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금속노조 서울지부는 26일, 원청인 LG전자가 LG전자 자회사들의 교섭에 나서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해 실행되지는 못했지만, 국회를 통과했던 노동조합법 2조 개정안에 따르면, LG전자 자회사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 진짜 사장은 LG전자”라고 지적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소속의 LG전자지회, LG케어솔루션지회, 하이텔레서비스지회, LG하이엠솔루텍지회, LG하이프라자지회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LG트윈타워 앞에서 ‘진짜 사장’ LG전자와 교섭하자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태을 금속노조 서울지부장은 “우리는 LG전자의 옷을 입고 일하는 노동자들 덕에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그 사람, 조주완 사장이든 구광모 회장이든 얼굴 좀 보자”면서 “어쩔 수 없이 끌려 나와서 똥 씹은 표정으로 노조 앞에 서지 말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회사 노동조합, 원청의 소수노조, 자회사의 특수고용 노조를 가리지 않고 LG 옷 입고 노동하는 사람들 앞에 나와서 같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봤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순영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LG케어솔루션 노동자들은 대표적인 특수고용 노동자로 임금 또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시급 6000~8000원 초반대의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다”면서 “LG케어솔루션 조합원들은 각종 복지는 고사하고 업무에 필요한 유류비와 식비 등 당연히 업무에 필요한 금액조차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순영 부위원장은 “그러나 원하청 관계가 명백한데도 원청은 나몰라라하고 빈 껍데기인 자회사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면서 “LG전자는 LG케어솔루션지회 조합원들이 정당하게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위해 권한만 행사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자세로 직접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원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장은 “우리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일하고 있지만, 4대 보험도 퇴직금도, 상여금도 없다”면서 “심지어 우리가 일할 때 개인 차량이 필수인데도 회사는 한 달에 고작 기름값으로 1만 6000원만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원 지회장은 “월 1만 6000원으로 차를 운행하려면 기름 냄새만 맡아야 하는데도 이게 대한민국 대표 대기업인 LG전자의 자회사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LG는 선한 이미지 만들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브랜드이미지는 포장지일 뿐, 그 안의 썩은 노동 현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원 지회장은 “우리는 2022년부터 교섭을 하고 있는데, 교섭 자리에서 자회사는 권한이 없다고, 원청인 LG전자는 자회사의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한다”면서 “도대체 누구와 교섭해야 하는가? LG전자는 하이케어솔루션의 지분 100%를 소유한 실질적 사용자로,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LG전자지회 조합원이기도 한 설정석 금속노조 서울지부 부지부장은 “LG전자는 가슴에 LG마크를 달고 비슷한 일을 하는 우리를 갈라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어 우리 마음속에는 분노가 쌓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정석 부지부장은 “(사측은) 강제 노동을 시키지 말라는 목소리에 중징계를 내렸고, 일하다 다치니까 그제야 안전 장비를 내줬다”면서 “비상식적인 평가 체계로 월급을 주면서 내 옆의 동료보다 더 많이 받아가라며 무한 경쟁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규철 금속노조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LG전자가 전향적으로 결단한다면, 아니 노동자를 존중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갖는다면, 늘 외치는 ‘인화경영’이나 ESG 경영을 조금이라도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제대로 된 민주적 노사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제대로 실권도 없는 자들이 나와서 교섭 대표라고 시간만 끌고 묵언 수행만 하다 가는 교섭으로 LG전자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편, 금속노조 서울지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해 실행되지는 못했지만 국회는 통과했던 노동조합법 제2ㆍ3조 개정안에는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 내용에 따르면 LG전자 자회사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 진짜 사장은 LG전자”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태을 금속노조 서울지부장, 최순영 금속노조 부위원장(전기전자분과장), 김혜정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 김정원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장, 설정석 금속노조 서울지부 부지부장, 김중일 금속노조 LG하이프라자지회장, 김용도 금속노조 LG지회장, 구자균 금속노조 서울지부 부지부장, 김선영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서울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LG전자는 지금 당장 금속노조와 교섭하라!”
“자회사 뒤에 꼭꼭 숨는 LG전자 규탄한다!”
“LG케어솔루션지회 교섭지연 LG전자 규탄한다!”
“진짜사장 LG전자, 자회사 노동자들 책임져라!”
“노동자안전 위협하는 성과평가 중단하라!”
기자회견 후 조합원들은 금속노조 교섭요구 공문을 전달하려 했으나 이에 사측이 응하지 않자 LG트윈타워 정문에 공문을 부착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