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직장동료들과 술을 마시다 남자 동료의 집에 갔다가 그 남자의 전 여자친구와 경찰들이 문을 열라는 바람에 놀라 술에 취해 2층에서 뛰어내리다 큰 부상을 입은 경우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08년 농협생명보험사와 피보험자를 자신으로, 보험수익자를 B씨로 해 재해로 인한 장해 발생, 입원, 수술, 골절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2013년에도 농협생명보험사와 실손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당시 기혼자였던 A씨는 2023년 3월 직장동료들(C씨 등)과 술을 마신 뒤 C씨의 원룸에 갔다가 C씨의 여자친구와 경찰이 문을 열라고 하면서 출입문을 두드리자, 이불을 뒤집어 쓴 채 2층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떨어졌다.
이 사고로 A씨는 요추 골절, 척추손상 등의 상해를 입고 69일간 입원했고,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 하지마비 상태로 전해졌다.
이 보험계약 약관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는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의해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와 B씨가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농협생명보험이 거부하자 보험전문 로펌 한앤율(담당 이성민 변호사)에 사건을 의뢰해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이 사고는 보험약관에서 규정하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 A는 골절과 하지마비와 같은 심각한 상해를 발생할 것을 예견하거나 용인하지 못했다”며 “A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C의 전 여자 친구와 경찰이 소리를 지르며 문을 두드리자 극도로 흥분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으므로, 고의에 의한 사고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농협생명보험은 “A씨 본인에게 장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2층에서 뛰어내린 것이므로, 이 사고는 A씨의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1심인 울산지방법원 심현주 판사는 2024년 11월 “농협생명보험은 A씨와 B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농협생명보험이 항소했으나 패소했다.
항소심인 울산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설정은 부장판사)는 최근 농협생명보험사의 항소를 기각하며,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상해보험계약에 의해 담보되는 보험사고의 요건 중 ‘우연한 사고’라 함은 사고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러한 사고의 우연성에 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당시 원고(A)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추락 직후 택시를 불러 집으로 가 달라고 했으나, 택시기사에 의해 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점, A와 C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고려하더라도, 사고 당시 A가 척추골절과 하지마비에 이르는 중한 결과가 발생할 것까지 예견하거나 이를 용인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A가 사고로 인해 입게 된 상해는 원고 입장에서는 예견하거나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고는 보험계약의 보험사고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므로, 농협생명보험은 원고들에게 보험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