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는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ICJ)의 2025년 7월 23일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가의 의무에 관한 권고적 의견’ 발표를 환영한다고 8일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대한변협에 따르면 유엔총회는 2023년 4월 12일 국제사법재판소에 대하여 (1)기후변화의 부정적 효과로부터 환경을 보호할 국가의 법적 의무와 (2)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국가의 다른 국가와 현재ㆍ미래세대의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에 대한 권고적 의견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이번 권고 절차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91개 국가ㆍ국제기구가 서면 의견을 제출했고, 2024년 12월 2주에 걸쳐 진행된 공청 절차에는 96개 국가와 11개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등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여했다.

유엔 헌장에 따라 설립된 국제법 전반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재판소인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은 ‘국제법에 관한 권위 있는 성명’으로서 판결에 준하는 권위를 인정받는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권고적 의견에서 온난화 수준을 1.5도로 제한한다는 목표는 파리협정 당사국총회 결의에 따라 과학적으로 합의된 목표이며, 각국은 이러한 온도 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크고 기후위기 대응 역량이 강한 국가는 전지구적 감축노력에서 더욱 많은 몫을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5위(OECD 기준)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크고, 세계은행 소득수준분류, 유엔개발계획 인간개발지수 등 주요 지표에서 가장 높은 발전 수준에 있는 우리나라는 이번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에 따라 전지구적 기후위기 대응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사법재판소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국가의 의무와 관련해 파리협정에 따라 감축목표를 설정할 의무뿐만 아니라, 국제해양법에 따라 해양환경을 보호할 의무, 국제인권법에 따라 인권을 보호할 의무, 국제관습법에 따라 국경을 넘는 피해를 방지할 의무 등 다양한 국제법상 의무가 적용된다고 보았다.

더해, 온실가스 과다 배출로 인해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국가는 다른 국가에 대하여 중단, 원상회복, 손해배상과 같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며 “국가 사이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이번 권고적 의견은 향후 각국 법원과 국제법 재판소의 기후소송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협상,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중요하게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이번 권고적 의견에 앞서,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는 2024년 5월 21일 국가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해양환경 오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권고적 의견을 발표했다.

미주인권재판소(IACHR)는 2025년 7월 3일 발표한 기후위기와 인권에 관한 권고적 의견에서 기후에 불가역적인 피해를 초래하지 않을 의무는 강행규범(jus cogens)이며 국가는 과학적 사실과 탄소예산(온난화를 일정한 수준으로 제한하기 위한 잔여탄소배출허용총량)에 근거해 온난화를 1.5℃로 제한하는 감축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제사회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기후위기를 초래한 국가의 국제법적 의무와 책임에 관한 논의가 구체화ㆍ본격화되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29일 기후소송 헌법소원 결정(2020헌마389등)에서 국회에 대하여 2026년 2월까지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근거해 전지구적 감축노력에서 우리나라가 기여해야 할 몫에 부합하고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는 2031~2049년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규정할 것을 요청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5년 6월 25일 정부에 대해 ‘파리협정’과 ‘탄소중립기본법’의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IPCC가 제시한 전지구적 감축경로(2019년 수준 대비 2035년까지 60% 감축)에 부합하는 2035 NDC를 설정하고, 탄소예산을 고려해 미래세대가 과중한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초기부터 최대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감축경로를 설정할 것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가가 의욕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하는 것은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헌법상 의무일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와 현재ㆍ미래세대의 인류에 대한 국제법상 의무라는 것이 국제사법재판소의 이번 권고적 의견의 핵심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정부와 국회가 헌법재판소 결정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의 취지를 잇는 이번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과 기후위기 대응 역량에 부합하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와 2031~2049년 감축경로를 설정함으로써 전지구적 감축 노력에 발맞춰 기여하고, 기후위기로부터 국민과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호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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