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3일 “법원이 자초한 사법개혁의 요구, 사법개혁추진기구 설립을 통한 제대로 된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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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사법센터는 이날 논평을 내고 “최근 발생한 각종 논란으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내란 사건을 담당하는 (지귀연) 재판부가 전례 없는 결정으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무책임하게 석방했다”고 꺼냈다.

또 “대선을 앞둔 시점에 후보자의 자격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동종 유형의 그 어떤 전원합의체 사건들과 비교해 봐도 찾기 어려운 이례적인 빠른 속도로 판결을 선고했다”며 “이러한 비정상적인 과정은 재판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수많은 시민들이 이제 사법개혁을 시대적 필수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은 역설적으로, 사법개혁을 향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지게 된 직접적 계기를 제공한 역사적 대법원장이 됐다”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법원이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명분 아닌 명분을 내세우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오히려 이러한 모습은 진정한 재판의 독립을 실현하기 위한 강도 높은 (사법) 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변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수많은 개혁안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한편으로 최근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법개혁 법안들이 다소 성급하게 발의되고 있지 않은지 우려스럽다”고 짚었다.

민변은 예를 들어 “법관에 대한 ‘법왜곡죄의 신설’은 정치권력과 기소권력에 의해 판결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재판소원의 도입’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에 대해 시민사회 및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충분하고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또 “‘대법관 증원’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나,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강력하게 행사하는 현재의 대법관 임명 방식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과 대표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법관 추천 제도를 개선하고,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대법관 제청권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 개혁이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짚어줬다.

민변은 “사법부는 ‘사법 독립 침해’라는 주장을 앞세우기보다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히 설명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국민들은 사법행정권자가 개별 사건의 재판에 개입한 사법농단 사태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을 음모론자 또는 사법 독립을 침해하는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태도는 대단히 오만하게 보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다만, 이번 사태를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로 풀어가려는 접근 방식은 자칫 법관 개인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거나, 재판의 독립성에 대한 새로운 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그로 인해 사법개혁의 본질이 훼손될 우려 역시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변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부적절한 권한 행사 등에 대해 요청되는 진상조사 및 책임규명 절차는 지금 단계에서는 법관 개인에 집중되는 수사보다 사법권 남용의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고 진정한 재판의 독립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고안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민변은 “법원으로부터 촉발된 사법개혁의 요구에 부응해 국민의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성급한 대응보다는 더욱 근본적이고 실효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변은 “이러한 입장에서 우리 모임은 국회와 차기 정부에 사법권의 독립성과 법관의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한 사법개혁추진기구의 설립을 촉구한다”며 “설립되는 개혁기구는 국민적 요구에 따른 법원개혁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이를 공고히 하는 입법을 통한 제도개혁까지 추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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