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스미싱(smishing, 문자결제사기) 범죄 피해자로부터 송금받은 돈이라고 하더라도, 정당한 판매의 대가라면 이를 부당이득금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60대 A씨가 40대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소송에 서 지난달 26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7월 자녀를 사칭한 성명 불상의 스미싱 조직원들로부터 사기를 당해 총 6200여만 원을 뜯겼다. 스미싱 조직원들은 A씨로 하여금 휴대폰에 원격 조종이 가능한 어플을 설치하게 한 뒤, 개인정보를 취득해 돈을 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들이 A씨 계좌에서 빼낸 돈 중 일부가 B씨에게 흘러들어가면서 발생했다. B씨는 당시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한 남성에게 1600여 만원 어치의 순금을 팔았는데, 이 남성이 스미싱 범죄사건의 공범이었던 것이다.

해당 남성은 앞서 스미싱 조직원들로부터 “금붙이 매수인인 것처럼 행세해 매도인으로부터 금붙이를 받은 뒤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고, 이에 응해 B씨와의 거래 현장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이 남성에게 수십 돈의 금을 건넨 직후 B씨의 계좌에는 약속된 돈이 모두 입금됐는데, 해당 금액은 스미싱 조직원들이 A씨 계좌에서 임의로 인출해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자신이 스미싱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즉각 신고했다. 또 B씨가 받은 돈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금이라며 이에 대한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측은 재판에서 B씨가 거래 당시 스미싱 범죄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해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B씨 측은 “1600여만 원은 자신이 소유하던 순금을 매도한 대가이므로 반환 의무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이와 같은 순금 거래가 스미싱 조직 사기극에 이용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성남지원 재판부는 먼저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해 “A씨의 계좌에서 B씨의 계좌로 돈이 입금됐다는 사정만으로는, B씨가 해당 금액 상당의 실질적 이득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여러 증거와 인정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이 돈은 순금을 판매하고 받은 대가로 봐야 한다”며 피고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어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도 “피고는 채팅을 통해 미리 협의된 시간 및 장소에 나타난 자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약속된 대금을 받고 순금을 판매했을 뿐”이라면서, “채팅을 한 자와 거래 현장에 나온 자가 일치하는 지 여부까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소송에서 피고 B씨를 대리한 법무법인(유한) 대륜 정인호 변호사는 “이득자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귀속된 바 없다면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면서, “B씨는 그저 순금을 팔았을 뿐이고, 과실 여부만 논한다면 이 사건에서 과실이 가장 중한 자는 A씨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손동욱 기자 twson@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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