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헌법 및 법률상 권한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헌법과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2023년 5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의 자녀가 선거관리위원회 경력경쟁채용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외부전문가 2명이 포함된 특별감사위원회를 구성해 자녀채용특혜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중앙선관위는 2023년 6월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사무총장, 사무차장 등 4명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하고, 부적정하게 업무를 처리한 직원 4명에 대해 징계의결을 요구하며, 가족채용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선관위 자녀채용특혜의혹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감사원은 2023년 6월 감사와 관련해 선관위에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헌법에서 정한 행정기관이 아니어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고, 국가공무원법상 인사감사의 대상도 아니므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은 “감사원법 제24조에 따라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고, 선관위가 자료제출을 요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따르지 않을 경우 감사원법에 따라 엄중하게 대처할 것”임을 알렸다.
2023년 6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자녀채용특혜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고 당면한 총선준비에 매진하기 위해 감사원의 감사를 수용하겠으나, 감사원이 선관위를 직무감찰하는 것은 선거관리위원회를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규정한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감사원 감사는 헌법과 감사원법에 의한 직무감찰 대상이 될 수 없는 독립된 헌법기관인 청구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헌법과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된 선관위의 인사권을 포함한 독립적 업무수행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한편 감사원은 2025년 2월 25일 감사위원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등 인력관리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의 감사 결과를 의결 확정했다.
감사원에게 선관위를 직무감찰 할 권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 직무감찰은 위헌ㆍ위법한 것으로서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2월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의 직무감찰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실시한 선관위 채용 및 인력관리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은 헌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 선관위의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의 지위
헌재는 “우리 헌법이 선거관리사무를 행정부로부터 기능적ㆍ조직적으로 분리해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 부여한 것은, 선거관리기구가 대의민주제에서 요청되는 독립적ㆍ중립적 선거관리라는 헌법적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외부 권력기관, 특히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선거관리사무를 행정부가 아닌 독립된 헌법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헌법적 결단이 헌법체계에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감사원에게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권이 존재하는지 여부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97조는 감사원에게 국가를 대상으로 한 회계검사권과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 직무감찰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설령 선거관리가 성격상 행정작용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를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설치함으로써 선거관리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 선거관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 헌법개정권자의 의사인 점을 고려하면, 헌법상 대통령 소속으로 행정부에 속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선관위는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은 행정부 내부의 통제장치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는바,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는 물론 이들 헌법기관과 마찬가지로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설치된 선거관리위원회도 헌법 제97조가 정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더욱이 대통령은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을 임명하고 있으며, 정당민주주의 하에서 특정 정당의 당원으로서 해당 정당의 정책이나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될 가능성이 있는바, 대통령 소속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도 있다”며 “따라서 헌법 제97조가 정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인 ‘행정기관 및 공무원’에 선관위와 소속 공무원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 이 사건 직무감찰이 선관위의 권한을 침해하는지 여부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감사원)에게 청구인(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권이 부여돼 있지 않은 이상, 이 사건 직무감찰은 헌법 및 법률상 권한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헌법과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받은 청구인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 “선관위의 직무감찰 대상에서의 배제가 부패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돼선 안 돼”
헌재는 “다만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은, 선관위의 직무감찰 대상에서의 배제가 곧바로 부패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며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의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및 수사기관에 의한 외부적 통제까지 배제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한편 헌법이 독립된 헌법기관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자체 감찰기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며 “여러 제도들의 실효성을 담보함으로써 선관위의 자체 감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짚어줬다.
◆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
그동안 감사원의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직무감찰이 헌법 및 감사원법상 허용될 수 있는지에 관해 논란이 있어 왔고, 이를 입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감사원법 개정안도 여러 차례 발의된 바 있다.
헌재는 “이번 결정은 선거관리위원회를 독립적 헌법기관으로 설치한 헌법개정권자의 의사 및 헌법 제97조를 비롯한 헌법의 체계 등을 종합할 때, 우리 헌법의 해석상 감사원이 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독립적인 헌법기관에 대해 직무감찰을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헌재는 “이 결정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독립적 헌법기관에 대한 감사원 직무감찰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우리 헌법의 해석에서 직접 도출되는 내용이므로 입법을 통해 이를 개정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헌재는 “다만 헌법재판소는 선관위의 권한침해를 확인하면서도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대상에서 배제된다는 것이 곧바로 부패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며, 선관위가 자체감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