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보험회사가 내원한 환자들에게 갑상샘 결절을 제거하는 고주파절제술을 시행한 개인병원 의사를 상대로 허위ㆍ과잉진료를 했고, 영리목적으로 유인행위를 해 진료비를 받아 챙겼다며 피보험자들에게 지급한 실손의료비에 대해 의사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심지어 DB보험사는 해당 의사에 대해 보험사기까지 주장했으나,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7일 판결문 등에 따르면 B씨는 서울 강남에서 A의사가 운영하는 의원에서 갑상샘의 종양 내부에 바늘을 삽입한 후 고주파를 발사해 종양을 괴사시키는 방법으로 갑상샘 결절을 제거하는 고주파절제술을 받았다. B씨는 이후 보험에 가입한 DB손해보험사에 특정질병수술비와 질병입원일당 명목으로 실손의료비 보험금을 받았다.
그런데 DB손해보험사는 “A의사가 허위ㆍ과잉 진료를 하고, 그 과정에서 피보험자들의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했으며, 영리 목적으로 환자 유인행위를 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며 “의사의 행위는 보험사를 기망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험사기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DB손해보험은 그러면서 “이로 인해 보험사는 피보험자들(13명)에게 실손의료보험 보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유로 합계 2억 7306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해 손해를 입었으므로, A의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최규연 부장판사)는 2023년 2월 디비(DB)손해보험이 A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은 피고(의사)가 피보험자들에게 허위ㆍ과잉 진료행위를 하거나, 그 과정에서 진료기록부 등을 허위로 작성하고, 영리목적 유인행위 등을 해 진료비를 지급받았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의사는 피보험자들과 진료계약을 체결했을 뿐, 피보험자들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원고에 대해 진료계약에 따른 어떠한 의무를 부담한다거나 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나아가 “의료법 관련 법령에서 의사에게 품위를 심하게 손상하는 행위로서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ㆍ투약ㆍ수술 등 지나친 진료행위를 하거나, 부당하게 많은 진료비를 요구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고,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 기재 등을 하지 않도록 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 등에 유인하는 행위 등을 하지 않도록 한 규정이, 환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원고와 같은 보험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런 사정을 법리에 비춰 보면, 설령 피고(A)가 피보험자들에게 시술을 하고 진료를 받으면서 진료계약이나 관계 법령에 따른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더라도, 그 잘못과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DB손보는 “의사가 증상이 없다고 하는 환자에 대해서도 문진표에 무조건 이상 증상이 있는 것처럼 기재하도록 아내한 후 진료기록부에도 그런 증상이 존재해 시술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하는 등 원고에 대해 기망의 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의사)가 피보험자들이 실제로는 갑상샘 양성 결절이 아니었음에도 시술했다거나, 그들이 호소하는 증상이 갑상샘 결절이 아닌 다른 원인일 수 있다는 점에 관해 정확한 진단과 없이 시술하는 등의 허위ㆍ과잉진료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진료를 피고와 피보험자들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 공모해서 했다는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진료를 받은 피보험자들에 대해 기망행위가 될 여지는 있을지언정, 진료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진료과정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피고에게 직접 보험금을 지급한 것도 아닌 원고의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손해 관련 기망행위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DB손해보험사는 A의사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의 보험사기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원고와 보험계약 관계에 있지 않은 피고가 보험회사인 원고를 기망해 피보험자들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DB손해보험사가 항소했다.
DB손보는 “피보험자들의 주소를 보면 서울, 경기도, 광주광역시, 충남 등 다양한데, 이들이 대학병원도 아닌 피고 의원에 내원했다는 것은 이례적인 점, 또한 실제 피보험자들은 갑상선 결절의 크기가 1.5cm 미만이었고 초음파상 확인되는 결절의 위치나 크기에 비춰 고주파절제술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결국 피고(의사)는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수술을 통한 치료의 필요성이 없는 피보험자들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시술을 하고 입원치료까지 받게 함으로써 원고로부터 실손보험비를 받을 수 있도록 유인 내지 방조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성지용 부장판사)는 2024년 10월 “피보험자들이 원고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음에 따라 원고가 입은 손해에 대해 피고(A)의 어떠한 불법행위가 존재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DB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보험자들의 진료기록을 살펴본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 소속 감정의의 의견 일부만을 들어, 피고가 피보험자들에 대해 행한 시술이 과잉진료였다거나 불필요한 진료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건 피보험자들은 A씨 의원에 내원해 문진표를 작성하면서 자신의 증상에 관해 “피곤함. 목이 자주 붓는다. 목소리 변화. 어지러움증. 가래 및 잔기침. 목이 자주 쉰다. 목 이물감, 숨 쉴 때 답답함. 목 부위 혹이 만져짐. 음식물 삼킬 때 불편감. 발열감. 가슴이 두근거림. 체중감소. 깜짝깜짝 놀람”로 기재돼 있는 증상들 중 다수 항목에 표시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은 진료계약에 따라 최선의 진료를 다할 의무가 있음은 물론, 의료법이 규정하는 것처럼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관련감염을 예방해 의료기술을 발전시키는 등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결절의 크기나 위치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환자인 피보험자들이 호소하는 주관적 증상 또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고주파절제술을 시행했다고 해서, 피고(의사)가 보험사에 대해 불법행위를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피보험자들이 피고 의원에 방문해 시술을 받기로 결정할 때에, 피보험자들이 원고와 사보험(실비보험)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는지 여부를 피고가 사전에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DB손해보험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는 최근 DB손해보험의 상고를 기각하며 보험사에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 “환자에 대한 치료방법의 선택에 있어서 주치의 판단 존중되어야”
A의사의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한앤율(한세영, 조민지 변호사)은 이번 판결에 대해 “환자에 대한 치료방법의 선택에 있어서 주치의의 판단이 존중되어야 하고, 설령 특정한 치료를 선택한 것이 보험사에 일부 부담이 될 수 있다하더라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러한 의사의 판단과 결정이 보험사에 대해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심과 2심(항소심) 재판부도 “진료과정에 참여”라는 부분을 판결문에 적시하며 주치의 판단을 중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