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렌터카로 음주음전과 과속운전을 하다가 전복되는 사고가 나 차량이 파손됐다. 이에 렌터카 회사는 동승자에게 음주운전을 방조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고 패소 판결했다.
5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2021년 7월 렌터카 회사로부터 차량을 임차한 B씨는 다음날 새벽 최고제한속도 시속 80km 도로에서 시속 186km로 과속주행한 과실로 진행방향 전방에 있던 교통섬 경계석을 들이받고, 그 충격으로 차량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차량이 손괴되고, 동승자들이 다쳤다.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당시 청소년으로 일행들과 식사자리에 있다가 반강제로 B씨가 음주상태에서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해 드라이브를 하게 됐다. A씨는 B씨가 음주상태임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므로 탑승을 거부했으나, 평소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동종 전과가 있는 일행들에게 이끌려 강제로 탑승하게 됐다고 한다.
이에 렌터카 회사는 “A씨는 B씨가 음주상태에서 과속으로 운전하는 것을 방조했으므로, 사고로 발생한 손해 즉 차량 수리비 등 1495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사고 차량의 동승자인 A씨 등 일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1심에서 전부 승소했다. 그러자 렌터카 회사가 항소했고, A씨는 재차 공단의 도움을 받아 항소심 사건을 진행했다.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은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의 범죄실현에 현실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리를 중심으로 관련 수사기록, 형사판결 등을 검토해 이 차량의 운전자인 B씨가 과거 폭행 등의 전과가 있음을 지적해서 심리적, 물리적 강요에 의해 A씨가 원하지 않는 드라이브를 하게 됐다는 사실을 주장했다.
공단은 또한 A씨가 반강제로 드라이브에 끌려간 것만으로는 정범의 범죄 실현에 현실적인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없어 방조사실이 부정된다고 항변했다.
항소심인 전주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고연금 부장판사)는 최근 렌터카 회사가 사고 차량 동승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법률구조공단의 항변을 받아들여 “A씨가 차량에 동승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운전자의 음주운전 내지 과속운전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이를 방조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렌터카 회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김용재 공익법무관은 “법원이 단순히 차량에 동승한 자에게는 방조를 근거로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음을 확인한 것이며,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음주 등 교통사고 방조 관련 손해배상 분쟁에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밝혔다.
김용재 공익법무관은 또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몰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에 대한 법률구조의 목적으로 설립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설립 취지와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