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는 10일 대통령 내란죄에 가담하고,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한 행위 등을 이유로 탄핵소추된 박성재 법무부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박성재)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가담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장OO 서울구치소 출정기록 자료 제출 거부 부분은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이라고 판단했으나,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으로 박성재 법무부장관은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먼저 국회의원 170인은 “박성재 법무부장관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다”며 2024년 12월 10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국회는 12월 12일 박성재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195명의 찬성으로 가결하고,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헌재) 심판정
헌법재판소(헌재) 심판정

◆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필요한 법정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행위가 일정한 수준 이상 소명됐으므로, 탄핵소추의 주요 목적은 위와 같은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동종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하고,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탄핵소추 발의 시 사유 등의 조사 여부는 국회의 재량이고, 탄핵소추의 경우에는 본회의에서 질의와 토론 없이 표결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으므로, 국회가 탄핵소추사유에 대한 별도의 조사나 본회의에서의 질의 및 토론 절차를 생략했다고 하여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 행정각부의 장에 대한 탄핵심판의 의의 및 요건

헌법재판소는 “행정각부의 장에 대한 탄핵심판은 행정각부의 장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고유한 법적 책임을 추궁해 파면함으로써 법의 지배 원리를 구현하고 국가권력을 통제하며 침해된 헌법질서를 회복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헌재는 “위와 같은 탄핵심판의 제도적 기능에 비추어보면 행정각부의 장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이 중대해 침해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로 행정각부의 장이 법 위반 행위를 통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행정각부의 장을 파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대통령의 내란죄에 가담한 행위에 대한 판단

▲ 비상계엄 선포 논의 참석 및 결정 관여 부분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취지를 설명하는 자리에 참석했다거나, 비상계엄 선포를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결의를 강화하거나 그 실행을 용이하게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피청구인이 묵시적ㆍ암묵적 동의를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행위를 도왔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 또는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 서울동부구치소 내 구금시설 마련 지시 부분

헌재는 “기록에 의하면 비상계엄 선포 직후 피청구인이 법무부 고위간부들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한 사실, 법무부 교정본부장이 2024년 12월 4일 01:09경부터 10분간 교정시설 기관장들과 영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수용 여력을 확인하라는 발언을 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봤다.

헌재는 “그러나 이러한 점만으로 피청구인이 계엄 선포에 따른 국회의원 등의 구금시설을 마련하도록 지시했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피청구인이 국회의원 등을 불법 구금하기 위해 서울동부구치소 내에 구금시설을 마련하도록 지시함으로써 비상계엄 선포행위의 중요한 실행행위를 분담했음을 인정할 증거 또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 서울 삼청동 소재 대통령 안전 가옥 회동 부분

헌법재판소는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에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회동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피청구인이 내란행위에 따른 법적인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함으로써 내란행위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 부분 소추사유를 인정할 만한 증거 또는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다음날 안전 가옥에서는 박성재 법무부장관, 이상민 행안부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김주현 민정수석이 모였다.

◆ 국회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한 거부 행위에 대한 판단

▲ 장OO 서울구치소 출정기록 자료 제출 거부 부분

헌재는 “피청구인이 국회 법사위로부터 제출을 요구받은 자료들은 자료 제출 요구의 목적과 관련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용자의 출정기록이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에 의하면 자료제출을 요구받은 자는 다른 법률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할 수 없으므로, 사생활의 비밀자유 침해 우려 내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자료 제출 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국회로부터 제출을 요구받은 장OO 서울구치소 출정기록 관련 자료의 제출을 거부한 것은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 국회 본회의 중 퇴장 행위 판단

헌재는 “이 사건 소추사유 중 ‘피청구인이 재의요구 이유를 설명한 뒤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야당 대표를 노려보았다’는 부분은 ‘국회 본회의 중 퇴장한 행위’의 정황에 대한 서술이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헌재는 “당시 회의록에 의하면 재의요구안에 대한 국회의 질의토론이 없었고, 피청구인은 표결이 시작한 뒤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것이므로, 피청구인의 행위가 국회의 질의ㆍ토론권에 관한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무위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법률안의 재의요구 이유를 설명한 후 표결이 마감될 때까지 퇴장해서는 안 된다는 법령상의 근거를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피청구인의 행위가 국가공무원법상 법령준수의무나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박성재 법무부장관 파면할 것인지 여부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은 장OO 서울구치소 출정기록 관련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함으로써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그러나 국회에서 요구한 자료의 범위가 방대해 피청구인으로서는 제출할 자료의 범위를 고민했을 수 있고, 피청구인은 사후적으로나마 서울구치소 현장검증을 통해 일부 자료를 국회의원들에게 열람하게 했다”며 “이러한 사정 등을 종합할 때 피청구인이 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도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법 위반의 정도가 중대해 피청구인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피청구인의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정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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