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DB하이텍 조기석 대표가 2024년 보수로 5억 5100만원을 받았는데, 미등기임원인 김준기 창업회장은 34억 5300만원을 받아 6.27배, 김남호 회장은 24억 6400만원을 받아 4.4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결권 자문사에서 “부적절한 보수지급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조기석 사내이사의 재선임에 반대를 권고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런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DB하이텍이 집중투표제, 분기배당, 주주총회 결의로 주식소각 가능, 주주간담회 정례화 및 소수주주보호 정관 명문화,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임원보수 산정기준 보고 의무화’ 정관 변경 등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먼저 DB하이텍(대표이사 조기석)은 오는 3월 20일 부천시 원미구 쇼클리동 5층 대강당에서 제72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사내이사 조기석 선임안,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배홍기 선임안, 정관 일부 변경(이사 수 조정) 등 안건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DB하이텍 이사회는 조기석 사내이사 후보 추천에 대해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이끌어오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 속에서 탁월한 리더십과 경영 능력을 발휘해 왔다”며 후보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해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후보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전방 산업 수요 부진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특화 반도체(Foundry) 부문의 경쟁력을 제고하며 동종사 대비 영업이익률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했다”며 “또한, BCD 기술 격차를 확대하고, 자동차용 전력반도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차세대 전력반도체(GaN, SiC)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14일 ‘DB하이텍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를 내고, 사내이사 조기선 재선임안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연구소는 “DB하이텍은 지배주주 일가 임원에게 과도한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며 “2024년에 대표이사 1인과 사내이사 2인에게 지급된 보수는 총 12억 2600만원인데, 미등기임원인 김준기 창업회장은 34억 5300만원, 김남호 회장은 24억 6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의 보수는 조기석 대표이사의 각 6.27배, 4.47배에 달하며, 김남호 회장은 회사 외에 DB Inc.에서도 사내이사로 재직하며 보수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 : DB하이텍
자료 : DB하이텍

연구소는 “또 다른 지배주주 일가 김주원 부회장도 5억 4100만원의 고액보수를 수령해 지배주주 일가 3인(김준기, 김남호, 김주원)의 보수총액은 64억 5800만원으로 사내이사 전체 보수의 5.27배”라고 비교했다.

연구소는 “다른 임원과 비교해 지배주주 일가에게만 과도한 보수를 지급하는 회사의 보수 정책과 의사결정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부적절한 보수지급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DB하이텍은 임원 보수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보수위원회를 두고 있지 않으며, 대표이사가 이러한 보수정책과 집행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따라서, 부적절한 보수지급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우려, 기후 위험 관리 소홀 등을 이유로 조기석 후보의 재선임에 반대를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배홍기 후보 반대 왜?

또한 DB하이텍 이사회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배홍기 후보 추천에 대해 “후보자는 현재 PKF 서현회계법인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공인회계사로서 삼정회계법인 부대표 및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 등의 경력을 보유한 회계 및 감사 분야의 전문가”라며 “그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은 기업의 투명성 제고 및 주주가치 극대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후보자는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비상임 이사, 재단법인 포스코 1% 나눔재단 비상임 감사, 아름다운 재단 비상임 이사 등 다양한 공익 활동에 참여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사의 ESG 경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배홍기 후보는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에서 “회계 및 감사분야 전문성을 활용해 DB하이텍의 투명성 제고 및 주주가치 극대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문적으로 조언, 감독 역할을 수행토록 하겠다”며 “다양한 공익활동을 기반으로 DB하이텍이 ESG 경영 및 사회적 책임에도 역할을 수행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배홍기 후보는 “본인은 사외이사로서 독립적이고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통해 이사회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주주, 고객, 종업원의 이익을 높힐 수 있는데 기여하도록 하겠다”며 “또한 상법 이사의 충실의무, 비밀유지의무에 의거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평가는 달랐다.

연구소는 “배홍기 후보는 현재 서현회계법인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2021년부터 지씨셀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고려대 세종캠퍼스 감사,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비상임이사, 아름다운재단 비상임이사 등으로 재직 중”이라며 “사외이사 후보가 다수의 법인에서 임원을 겸직할 경우 업무 충실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배홍기 후보에 대해 과도한 겸임으로 인한 업무 충실성 우려를 이유로 반대를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 DB하이텍 ‘이사 수’ 상한 제한...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반대 권고

DB하이텍은 이번 주총에서 이수의 수를 조정하는 정관 변경을 시도한다. 현재 정관은 ‘이사는 4인 이상’이라는 정관을 ‘이사는 9인 이하’로 변경하려고 한다. DB하이텍은 “효율적 경영을 도모하기 위한 이사의 수 조정”이라고 공시했다.

현재 DB하이텍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주총에서 이사 상한을 정할 경우 주주제안이 까다로워진다. 기존 이사의 임기만료, 해임 등으로 공석이 생겨야 주주제안으로 이사 선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도 “이사 수 상한을 정할 경우 소액주주가 이사 선임 안건을 주주제안 할 때 정관상 이사회 규모 이내에서만 추천이 가능하며, 만약 현 이사회가 정관상 이사 수 한도를 채웠다면 소액주주의 이사 추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DB하이텍은 2024년에도 이사 수 상한을 8인으로 규정하는 정관 개정안을 상정한 바 있는데, 당시 개정안이 가결될 경우 주주제안으로 선임될 수 있는 이사 후보의 수가 1명으로 감소하게 되었는데, 동 안건은 부결됐다”며 “이사 정원을 축소하는 정관 변경의 경우 소수주주의 이사 추천권을 제한하고 경영권을 과도하게 방어하는 것으로 판단해 반대를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 “집중투표제 도입, 임원보수 산정기준 보고 의무화 등 정관 변경” 찬성 권고

한편, DB하이텍이 주주제안으로 ‘2인 이상의 이사 선임이 있을 경우 상법에 의한 집중투표제는 채택하지 않는다’는 정관을 삭제한다. DB하이텍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통해 소수주주의 권리 보호 및 이사회 감시 기능 강화 도모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DB하이텍은 또한 분기배당, 자기주식 소각, 주주간담회 정례화, 소수주주 보호, 권고적 주주제안을 담은 정관 변경안도 상정한다.

이에 대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소액주주연대는 집중투표제, 분기배당, 주주총회 결의로 주식소각 가능, 주주간담회 정례화 및 소수주주보호 정관 명문화, 권고적 주주제안 등을 도입하는 정관 개정안을 주주제안 안건으로 상정됐다”며 “위 정관 개정안은 모두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주가치에 부합해 찬성을 권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원보수 산정기준 보고 의무화’ 정관 변경에 대해서도 연구소는 “주주에게 고액보수 수령 임원의 업무수행 내역을 보고하는 것이 의무화될 경우 임원보수의 합리성과 투명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므로 찬성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