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오토바이를 타다 교통사고로 다친 사건에서 직업이 ‘학생’에서 ‘헬스트레이너’로 변경된 것을 알리지 않았다는 즉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을 삭감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1년 KB손해보험과 아들(B)을 피보험자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2018년 3월 B씨가 이륜자동차 운전 중 상대 차량과 출동하는 교통사고로 후유장해를 입었다.
이에 B씨가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KB손해보험은 위험변경증가 통지의무(상법 제652조) 및 보험약관 조항의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A씨는 결국 소송대리인으로 이성민 변호사(법무법인 한앤율)를 선임해 KB손해보험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이경민 판사는 2024년 12월 “KB손해보험은 원고(B)에게 보험금 1억 949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경민 판사는 “오토바이 운전이 객관적으로 위험하다는 사실은 일반인도 인식하고 있으나, 그러한 인식을 넘어서 상해보험의 가입 여부나 보험계약 조건을 변경시키는 사유에 해당해 통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거나 이를 게을리한 경우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다는 사정은 보험자 측의 설명 없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이를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경민 판사는 “원고나 A씨가 이 약관조항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 1억 949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KB손해보험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창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재판장 하정훈 부장판사)는 최근 KB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 1억 949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상법 제655조, 제652조에 따르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위험변경증가 통지의무 위반 사실이 있는 경우,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내에 한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위와 같이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륜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발생했고, 그 무렵 피고 회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사실, 피고가 변론종결일 현재까지 원고와의 보험계약을 해지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고, 오히려 원고와 체결된 보험계약을 유지하면서 이를 ‘이륜차부담보가입’으로 계약 내용을 변경한 사실, 위와 같이 변경된 보험계약과 최초 체결된 보험계약의 보험 증권번호가 동일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KB손해보험은 원고와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않았고, 그 동일성을 유지한 채 내용만 일부 변경해 보험계약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인다”며 “이처럼 KB손보가 원고의 위험변경증가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월 내에 원고와의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않은 이상, KB손보는 상법 제655조에 따라 원고에게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KB손해보험은 “보험기간 중 원고(B)의 직업이 학생에서 헬스트레이너로 변경돼 위험등급이 증가했는데, 원고가 이를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보험약관 단서에 따르면 변경된 직업 또는 직무와 관계없이 발생한 보험금 지급 사유에 관하여는 통지의무 위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할 수 없다”며 “원고는 이륜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발생한 사고를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고 있는바, 원고의 직업이 학생에서 헬스트레이너로 변경된 것과 이륜자동차 사고와는 관계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따라서 KB손해보험은 보험약관에 따라 원고의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을 삭감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