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에서 2000일 동안 방치되고 있는 장기 미제 사건이 10건을 넘어서고 있다. 장기 미제 상위 10건 모두 국민이 제기한 헌법소원이다.

송석준 국민의힘 국회의원
송석준 국민의힘 국회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송석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헌법재판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746건이었던 헌법재판소 장기미제 사건은 2024년 1401건으로 불어났다. 

그 중 95.1%인 1333건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헌법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권한쟁의심판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면 제기할 수 있는 헌법소원도 담당한다. 

그 중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이 최장기 미제 사건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오래된 장기 미제 사건은 사형제 헌법소원이다. 이는 6년 6개월 동안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1996년 11월과 2010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이 났던 사안임에도 헌법재판소는 선례 변경의 필요성 등을 내세워 심리를 장기화하고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로 오래된 장기 미제 사건도 접수된 지 2200여일이 경과한 사건이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결정 이행의무(‘연명의료결정법’ 제19조)에 대해 위헌 확인 건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지연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과 고통은 환자와 의료인들의 몫이 되고 있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이외에도 업역 다툼 관련 결정도 늦어지고 있다.

2019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이 군 인력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한 것을 두고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단체행동권이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헌법소원도 2100일 넘게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약 5년 동안 당사자들의 참고자료와 의견서만 받고 있다.

변호사의 변리사회 강제가입 의무(‘변리사법’ 제11조)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변호사와 변리사 간 업역 분쟁도 이미 2008년 7월과 2017년 12월 합헌 결정이 났지만, 선례 변경 필요성 등을 이유로 2020년 1월 이후 2088일째 미결 상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연말까지 당사자들의 의견서와 갈등 관계에 놓인 변호사회와 변리사회의 사실조회만 반복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판단도 늦어지고 있다. 1999년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과 관계자들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데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2020년 3월 헌법소원도 2000일 넘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패스트트랙 관련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다. 송석준 국회의원은 “법원의 재판을 이유로 헌법재판을 정지하는 규정은 탄핵심판에만 있고 헌법소원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거북이 심사는 헌법소원 사건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전체 사건 처리기간은 205.1일이나 늘었는데, 위헌법률심판 사건 처리기간은 무려 379.4일이나 늘었고, 탄핵심판도 169일 늘었다. 

유일하게 권한쟁의심판의 처리기간만 2015년 1301.5일에서 2024년 595일로 줄었다. 하지만 권한쟁의심판 접수는 지난 10년간 한 해 평균 14.4건에 불과해 처리기간 1년 6개월도 신속 처리라 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석준 의원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해 세워진 헌법재판소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처리기간 단축을 위한 인적ㆍ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로리더 최서영 기자 cs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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