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교수
정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교수

<비상계엄제도, 변혁이 필요하다>

지난 40년 이상 실시된 바 없던 헌법상 비상계엄이 뜬금없이 장기집권과 독재를 노리는 한 집권자의 위헌적 실시로 인하여 온 나라가 내란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말았다.

오늘날 인터넷의 발달로 완벽한 소통이 가능한 디지털시대에, 그것도 민주주의가 정착된 것으로 평가되던 대한민국에서 부도덕한 대통령과 동조세력에 의한 위헌적 비상계엄이 얼마든지 실시되고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다는 위험성과 심각성을 온 국민이 느끼게 되었다.

이에 따라 비상계엄제도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 그 위헌적 실시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안은 없는가 하는 의문과 함께, 현시대에 걸맞은 근본적 변혁을 생각할 때인 것 같다.

현행 헌법상 비상계엄은 전시, 사변 등 국가의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긴급발동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공공질서와 국가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지만, 총칼을 든 군인들을 동원한 계엄포고령 하나로 모든 민주절차를 곧바로 중지할 수 있는 너무나도 강력한 독재적 권한 때문에 민주절차와 법치주의가 훼손될 위험성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번에 실시된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못하였다면 지금도 끔찍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시와 비상사태에서의 국가안전이라는 비상계엄제도의 본래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오늘날 당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요컨대, 비상계엄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절차와 법치주의 훼손 가능성이다. 비상계엄 발동시 정부는 입법, 행정, 사법의 모든 분야에서 막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 국회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법률의 일시적 중지나 새로운 규제의 신속 도입을 통해 법치주의 원칙이 무력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상계엄 발동의 법적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국회의 견제와 사법심사를 강화하며, 기본권보호조치를 상세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비상계엄의 발동과 지속 여부에 대한 국회의 사전동의를 필수로 요구하고, 일정 기간마다 이를 재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입법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민주적 견제를 강화하고, 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비상계엄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군대개입을 전제로 하므로 과도한 무력사용에 의한 인권침해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지난 시절 전두환 군부의 계엄령실시로 충분히 경험하였고 우리의 DNA에 박혀버렸다.

따라서 군대의 역할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군대투입을 금지하면서도 비상계엄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있게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민간중심의 위기관리체계를 구축하여 군대의 역할을 극히 보조적인 것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국가위기관리센터와 같은 전문적 민간조직을 강화하고, 이들이 비상사태 대응의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경찰과 같은 법집행기관이 비상계엄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면 군대개입을 배제할 수 있다.

군대의 투입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극히 제한적인 부분에서만 가능하도록 한정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조건과 엄격한 절차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예컨대, 군대개입은 국회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여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또한, 군대가 비상계엄하에서 준수해야 할 행동규범을 명확히 하고, 인권보호와 관련된 평상시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계엄시에도 과도한 무력사용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비상계엄 발동과 운영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참여하고 감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 독립적 시민감시기구를 설치하여 비상계엄 실시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정부와 군대의 권한남용을 방지해야 한다. 이러한 시민참여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비상계엄은 전시나 사변시에 국가의 안전을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그 발동과 운영에 있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철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간중심의 위기관리체계 구축, 법집행기관의 역할강화, 군대투입조건 엄격화, 행동규범수립, 시민참여와 감시제도 도입 등을 통해 비상계엄이 보다 민주적이고 법치주의하에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안들은 군대의 무리한 개입을 방지하고, 비상사태에서도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게 될 것이다. 이상과 같은 비상계엄제도의 변혁, 즉 민주적 재구성을 통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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