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원이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는데, 체포 이틀 뒤 체포적부심사에서 법원이 이진숙 전 위원장을 석방하자 정치권에서 논란이다. 그렇다면 체포적부심사를 맡았던 판사는 어떤 이유로 풀어준 것일까.

먼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일 자택 인근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공개된 이진숙 전 위원장에 대한 서울남부지방법원의 체포영장을 보면, 혐의는 국가공무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체포영장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체포의 사유 및 체포의 필요가 있으므로 피의자를 체포한다”고 적시했다. 구금 장소는 서울영등포경찰서 유치창.

경찰은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국가공무원법 위반(정치운동의 금지)’ 범죄사실에서 “피의자는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국무위원이라는 정무직 공무원 신분에 있음에도, 유튜브 방송 출연과 페이스북 발언, 과방위 현안 질의에서 특정 정당을 반대할 목적으로 의견을 발표하는 등 정무직 공무원으로서의 직무와 관련해 또는 그 지위를 이용해 정치적 중립을 윕나하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공무원 등의 선거 등 금지)’ 범죄사실에서 지난 3월 25일 이진숙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2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해당 사태의 원인은 오직 야당인 민주당이 국회 몫 3인을 추천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고, 이는 민주당 의원들과 이재명 대표의 직무유기 현행범이 됩니다”라고 적은 것을 지목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페이스북에 편향적인 발언을 게시했다”며 “피의자는 방송통신위원장 정무직 공무원 신분으로 그 직무와 지위를 이용하여 2025년 4월 6일 재ㆍ보궐선거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고 적시했다.

이렇게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정당한 이유없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지난 2일 자택 인근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진숙 전 위원장은 국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일정상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는데도 부당하게 체포됐다고 항변했다. 이에 이진숙 전 위원장이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체포적부심사는 수사기관의 체포가 부당하다고 여겨질 때, 법원에 석방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반면 경찰은 이진숙 전 위원장이 출석 요구에 여섯 차례 응하지 않아 법원이 적법하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지난 4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당직판사인 김동현 부장판사는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받아들이는 인용 결정했다.

이에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0월 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김동현 부장판사가 체포적부심 인용 결정과 관련해 내놓은 입장문을 공개했다.

방송에서 박주민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체포 자체가 굉장히 부당했던 것 아니냐’, 더 나아가 ‘정치적 탄압이다’라고까지도 얘기하고 계신데, 담당했던 판사가 입장을 밝혔다. 이거 반 페이지밖에 안 되니까 많이 읽어보셨으면 좋겠다”며 공개했다.

변호사 출신 박주민 의원은 “경찰이 체포를 그냥 하는 게 아니라, 경찰이 검찰에 체포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1차 판단한 뒤에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또 한 번 고민한다. 그래서 체포영장을 발부해 체포가 됐다. 체포된 뒤에 (경찰) 조사를 받고 나서 체포적부심을 신청했다. 법원이 이 전체 모든 과정을 리뷰했다. 검토 결과 뭐라고 했냐면 ‘체포 자체는 적법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실 페이스북
박주민 의원실 페이스북

이진숙 전 위원장에 대한 김동현 부장판사의 ‘체포적부심 인용 입장문’에 따르면 “먼저 피의사실의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상당하기는 하나, 수사의 필요성이 전면 부정된다고까지 보기는 어려움”이라고 밝혔다.

김동현 부장판사는 “다음으로 피의사실 중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에 대한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있어, 수사기관으로서는 피의자를 신속히 소환 조사할 필요가 있음은 일응 인정할 수 있고,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김동현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이 피의자가 재직 중이던 기관으로 유선 및 팩스 전송으로 여러 차례 출석요구 사실을 알렸던 점에 비춰 피의자가 수사기관이 출석요구 사실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단기 공소시효로 인한 사안의 시급성에 비춰 피의자로서도 자신의 출석 가능한 일정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최대한 신속히 출석요구에 응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피의자의 회신 노력이 부족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사전에 스스로 약속한 마지막 출석 예정일자에 결국 불출석하게 된 이유로 들고 있는 국회 (필리버스터) 출석이 과연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남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변호인이 제기하는 일부 의문점에 충분한 경청의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포의 적법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동현 부장판사는 “다만, 헌법상 핵심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이유로 하는 인신구금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 이미 상당한 정도로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고,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없어 추가 조사 필요성도 크지 않다는 점, (구속적부) 심문 과정에서 피의자가 성실한 출석을 약속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향후 체포의 필요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고, 현 단계에서는 체포의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판단함”이라며 인용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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