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지난 5월 19일, 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업 중 사고를 당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SPC 노사가 29일 열린 국회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선거대책위원회 노동본부(본부장 김주영ㆍ최철호ㆍ김영훈)와 더불어민주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안호영)가 국회의원회관에서 ‘반복되는 SPC 중대재해, 이대로 둘 수 없다 - 대책과 예방, 책임주체 강화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회는 SPC가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면피성 대책만 쏟아내고 있는 것을 질타하며 노사안전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노조 역시 “8개 공장에 대해 작업을 중단하고 노사 공동 안전점검을 실시하자”고 요구했다.
SPC측은 “현장 중심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며 이를 수용했다.
SPC는 KBO빵(크보빵)의 생산 중단을 발표하는 한편, 도세호 대표이사 명의로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도세호 대표이사는 사과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도 반복된 사고로 다시 한 번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한다”면서 “‘안전경영위원회’를 외부 산업안전 전문가 중심으로 대폭 보강해 실효성과 독립성을 갖춘 조직으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KBO 빵의 생산 중단에는 “선수들의 얼굴을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이미지 세탁에 활용한다”면서 KBO 빵 불매운동과 생산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역할을 했다.
29일 긴급 간담회에서 안호영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5년간 SPC에서만 3번의 사망사고와 8번의 산재사고가 발생했다”며 “구조적 문제가 원인으로, 기업의 안전관리 실패와 정부의 미온적 대응, 국회의 책임 등 총체적 시스템 운영의 실패”라고 진단했다.
김주영 환노위 간사는 “SPC는 지난 2022년 SPL 평택공장 사고 이후 안전 최우선을 약속했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노사안전협의체 구성을 통해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직접 안전대책 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박인수 SPC그룹 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의 준수여부를 확인하고, 작업장의 위반사항도 낱낱이 살펴보겠다”며 “책임자 처벌을 반드시 법으로 묻겠다”고 밝혔다.
박인수 의장은 “외부 인사로 구성된 안전경영위원회, 계열사별 운영한 안전 관련 조직과 인원들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현장에서 산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설 안전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박갑용 전국식품산업노련 위원장은 “SPC의 8개 공장, 각 회사별 노사가 함께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작업을 중단하고 공동점검을 실시하자”며 “확실하게 점검하고 개선하지 않으면 재발방지는 될 수 없다”고 질타했다.
SPC측은 국회의 노사안전협의체 구성과 노조 측의 작업중지를 통한 합동 안전점검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도세호 SPC 대표이사는 “안타까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2022년 SPL에서 발생한 사고 이후, 전 계열사가 안전 강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날 SPC측은 ▲사고 설비 관계기관 조사 완료 후 전면 철거 및 폐기 ▲노사합동 안전점검 실시 ▲안전보건 관리 인력 증원 ▲시화공장 생산라인별 설비 점검 및 안전 강화 ▲연속 근무 감축 및 일부 라인에 대한 4조 3교대 시범 운영 도입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은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한, 실질적 예방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영훈 노동본부장은 “SPC의 대책은 결과이지, 원인에 대한 예방책이 아니”라며 “충분히 쉬지 못한 채 새벽 3시경 일하다 사망해야만 한, 그 근무조건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훈 본부장은 “물량 압박은 없었는지, 안전보다 이윤이 우선되었던 문화는 없었는지, 노동자들의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는 있었는지 등 실질적 원인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홍배 국회의원은 “2022년 이후 사고를 예방하기에 충분한 노력을 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수박 겉핥기식 조치만 해왔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회사가 미리 안전설비에 투자했을 때 드는 비용보다 사고 후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더 크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우 국회의원은 “2023년 국회 청문회에서 허영인 회장은 ‘노조와 상의해 좋은 의견이 나오면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비판을 받았다”며 “이후 계속된 사고를 마주하며, 제대로 된 구조적 원인 분석이나 노동안전 관련 예방책을 체계적으로 현장에 안착시키려는 노력이 없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노동본부와 더불어민주당 환노위원들은 “일회성,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구조적 개선”을 강조하며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야간근무 및 교대제, 1인 작업, SPC가 약속했던 안전강화 1천억원 투자 등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노사 양측은 이날 지적된 사항들과 국회의 제안에 대해 검토 후, 계획안을 환노위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날 긴급 간담회에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환노위 위원장과 김주영 간사, 김영훈 중앙선대위 노동본부장, 박홍배 국회의원, 이용우 국회의원이 참석했으며, SPC 도세호 대표이사, 김성민 안전경영본부장, 손영준 전략지원본부장, 이상언 커뮤니케이션본부장, SPC삼립의 황종현 이사회 의장, 김범수 대표이사, 김회성 안전보건경영책임자도 자리에 함께했다.
노조 측에서는 박갑용 전국식품노련 위원장과 박인수 SPC그룹노동조협의회 의장, 김인혁 SPC삼립 노조 위원장이 참석했다.
다만, 이날 참석한 노사 관계자들에 대한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은 긴급 간담회 참관 후 “언론에서 그렇게 인터뷰(하고) 취재하고 싶어 해도 연락이 닿지 않던 박인수 위원장과 김인혁 위원장을 만났다”고 꼬집었다.
임종린 지회장의 비판은 지난 2023년 8월 11일, 제21대 국회 환노위 소속이던 이은주ㆍ강은미ㆍ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을 포함한 9명이 2023년 8월 8일 산업재해로 숨진 50대 노동자가 일하던 성남 샤니 공장에 방문하자 이를 박인수 위원장과 샤니노조 조합원 20여 명이 출입을 전면 금지한 데서 비롯됐다.
임종린 지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긴급 간담회에서) SPC노동조합협의회 입장문을 박인수 위원장이 낭독했는데, 이게 바로 유체이탈 화법인 것이냐”면서 “2023년 샤니에서 벌어진 산재사망은 1년 9개월째 검찰 기소조차 안 되고 있는데 그간 뭐 하셨냐”고 비판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