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타인의 미술작품을 모방한 벽화를 제작한 화가와 그의 모방 벽화를 음식점에 전시한 업주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벽화 제작을 하는 화가 A씨는 2022년 9월 음식점주 B씨로부터 “음식점에 사용할 호랑이와 까치가 그려져 있는 벽화를 제작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벽화를 그려 줬다. B업주는 2023년 10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자신의 음식점에 A씨가 준 벽화를 설치했다.
그런데 A씨의 벽화는 C씨(유명 미술인)에게 저작권이 있는 미술저작물 작품을 토대로 약간의 배경화면 등만 변형한 벽화를 그린 것이었다. C씨의 저작물은 저작권협회에 저작권 등록이 돼 있었다.
특히 C씨의 저작물은 2022년 문재인 대통령 당시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서의 배경으로 사용되었고, 언론보도를 통해 피해자(C)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보도되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벽화가 전시된 후 음식점을 이용한 사람들이 피해자(C)에게 이 사건 저작물과 유사한 벽화가 전시돼 있다는 취지의 제보를 했고, 결국 화가 A씨와 B씨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피해자 작품을 모방해 벽화를 제작하지 않았으므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고의성이 없었고, 벽화와 저작물 사이에 유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음식점 업주 B씨는 피해자의 대리인을 통한 저작재산권 침해 주장 취지의 내용증명을 수령하고도 설치된 피해자의 저작권이 있는 벽화를 계속 전시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제1형사단독 손영언 부장판사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화가 A씨와 벽화를 걸어둔 음식점업주 B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손영언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약간 변형한 벽화를 그려 음식점 내부 벽면에 설치함으로써 피해자의 저작재산권을 복제하는 방법으로 이를 침해했다고 넉넉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C씨의 저작물은 디지털 펜을 사용해 제작한 디지털 회화로서, 정면을 응시하는 호랑이의 얼굴을 주된 대상으로 줄무늬는 검은색으로, 콧수염은 흰색으로 하여 전체적인 형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되, 파란색, 분홍색, 노란색, 보라색, 초록색 등을 교대로 사용함으로써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호랑의 모습을 표현함과 아울러, 그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분홍색, 푸른색, 노란색 등으로 표현된 나비 4마리를 호랑이 얼굴 위에 배치하고 있다.
손영언 부장판사는 “이 사건 저작물은 피해자가 다른 미술작품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색상 및 배치 등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창작적 개성을 반영해 호랑이 얼굴 등을 표현한 것으로서, 다른 저작자의 기존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특성이 부여돼 있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벽화의 주된 부분 및 표현 방식과 특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벽화와 C씨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손영언 부장판사는 “피고인 A는 이 사건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해 벽화를 제작했고, 피고인 B는 피해자 측으로부터 저작권 침해 관련 내용증명을 받고도 벽화를 장기간 전시함으로써, 피해자의 저작권을 각각 침해했다”며 “이러한 범행은 저작권자의 창작 의욕을 저하시키고, 수익 창출 기회를 침해해 궁극적으로 문화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죄책이 중하다”고 판단했다.
손영언 부장판사는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잘못을 부인하고 있는데다가, 현재까지 피해회복을 위한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불면증을 겪는 등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거듭 원하고 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