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기원)는 4일, 정부ㆍ여당이 추진하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에 대해 “수사기관과 검사에게 사실상의 사법권이 있는 이상 ‘수사기관이 사실상의 판사가 되는 문제’와 ‘검사의 권한 남용 가능성 문제’ 모두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검사의 ‘사법권’을 약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청년변호사들이 만든 변호사단체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한법협은 “검찰권 남용을 막기 위해 원칙 그대로 수사ㆍ기소 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형사사법의 적정성과 효율성을 위해 검사에게 일정한 보완수사권 등 제한적 권한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법협은 “한국은 검사가 수사라는 이름의 비공개 재판을 한후, 기소-불기소 라는 이름의 판결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원님판사와 비슷한 사법권을 갖고 있었다”며 “현재 제도와 관행에서는 수사기관과 검사가 유죄를 99% 확신할 때에만 기소, 그렇지 않으면 불기소한다”고 진단했다.
한법협은 “이는 ‘피의자 보호’를 위해서라는 이유이나, 수사를 맡은 수사기관과 검사가 사건의 결론을 정하는 사실상의 사법권을 갖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면서 “수사기관의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이라는 ‘판결’을 최종까지 관철할 가능성은 95% 안팎으로 과도하게 높아, 수사기관과 검사에 ‘전관예우’ 문제도 나타난다”고 비판했다.
한법협은 “수사-기소 분리 개혁은 검사가 독점하던 수사(비공개 재판)-기소(비공개 판결)의 사법권을 수사기관과 검사가 나누어 갖자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도 실질적으로 기소는 수사에 종속된다”고 주장했다.
한법협은 “수사기관은 수사(비공개 재판)해 기소(비공개 판결)에 영향을 주는 사법권을 갖는다”면서 “이 때문에 ‘수사기소 분리가 수사기관을 판사로 만드는 것이 아니냐’거나, ‘검사도 여전히 기소권한을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한법협은 “해외국가처럼 ‘재판의 심판’인 법원에 사법권을 집중시키고, 수사기관과 검사는 사법권이 약한 ‘재판의 선수’로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먼저 한법협은 “기소법정주의를 위해 기소기준을 50% 가량의 유죄 확신시로 낮춰 판사가 기소를 최종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유죄를 확신할 수 없는 회색지대의 사건을 법원의 공개법정으로 넘기도록 함으로서 수사기관과 검사의 사법권을 제약해 공소제기와 공개재판을 원하는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법협은 “공판중심주의를 통해 법정에서 조사와 재판이 이뤄지도록 해 사법권을 법원과 공개법정에 집중시켜야 한다”면서 “만약 기소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시각을 반영해야 한다면, 독일이나 미국 등 국가처럼 사법권을 갖는 법원이 기소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법협에 따르면, 독일과 미국 등에서는 검사나 검찰은 폭 넓게 기소를 신청하고, 법원이나배심이 결정한다. 법원이 기소하는 데다 기소 후 무죄판결의 비율이 높아 수사기관이나 검사가 사법권 또는 사건처리의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
특히 한법협은 “공판중심주의를 위해 법관을 1만명 이상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과 같은) 대륙법계인 독일의 직업법관은 약 2만명”이라고 부연했다.
한법협은 “배심제도확대, 디스커버리 제도(민사소송에서 소송 당사자들이 재판 전, 서로가 가진 증거와 정보를 상호 공개하는 제도. 증거개시제도), 피해자 기소제도 등의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원으로 사법권을 집중시키고 다수의 법관이 공개법정에서 충분히 조사한 후 유무죄를 가리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법협은, 공판중심주의가 실현된다는 전제에 “검찰수사관의 수를 줄이고 직접 수사ㆍ수사 개시를 어렵게 하는 대신, 검사에게 보완수사 등 수사기관과 협력하는 ‘재판의 선수’로서 필요한 권한을 주고, 기관 간의 협력이 원활해지도록 유도해도 무방할 수 있다”면서 “검사가 선수에 그치지 않고 과도한 사법권을 가졌기에 검사의 권한을 제약하려는 시도가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법협은 “변호사 자격자를 충분한 처우로 경찰ㆍ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 등 수사기관에 영입해 수사기관의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한법협은 “수사기관과 검사에게 사실상의 사법권이 있는 이상 ‘수사기관이 사실상의 판사가 되는 문제’와 ‘검사의 권한 남용 가능성 문제’ 모두 해결되지 않는다”며 “수사기관과 검사의 사법권을 해외 수준으로 약화하는 것을 전제로, 법원, 수사기관, 검사가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보완함으로서 형사사법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