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유명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에게 “대놓고 사기쳤는데”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모욕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누리꾼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검찰의 처분이 잘못”이라고 판단해 취소했다.
댓글이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8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한혜연, 뒷광고 논란 1년만 유튜브 재개 예고’라는 기사에 “너무 대놓고 사기쳤는데 뭘”이라는 댓글을 게시했다. ‘뒷광고’는 광고인 사실을 알리지 않고 광고 제품을 노출시킨 행위를 말한다.
이에 한혜연씨는 “나를 만만하게 보고,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아 모욕감을 느꼈다”며 A씨 등 비슷한 댓글을 단 사람들에 대해 무더기로 경찰에 고소했다.
모욕죄를 수사한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검사는 2022년 1월 A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범행의 정도가 약한 경우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형법 제311조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피해자는 본인이 유튜브 뒷광고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일반 공중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므로, 이 댓글은 모욕에 해당하지 않고,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A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모욕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함으로써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기소유예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5월 29일 재판관 7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A씨의 헌법소원을 인용해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청구인(A)은 피해자의 간접광고 논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중 피해자의 복귀 발언을 보도한 기사에 대해 사이트 이용자들이 비판적인 내용의 댓글을 게시하는 것을 보고 댓글을 게시했다”며 “당시 게시판 및 전후의 상황, 전체적인 맥락에 비추어보면, ‘사기쳤는데’는 피해자의 과거 간접광고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 또는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당시 피해자의 방송 재개 기사를 본 상당수의 사람들이 청구인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이를 비판하는 댓글을 게시했던 점, 청구인은 이 댓글 외에는 다른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점, 이 댓글의 내용은 피해자의 행위나 태도를 비판하는 청구인의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해 표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표현도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사생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설령 이 댓글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연예인 관련 기사 댓글란에 기재된 댓글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기에서 모욕이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는 언동이라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그럼에도 청구인의 모욕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해당 기사의 내용, 해당 댓글이 기재될 당시 관련 댓글들의 상황, 해당 댓글을 작성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기소유예처분에 중대한 법리오해 내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