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이던 유상범 국회의원이 ‘김건희 여사 가처분 결정문을 유포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해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사건에서 법원은 유상범 의원에게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2년 1월 윤석열 예비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음파일을 취득해 방송하려고 했다.

이에 김건희 여사가 법원에 MBC를 상대로 방송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김광중 변호사는 이 가처분 사건에서 MBC를 소송 대리했다.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김건희 여사의 주장 중 일부 내용만 받아들였다. 이에 김광중 변호사는 법원 홈페이지에서 가처분 결정문을 다운로드 받아 MBC 관계자에게 PDF 파일로 전송했다. 이후 방송사 간부가 기자들에게 결정문을 파일로 배포했다. 그 PDF 결정문 파일에는 김 변호사가 다운로드 받은 파일임이 기재돼 있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유상범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출입기자들에게 “김광중 변호사와 MBC 제작진이 공모해 불특정 다수의 기자들에게 가처분 결정문을 유포함으로써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김광중 변호사는 “의뢰인인 MBC에 가처분 결정문을 보고했을 뿐, 기자들이나 외부에 유출한 바가 없다”며 “유상범 의원이 허위사실이 기재된 보도자료를 작성 배포해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으며, 원고의 변호사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으므로,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1심인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9단독 유정훈 판사는 2023년 3월 28일 김광중 변호사가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 유상범 국회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유정훈 판사는 “피고(유상범) 명의로 배포한 보도자료에 담긴 적시사실은 허위이고, 피고가 이를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없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유상범 의원이 항소했다.

항소심인 서울남부지법 제3-3민사부(재판장 송승훈 부장판사)는 2023년 7월 김광중 변호사가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 유상범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김광중 변호사에게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보도자료 적시사실의 내용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이 인정되고, 피고가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거나 정당의 감시와 비판기능의 중요성에 비추어 허용되는 범위 내의 것이므로,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인격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도 부정했다.

재판부는 “보도자료 적시사실의 표현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가 보도자료 적시사실에서 한 표현은 가처분 사건에 관한 정치적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수사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한 것으로서, 공적 관심사항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공개·검증과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원고에 대한 표현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사건은 김광중 변호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0일 김광중 변호사가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이었던 유상범 국회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보도자료 배포를 통한 표현행위에 대해 명예훼손으로서의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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