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서울 한복판 을지로 한화빌딩 앞 CCTV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이 97일 만에 땅으로 내려온다.

한화빌딩 철탑에서 고공농성하는 김형수 거통고지회장
한화빌딩 철탑에서 고공농성하는 김형수 거통고지회장 

오는 6월 22일 철탑 농성 100일째를 앞두고, 한화오션 하청 노사가 극적으로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노사 상생의 대승적 차원에서 하청 노동자를 상대로 한 470억 손해배상 소송 취하, 상여금 인상 요구 등을 적극 수용하는 방안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정지웅 변호사와 민변 노동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신하나 변호사는 남은 과제로 노조법 2ㆍ3조 개정에 대한 목소리를 크게 냈다.

한화빌딩 철탑에서 고공농성하는 김형수 거통고지회장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은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 470억 손해배상ㆍ가압류 철회,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 3월 15일 한화오션 빌딩 앞 CCTV 철탑(30미터 높이)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서울 을지로 한화빌딩
서울 을지로 한화빌딩

한화오션 하청 노사가 그동안 교섭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중재에 나서며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지난 6월 9일 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을지로위원회 국회의원 6명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고공농성 및 손배소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어 6월 11일에는 고공농성 중인 장교동 한화본사를 찾아와 노동조합의 의견을 청취하고 한화오션 사측과도 면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하청업체의 요청으로 6월 15일 단체교섭이 재개됐다.

단체교섭에서 하청업체는 그동안 핵심 쟁점이었던 상여금 인상과 관련해 노동조합의 최종안인 50% 인상을 수용했다. 그에 따라 단체교섭은 급물살을 탔고, 6월 15일과 16일 수차례 교섭을 진행하며 미합의 조항을 하나하나 줄여 나갔다.

6월 17일에서야 한화오션 하청 노사는 단체교섭에서 의견접근을 이뤘다. 노사는 상여금 50% 이상, 취업 방해 금지, 산업재해 예방 활동 등에 합의했다.

이에 김형수 지회장이 고공농성을 멈추고 철탑에서 내려오기로 했다. 조선 하청 노동 현실을 바꾸기 위해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 김형수 지회장의 투쟁은 노사 합의로 작은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잠정 합의한에 대해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조인식을 열 예정이며, 조인식이 끝나면 6월 19일 오후 2시 한화오션 앞에서 김형수 지회장의 고공농성 해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 을지로 한화빌딩(한화오션)
서울 을지로 한화빌딩(한화오션)

한편, 한화오션은 이번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18일 기자와의 연락에서 “한화오션 노사가 다 같이 잘 돼야 하는 상생과 협력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대승적으로 470억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나아가 “현행법상 파업에 따른 경영 손실을 그대로 둘 경우 경영진 배임 등 법률적 리스크가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포함해 이사진을 상대로 ‘손배소송 취하 등 노사 화합 조치가 장기적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청지회 상여금에 대해서도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고공농성 중인 김형수 하청지회장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생명 존중의 인도적 차원에서 교섭사와 함께 하청지회의 상여금 인상 요구 등을 적극 수용하는 방안을 찾았다”고 밝혔다.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법률사무소 정 대표변호사)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법률사무소 정 대표변호사)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정지웅 변호사는 “노동자의 생존권과 인간 존엄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 결국 사회적 합의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단순한 노사 문제를 넘어, 하청 구조의 불공정성과 손해배상 남용 등 법제도의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노동자가 철탑에 오르지 않아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 손배가압류가 교섭의 무기가 아니라는 원칙이 현실화되도록, 노조법 2ㆍ3조 개정 등 제도적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하나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가 김형수 거통고지회장의 고공농성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신하나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가 김형수 거통고지회장의 고공농성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또 노조법 2ㆍ3조 개정 운동본부에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신하나 변호사도 노조법 2ㆍ3조 개정 필요성을 짚었다.

신하나 변호사는 “(하청 노사의 잠정합의) 지금 상황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과 대화하기 위해 하청노조원들은 노숙농성 44일, 단식 49일, 파업 217일, 고공농성 95일을 해야만 했다. 노조법 2ㆍ3조 개정을 통해 원청에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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