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명예교수는 21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민 신뢰를 잃었다”며 “사법부 정상화의 출발은 그의 사퇴 외에는 길이 없다”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조희대의 대법원장의 처신: 평가와 책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그동안 역대 대법원장과 법조인의 행적을 연구해 온 학자의 시각에서 볼 때, 조희대 대법원장의 최근 행보는 납득 불가능”이라며 8가지로 분석 진단했다.

한인섭 명예교수는 첫째 “12.3 내란계엄 사태 당시 대법원은 즉각 회의를 열었지만 아무런 공식적인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고, 헌법수호 의지를 천명한 적이 없다”며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와 헌법을 지켜낸 국회(의원)과 극명히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한인섭 교수는 “계엄이 성공했다면, 재판권과 영장권을 계엄사에 내주고, 법관들은 계엄부역자 역을 했어야 할 처지였는데도, 이때 (조희대) 대법원장은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한인섭 명예교수는 둘째 “법원이 직접 폭도들에게 공격당한 서울서부지법 침탈 사태에 대해서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전에 어떤 예방조치를 생각하지 않았고, 처참한 현장에 방문도 않았고, 대법원장 명의의 강력한 담화문도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1월 18일 구속 심사가 열리는 서울서부지방법원 일대에 몰려들었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새벽에는 일부 지지자들이 법원 청사에 난입해 난동을 부렸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건 나흘이 지난 22일에서야 피해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방문했다.

한인섭 교수는 “다른 어떤 기관의 수장도 그런 식의 수수방관 자세를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만, 그는 판사들과 직원들을 직접 위로, 격려한 적도 없다”며 “그러니 오히려 대법원장은 영장발부에 대해 뭔가 탐탁치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자아냈다”고 적었다.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셋째 “3월 7일 지귀연 재판부의 구속취소 결정과 초유의 시ㆍ분 계산법으로 윤석열이 석방되었을 때, 대법원장은 아무런 언급도 조치도 않았다”며 “개별 재판의 독립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대법원장으로서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다양한 방도가 있었겠습니다만, 그는 그저 수수방관했다”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한인섭 명예교수는 넷째 “그러나 이재명 항소심 무죄 판결만큼은 달랐다. 대선 한 달 전, 단 이틀 만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을 내리고 일주일 만에 공개방송 낭독까지 강행했다”며 “대선에 직접, 최대치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했다”고 말했다.

한인섭 교수는 “이로써 선거에 직접 개입한 정치적 행위로, 조희대 대법원장은 ‘정치적 법관’임을 넘어 ‘법관 정치인’이 됐다”며 “종합적으로 보면, 그는 한결같이 친윤/찐윤의 정치법관 행보를 했고, 5월 1일 판결을 통해 법관복 걸친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입장을 완성했다”고 비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는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1일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 항소심 무죄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여섯째 “더욱 문제는 조희대 개인 차원을 넘어 대법원 전체를 정치판에 끌어들였다는 점”이라며 “그는 대법원을 정치적으로 오염시켰고, 사법부 수장으로서 전체 기관을 위험한 정치적 선택에 종속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인섭 교수는 “마치 윤석열이 대통령직과 내각 전체, 군수뇌부 전체를 내란죄의 절벽으로 내몬 것과 마찬가지”라며 “거기다 법원장들까지 끌어들이는 등, 사법부 전체를 자신의 보위를 위해 끌어들이는 악화일로로 밀어 넣고 있다”고 개탄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전국 각급 법원장 42명은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 법원장 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 추진에 대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제도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냈다.

한인섭 명예교수는 일곱째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부를 지켜야 할 때는 침묵했지만, 개입하지 말아야 할 때는 빛의 속도로 반응했다”며 “이러한 ‘선택적 침묵, 선택적 개입’이라는 태도는 앞으로도 조희대로서는 사법권 수호, 사법권 독립을 지켜나갈 수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정치인 조희대는 정치적으로도 심판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여덟째 “결국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민 신뢰를 결정적으로 잃었다”며 “헌정수호 의지도 없었고, 친윤/찐윤의 정치적 이해에 기울어 있음을 보였다. 친윤 보위에는 한결같고, 자신의 입지 보전을 위해서는 대법관, 법원장들까지 끌어들이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한인섭 명예교수는 “특히 5월 1일 (이재명 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전후의 상세한 설명과 입장 표명 없이는 사법 신뢰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그리고 어떤 설명, 해명을 해도 국민의 수긍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섭 명예교수는 “그가 자리 유지하면서 사법개혁에 관여하겠다는 것은, 어떤 진정성도 인정받을 수 없고, 그저 사법부의 현상 유지를 위한 또 다른 책략 아닌가 의심받을 뿐”이라며 “사법부 정상화의 출발은 그의 사퇴 외에는 길이 없다”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9월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9월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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