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3일 “대법원이 유력한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원심에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것은 대법원의 사법쿠데타”라며 “파기환송에 찬성한 대법관들을 탄핵하고, 대대적인 사법부 개혁을 단행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 전원합의체 /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먼저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는 지난 5월 1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 대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고 선고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원합의체에서 노태악 대법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는 사정을 고려해 사건을 회피해 재판에 관여하지 않았다. 천대엽 대법관도 법원행정처장을 맡아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법정의견은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9명의 대법관 등 10명은 이재명 후보의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이흥구 대법관과 오경미 대법관은 “이재명 발언은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지난 3월 27일 이재명 후보의 항소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 소송기록을 접수한다. 검찰은 4월 10일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접수했다. 이재명 후보도 4월 21일 대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4월 22일 대법원은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관 4명이 심리하는 ‘소부’에 배당했다가, 2시간 뒤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첫 합의기일을 진행했다. 또 이틀 뒤인 4월 2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두 번째 합의기일을 진행했다.

4월 29일에는 이재명 후보 상고심 판결 선고기일을 5월 1일로 지정 발표했다. 1일 대법원은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지 불과 9일 만에 원심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극히 이례적인 초고속 판결이다. 이런 재판 진행은 초유의 사건이다.

서울고등법원은 2일 즉각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사건을 배당했다.

서울고등법원 제7형사부(재판장 이재권 부장판사)는 이날 사건을 배당받고 오는 15일 오후 2시를 공판기일로 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재명 후보 측에 소송기록접수 통지서와 피고인 소환장을 함께 발송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 “대법원 판결은 도저히 납득 불가능한 판결로서 ‘사법쿠데타’”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대법원이 5월 1일 대통령 선거를 불과 30여일 앞둔 시점에서 유력한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한 항소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원심인 서울고법에 환송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말문을 열었다.

법학연구회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절차상으로나 내용상으로 도저히 납득이 불가능한 판결로서 가히 ‘사법쿠데타’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대법원이 의도적으로 정치적 개입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평가했다.

법학연구회는 “절차상으로 볼 때, 그 동안의 관례를 깨고 대법원 내부의 규정을 위반하다시피해 이례적으로 초특급으로 신속하게, 6만 쪽이 넘는 기록을 검토하거나 쟁점별 신중한 토론을 할 시간조차도 제대로 갖지 않은 채,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한 지 9일만에 파기환송을 했다”고 지적했다.

연구회는 또 “내용상으로 볼 때도, 허위공표사실의 인식 여부를 떠나 그러한 사안들이 과연 대선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성급하게 유죄 취지의 판결을 했다”며 “기왕에 30일 뒤면 국민들이 선거에 참여해 후보자에 대해 투표로 결정하게 하면 될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연구회는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사법부가 정치에 적극 개입해 유력 정치인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려고 시도하는 이와 같은 무모한 판결을 내리는 것을 절대다수 국민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학연구회는 “과거 독재 시절 영장 없는 체포와 고문, 폭력이 일상화되고 민주화운동을 폭력적으로 탄압한 국가권력에 대해 판결을 통해 정당화시켜 주었던 법관들의 흑역사가 떠오른다”며 “독재 치하에서 판사들은 국가권력기관에 의한 인권탄압과 간첩 조작 사건을 눈감아주고 권력자가 원하는 대로 판결문에 날인하는 일을 서슴없이 하지 않았던가. 사법부가 그러한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법개혁에 적극 동참한 적이나 있었던가”라고 따졌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그러면서 대법원을 이렇게 질타했다.

“정작 국민의 인권을 위해 필요한 때에는 침묵하거나 소극적으로 일관하다가 개입을 자제해야 할 사건에서는 급발진해 사법적극주의를 과도하게 실현하는 대법원의 행태는 주객전도의 극치라 할 만하다”

법학연구회는 “평상시에는 형식적인 법치주의에 병적으로 집착하다가도 어떤 때는 느닷없이 법치를 땅에 내던지시피 무시하거나 법 위에 군림하는 행태와 병증을 보이는 사법부를 국민들이 어떻게 믿고 재판을 맡길 수 있겠는가”고 면박을 줬다.

대법원
대법원

◆ “대법원, 이재명 판결은 국민들이 피와 땀으로 이루어놓은 민주주의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짓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돌이켜보면, 어떻게 이루어놓은 민주주의이고 사법권의 독립인가. 법관들이 국가권력기관 등의 외부 간섭없이 자유롭게 재판할 수 있게 된 것은 민주화 이후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국민들이 피와 땀으로 이루어놓은 민주주의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짓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법학연구회는 “국민의 신뢰를 헌신짝처럼 내버린 사법부가 이러고도 향후 국민 신뢰를 운운할 수 있을 것인가. 대법원이 이런 식의 무리한 재판을 하여 과도하게 정치에 개입한 것에 대해 국민들은 가만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번 판결은 대법원을 포함한 대대적인 사법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법학연구회는 “민주공화국에서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 판사들에게 권력을 맡긴 이유는 무엇인가. 법관은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신중하고도 성실하게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로 사법부에 판결의 권한을 맡겨둔 것이라는 점을 법관들은 알아야 한다”며 “위의 조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국민은 사법부에 부여한 권력을 회수할 수밖에 없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해 볼 때, 권력자를 위해 부역하는 사법부가 아니라 국민의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법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본다”며 대표적인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대법원의 구성에서 출신별 대법관 수를 엄격히 제한하여 사법카르텔을 없앨 수 있는 방안을 법원조직법의 전면 개정을 통해 마련하여야 한다.

- 향후 개헌 과정에서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추천권을 삭제하는 등 대법원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인사특권을 폐지하여야 한다.

-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으로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 차제에 굳이 대법원을 서울에 둘 필요 없이 민사, 형사 등의 여러 부를 지역별로 분산하는 등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 기타 사법부가 국민의 사법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만한 사법개혁을 전면 실시하여야 한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따지고 보면 대법원의 위와 같은 행태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며 “대법원이 기득권의 최후 보루로서 저항하고 있음은 그들이 기득권과 일체화된 기득권의 본체가 돼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법학연구회는 “이번 계엄과 내란사태에서 법원은 내란세력에 동조해 내란수괴의 구속을 취소하고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며 “대법원은 이미 기득권세력으로서 내란세력과 동거하는 기득권의 저항이라는 점에서 일관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학연구회는 “사법부 개혁이 시급한 것은 유력한 특정 후보의 피선거권 박탈의 문제만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사법부에 종속되고 실종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국민주권의 원리 하에 사법부를 국민의 법원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것으로서, 그 자체가 곧 민주주의의 위기 극복이자 민주주의 발전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그러면서 “파기환송에 찬성한 대법관들을 탄핵하고, 대대적인 사법부 개혁을 단행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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