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현대자동차ㆍ현대모비스 외에 기아에서도 보수를 수령할 예정이어서 재벌 총수일가의 겸직 고액보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미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서 고액보수를 받고 있는 점에서, 추가로 기아에서 보수를 받는 것은 성과를 떠나 과도한 보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에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에게 올해 현대자동차ㆍ현대모비스ㆍ기아의 정기주주총회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행사를 권고하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 사진=현대차그룹 홈페이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 사진=현대차그룹 홈페이지

20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정의선 회장의 겸직 보수는 성과 떠나 과도한 보상”이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논평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올해부터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외에도 기아에서도 보수를 지급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기아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보수한도를 기존 80억원에서 175억원으로 상향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정의선 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 3사의 이사를 겸직하면서 각사에서 모두 보수를 지급받는 것은 성과를 떠나 과도한 보상으로 판단하며,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대는 “또한 임원을 겸직하고 있음에도 상근이사에 준하는 보수를 지급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정의선 회장에 대한 보수의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아울러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에게는 올해 현대자동차ㆍ현대모비스ㆍ기아의 정기주주총회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행사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연대는 “정의선 회장이 기아에서 보수를 지급받는 것에 대해 현대자동차그룹 측은 기아의 최대 실적 달성에 대한 기여와 책임경영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의선 회장이 현대자동차 등 3사의 이사를 겸직하는 것은 상근으로 보기 어렵고, 이미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서 각각 고액보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으로 기아에서 보수를 받는 것은 성과를 떠나 과도한 보상”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사회’는 회사의 최고 업무집행기구로서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그런데 정의선 회장의 이사회 출석율은 2021년 43.3%, 2022년 73.3%, 2023년 90.0%(각각 3개사 출석율 평균)로 최근 들어 증가하기는 했지만, 다른 이사들 대부분의 출석율이 거의 100%인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연대는 “기아에 한정해서 보면, 이사회 출석율은 2021년 29%, 2022년 75%, 2023년 78%로 평균 61%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반면, 정의선 회장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받는 보수는 2021년 88억원, 2022년 106억원, 2023년 122억원 등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이사회 내 차상위 보수수령자 대비 최소 2배 이상(퇴직소득 제외)의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며 “그러나 주주나 이해관계자들은 공시를 통해 정의선 회장이 해당 보수를 받을 정도의 역할이나 기여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우며, 회사의 구체적인 설명도 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대는 “한편, 다른 사내이사들의 경우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더라도 겸직 보수를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현대자동차 이승조 사내이사와 기아 주우정 사내이사의 경우 각각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지만, 기타비상무이사로서 별도의 보수는 받지 않는다”고 비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재벌 총수일가의 겸직 고액보수에 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스스로 시정하거나 이사회가 견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현재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롯데 신동빈 회장, 한화 김동관 부회장 등이 등기이사 겸직을 통해 고액보수를 지급받고 있다면,, 한화 김승연 회장, 신세계 정용진 회장, CJ 이재현 회장 등은 미등기임원으로서 고액보수를 지급받고 있다(신동빈 회장은 등기ㆍ미등기 겸직)”고 밝혔다.

연대는 “이는 이사의 보수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하도록 한 상법의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개별 임원의 보수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이사회나 대표이사가 결정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로, 이사회의 기능 상실로 총수일가는 사실상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러한 문제를 시정해 보고자 경제개혁연대는 DB하이텍의 미등기임원으로서 사내이사의 총보수 보다 3배 많은 보수(각각 평균보수 기준)를 지급받는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의 보수지급에 이의를 제기하며 대표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총수들의 보수문제 시정을 위한 방안으로 보수심의제(Say on Pay)의 정관 도입을 제안했다. 보수심의제는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보수정책을 구속력을 갖는 표결로 승인하고, 그에 따라 지급된 보수내역 보고서는 권고적 효력을 갖는 표결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연대는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총수일가에 대한 보수 논란이 있는 회사의 경우 그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한편, 기아가 정의선 회장에 대한 보수지급을 결정하더라도 주주들이 이의를 제기할 방법은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연대는 “기아의 경우 전년도 이사 보수한도가 80억원이었고 이중 55억원(69%)이 집행되었는데, 올해 이사 총수의 변동이 없음에도 그 한도를 175억원으로 2배 이상 증액하기로 했다”며 “이는 오로지 정의선 회장에 대한 보수지급을 염두에 둔 것으로, 회사의 성과를 고려하더라도 과도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결국 주주들이 이사회의 부적절한 보수지급 관행에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국민연금은 현대자동차그룹 3사의 주주로서, 현대자동차 7.15%, 현대모비스 8.35%, 기아 6.61% 등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겸직 고액보수 문제의 시정을 위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은 올해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 등 3개사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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