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악용 사례를 막아야>
계엄령이 독재를 강화하거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사례는 여러 나라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장기집권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은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여 의회를 해산하고 반대파를 탄압하였는데, 이는 그의 장기집권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으며, 계엄령은 1981년까지 지속되었다.
태국에서는 여러 차례 군사쿠데타가 있었으며,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하여 정권을 장악하고 반대세력을 억압한 사례가 많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계엄령이 국가안보와 질서유지를 명분으로 선포되기는 하였으나, 실제로는 독재자의 권력유지와 정치적 반대세력 탄압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또한, 칠레는 1973년 피노체트 장군이 이끄는 군사쿠데타로 아옌데 대통령을 축출한 후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며 철권통치를 유지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은 1981년부터 2011년까지 30여년간 장기집권하면서 계엄령을 유지하며 정치적 반대파를 억압하고 그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데 이용했다.
미얀마(버마)는 1988년 군사쿠데타 이후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하고 반대세력을 강력히 탄압했다. 이후에도 미얀마 군부는 여러 차례 계엄령을 활용하여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
이 사례들 역시 계엄령이 독재정권에 의해 권력강화와 반대파 억압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은 1970년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잡은 후, 여러 해 동안 계엄령을 유지하며 반대세력을 억압했다. 그의 아들 아사드 역시 반대파를 억누르기 위해 강압적 통치를 지속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1979년 대통령이 된 후, 계엄령을 비롯한 강력한 군사조치를 통해 반대세력을 철저히 탄압하며 독재체제를 유지했다.
중국은 1989년 톈안먼 사건 당시 계엄령을 선포하여 민주화를 요구하던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이는 공산당의 권력유지를 위한 강경조치로 비판받았다.
파키스탄은 여러 차례 군사쿠데타가 있었으며, 특히 1977년과 1999년 쿠데타 이후 군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정치적 권력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반대파에 대한 탄압이 이루어졌다. 이들 사례는 계엄령이 권력자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남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선진국에서는 계엄령이 독재를 위해 사용된 사례가 거의 없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계엄령이 선포된 적은 있다. 이러한 경우는 일반적으로 전쟁이나 대규모 사회불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로 사용되었다.
미국은 남북전쟁 동안 링컨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을 넘어서 계엄령을 선포하고, 일부 헌법적 권리를 제한한 사례가 있다. 이는 전시상황에서 연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특정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여 국가안보를 강화하려 했다. 이는 내부의 반란이나 폭동보다는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캐나다는 1970년 ‘옥토버 위기’ 동안 퀘벡주에서 테러활동이 증가하자, 캐나다정부는 전시조치법을 발동하여 계엄령에 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독립운동을 진압하기 위한 조치였고 독재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선진국에서도 극단적 상황에서 계엄령이 선포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일반적으로 독재적 목적이 아닌 국가안보와 질서유지를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요컨대 정치후진국에서는 이와 같은 정권 실세의 계엄령 불법선포를 막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로,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차라리 계엄령제도를 삭제하고 대체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계엄제도를 없애는 대신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대체적 대응체계를 마련하여 계엄 없이도 질서유지와 국가안보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비상사태시 필요한 권한과 절차를 명확히 규정한 법률을 제정하고, 군사개입 없이 민간당국이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찰과 비상대응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비상사태시 인도적 지원과 평화유지 활동을 통해 질서회복을 지원받고, 시민의식교육과 지역사회참여를 통해 비상사태시 사회적 협력을 강화하고 자발적 질서유지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안은 계엄제도의 필요성을 줄이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국가의 안전과 안보를 유지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이라고 하겠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