우 국회의원과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 민주노총은 6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근로기준법 적용 특수고용ㆍ플랫폼 노동자 노동현장 실태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LG전자 하이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LG전자 렌탈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방문해 해당 제품의 유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한다.
토론자로 나온 김진희 엘지케어솔루션지회 수석부지회장은 “LG하이케어솔루션 노동자들이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행정소송까지 거치면서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보호는 받지 못하는 모순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아 그나마 교섭을 할 수 있게 된 기쁨도 잠시, 교섭 테이블에서 사측 교섭 위원들에게 수없이 들었던 말은 ‘당신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서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우리의 고용 형태가 특수고용직이지만, 근로자라는 명칭을 못 들을 정도로 일을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면서 “회사는 우리를 ‘개인사업자’라고 하지만, 그런 대우를 해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개인사업자라면 응당 우리를 ‘사장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을 ‘매니저’라고 부르는지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매니저들이 점검하는 품목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정수기, 공기청정기, 스타일러(의류관리기) 등 10~11개였는데, 이제는 세탁기와 에어컨, 광파오븐 등으로 점검 품목이 두 배 이상 늘어 대형 가전으로 확산하고 있다”면서 “만약 (회사 주장처럼) 우리가 사용자라면 점검할 제품을 본인이 선택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회사가 업무 지시와 작업 통제를 모두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지케어솔루션지회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회사는 매니저 1명당 평균 170 계정(점검대상이 되는 가전제품)을 배정하고, 고객마다 방문 3개월 전 선약속을 강제한다”면서 “3개월 후의 매니저 일정도 관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매니저는 고객과 통화를 해 점검 일정을 잡고, 빼곡한 일정 속에 점검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매니저가 스스로 일정을 잡으니 일견 자유로워 보일 수 있지만, 한 달에 170개에서 180개 계정을 완료하려면 자유롭게 시간을 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어떤 고객 집을 오늘 방문할지, 내일 방문할지를 결정할 자유가 있을 뿐이고, 이마저도 고객의 요구가 맞아야만 가능한 일로, 노동 시간과 양을 매니저가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이뿐만 아니라 당일 약속을 취소한 고객으로 인해 생긴 공백에 다른 고객에게 방문해 일할 수 없게 배제하고 있다”면서 “고객 불만이 회사로 들어오면, 소명해야 하고, 성실이행각서를 작성해야 하며, 지켜지지 않을 시 계정수 축소 압박을 하고 때로는 업무 해지도 강요받는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반면, 개인사업자로서 부담해야 할 각종 비용은 그대로 매니저가 부담한다”면서 “매니저들은 개인 차량을 업무용으로 사용하며, 유지비와 유류비, 식대 등 모두 매니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매니저들의 차는 늘 각종 자재와 점검 장비로 가득 차 있어, 한 사람이라도 같이 태울 공간도 없는 사실상 회사 업무용 차가 돼 있다”면서 “그나마 유류비는 단체교섭을 통해 3년을 요구해 월 2만원을 쟁취했지만, 이마저도 회사는 이를 노동자성 때문에 ‘유류지원금’이라는 명칭으로 지급하고 있다. 근로자라서 의무는 아니지만 지원해 준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노동자의 상징이기도 한 4대보험도 반의반만 적용돼,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없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회사와 매니저가 각각 반반씩 부담한다”며 “그만큼 회사는 고용에 대한 부담을 간단히 떨쳐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영업 압박 역시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현장에서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각 사무소 게시판에는 매월 영업 실적 현황이 걸려 있고, 매니저들의 사진 옆으로 영업 목표 댓수, 영업 성공 및 부족 댓수가 기록되고 있다”고 전했다.
