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경제개혁연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는 6일 서울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삼성 불법합병 사건 2심 판결을 외부감사법과 자본시장법을 중심으로 비평하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측부터 김은정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집행위원,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노종화 변호사, 김종보 변호사 / 사진=참여연대
좌측부터 김은정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집행위원,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노종화 변호사, 김종보 변호사 / 사진=참여연대

이번 좌담회는 지난 3일 서울고등법원 제13형사부(백강진 부장판사, 김선희, 이인수)가 삼성 불법합병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에게 1심과 같이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2심의 판단 근거에 대해 분석 및 평가하고, 법원의 재벌총수 봐주기 판결을 규탄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 발표에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삼성 불법합병 사건의 재판 과정에 대한 감상을 전하며 판결의 문제점을 평가했다. 전성인 교수는 ‘무죄 추정’이라는 법 원칙이 반드시 진실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법적 시스템이 완전히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는 1990년 영화인 ‘Presumed Innocent’을 빗대어 이번 판결의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이번 판결로 인해 “국장” 탈출이 가속화되고, 법의 형식적 절차가 실질적 정의를 압도하는 관행이 정착되면서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냉소적 정서를 심화시키고 사법 체계의 우월성과 공정성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성인 교수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개혁과 신뢰 회복을 위해 민사사건의 형사화를 지양할 것과 중대 경제범죄 처벌 강화를 위해 형량을 단순히 가중하는 대신 개별 범죄의 형량을 합산하는 방안, 금융규제 당국의 감독 권한 논거의 정비, 법관에 대한 보호 강화와 그에 상응하는 윤리성 제고 등을 정책 과제로 제안했다.

사진=참여연대
사진=참여연대

두 번째 발표에서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는 분식회계와 외부감사법을 중심으로 2심 판결 내용을 분석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2015년말 기준으로 바이오젠의 공동지배로 인해 로직스가 가진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에 변경, 즉 지배력 상실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이 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인정한 행정 1심 판결의 핵심 취지는 종속기업인지 관계기업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특정 시점에 지배력을 변경하려면 다른 의도나 목적의 개입 없이 실제로 ‘지배력’에 관한 경제적 실질에 변화가 발생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종화 변호사는 그러면서 에피스의 로직스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 논의는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볼 만한 사건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물산 합병으로 인한 회계처리 때문에 로직스에 대규모 손실 및 자본잠식의 가능성이 생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 대안으로 지배력 상실 논의가 시작된 것이며,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정당화하기 위한 경제적 사건 ‘찾기’는 사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종보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중심으로 2심 판결을 비판했다.

김종보 변호사는 <최서원 뇌물 사건>과 <이재용 뇌물 사건>에서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은 ‘승계작업’에 관해 명시적으로 판단했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승계작업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었다는 점이 인정되었으나, 이번 2심 재판부와 1심 재판부는 합병 목적이 ‘합병 시너지’라는 삼성측 진술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김종보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러한 판단은 미전실(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으며, 그 목적은 ‘삼성물산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라는 사실이 담긴 ‘프로젝트G 문건’, ‘M사 합병추진안’ 등의 증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합병의 주요한 목적이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사업상 목적을 위해서라며 ‘합병 목적’이라는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불공정 합병비율에 따른 합병’이라는 점이 가장 핵심적인 쟁점임에도 불구하고, 1심과 2심 재판부는 합병비율이 인위적으로 형성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서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음으로써 판단을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김은정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집행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 참석자들은 국정농단 재판, 엘리엇과 메이슨의 ISDS 중재판정과 불복절차, 로직스와 증선위의 행정소송 등 삼성 불법합병 사건을 둘러싸고 현재 진행 중이거나, 이미 끝난 여러 재판들에서 계속 이재용 회장 및 삼성 측의 불법행위와 책임이 계속 드러나고 있고, 국민연금공단도 불법합병으로 인한 연금기금 손해에 대해 책임자들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1심과 2심만 명백한 승계목적과 분식회계를 인정하지 않고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판결로 우리나라 경제질서와 자본시장의 신뢰성이 뒤흔들렸다며, 이러한 방식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따른다면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투자자가 합리적으로 믿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리더 손동욱 기자 twson@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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