엘지케어솔루션지회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영업 성과가 낮으면 계정을 영업 성과가 좋은 매니저에게 주겠다며 압박하기도 한다”며 “이는 공개적인 성과 압박과 통제 수단이며, 사실상 임금 삭감 강제수단이다. 이게 어떻게 개인 사업자인가? 명백한 지휘-감독 관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법원에서도 (엘지케어솔루션 노동자가) 철저히 관리받는 종속된 상태임을 인정받았음에도, 노조법상 노동자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기준이 다른 틈을 타 법망을 피해가며 근로자지위소송이라도 할까 봐 회사는 매니저들의 노동자성을 지우려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며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매니저들은 고객의 폭력에 노출되기도 한다. 집이라는 공간이 폐쇄된 곳이다 보니 언제 어디서 어떻게 폭력이 터질지 모른다”면서 “개물림 사고는 수도 없이 일어나고, 고객 불만에 의한 폭행, 성폭력에 대책 없이 노출돼 있지만, 회사는 고객과 매니저 간에 생긴 개인적 사안이라며 개입하지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놓으면 회사를 비했다.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폭력은 고객에 의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회사(엘지케어솔루션)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이 정한 ‘직장 내 괴롭힘’을 처리한 절차가 온전하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해도 회사는 처리 과정을 노동조합은 물론 당사자에게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도 알기 어렵다”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를 사무소에서 다시 마주쳐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이를 이기지 못해 퇴사를 결정하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근로기준법이 보호하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도 대부분 우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해고 제한, 퇴직금, 휴업수당, 노동시간, 야간ㆍ휴일수당, 연차 등 휴가, 여성보호, 안전보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이 사회가 당연하게 여기는 노동자의 권리가 매니저에게는 하나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의 권리는 그저 불쌍하니까 주는 권리가 아니다. 헌법이 정한 노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그 권리에 대한 책임을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것”이라며 “LG전자는 특수고용이라는 편법고용을 통해 회사가 부담해야 할 모든 책임을 가볍게 넘겨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얼마 전,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에서 ‘아파도 참고 출근한 적이 있는지’를 묻자 답변자 중 9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면서 “노조를 할 수 잇는 노동자가 왜 아플 때는 쉴 권리가 없느냐”고 호소했다.
엘지케어솔루션지회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법의 이중잣대가 우리 삶의 안전망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다. LG는 고객의 삶을 더 편리하고 건강하게 만들겠다고 광고하는데, 그렇다면 그 서비스를 책임지는 우리 삶부터 지켜야 한다. 노조법이 인정하는 노동자를 근로기준법도 인정하도록 현실을 반영한 법을 만들어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정흥준 “LG는 강점이 있는 회사였는데 대단히 안타깝다. 방문점검원에 여성 노동자가 많다는 이유로 ‘싸구려’ 취급하는 것 같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LG가 원래 인화경영이라는 독특한 경영 방식이 있었는데, 최근에 그런 것들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다”면서 “제가 10년 전부터 포스코에게 ‘당신네들 그렇게 경영하다가 큰 코 다친다’고 했는데, 요즘 산업안전 때문에 공격을 많이 당하고 있다. 아마 LG에 조만간 큰 위기를 맞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정흥준 교수는 “LG는 강점이 있는 회사였는데 대단히 안타깝다”면서 “방문점검원에 여성 노동자가 많다는 이유로 ‘싸구려’ 취급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2021년 대법원은 정수기 서비스 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대법원 2021. 8. 12. 선고, 2021다222914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서비스 기사들은 회사가 고객으로부터 서비스 요청을 받아 배정한 업무를 수행하고 그 처리 결과를 회사에 보고하며, 회사가 작성한 매뉴얼을 숙지해 따라야 하고, 각 지사를 통한 업무지시 등을 통해 사실상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법을 지시받아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시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회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서비스 기사들이 개별적으로 책정할 수 없고, (…) 회사가 시행하는 업무평가에 따라 등급이 결정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대법원은 “근무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구속이 엄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서비스 기사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정해진 구역 내에서 고객의 주거지에 방문해 제품의 설치나 점검을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서비스 기사들이 회사의 취업규칙, 복무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정기적으로 사업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며, 회사도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근로소득세를 원청징수하지 않으나, 이는 회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한편, 이날 증언대회에는 이용우ㆍ정혜경 국회의원,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장, 김진희 금속노조 엘지케어솔루션지회 수석부지회장, 김인식 사무금융노조 삼성애니카지부장, 김순옥 서비스연맹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수석부지원장, 이창배 서비스연맹 대리운전노조 위원장, 심의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정책국장, 한선범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정책국장, 손재광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방과후강사분과장, 여민희 서비스연맹 학습지산업노조 사무처장, 오빛나리 작가노조(준) 위원장,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 배인 고용노동부 노무제공자지원과 사무관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