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이 “주주를 위한 밸류업이나 불량한 사모펀드를 퇴출하기 위해선 과도한 상속세 완화가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에 반대 의사를 밝히자,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혁신의 결과물도 없으면서 무조건 선대의 부를 세금 없이 존속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이하 국장부활TF)는 12월 19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자발적 상장폐지,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제도적 해법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재계 측 토론자로 참석한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구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한경협이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는 주주의 이익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다른 방식으로 찾아보자는 것”이라며 “제도적 개선 방안에 대해 첫 번째로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상속세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정주 팀장은 “대주주나 경영진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서 하여튼 좀 이상한 짓을 한다”면서도 “그래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2013년에 공정거래법으로 들어온 것이고, 감사위원 분리선임이나 대주주 의결권 제한 강화 등도 대주주의 잘못을 막아보자는 차원에서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유정주 팀장은 “그런데 이런 제도들의 문제는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대증적인 요법이라는 것”이라며 “실제로 기업이 그렇게 하는 원인은 과도한 상속세에 있다”고 주장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상속세를 세율만 보면 OECD 국가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면서 “그런데 대주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이면 60%로,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상속세를 내면 남아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유정주 팀장은 “아마 상속세가 어느 정도 개선되면 여기서 언급되는 자발적 상장폐지 사례 중 70~80%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상법 개정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표면에 나타나는 현상을 고쳐보겠다는 시도일 뿐이며,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고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주 팀장은 “결국 주주를 위한 밸류업이나 불량한 사모펀드를 퇴출하는 시작은 과도한 상속세 완화가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두 번째로 의무 매수 공개 제도를 균형 있게 살펴봐야 한다”면서 “의무 매수 공개 제도가 강제된다면 많은 주주에게 도움이 될 것이지만, 반대로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소액주주 측 주장에 의견을 제시했다.
유정주 팀장은 “꼭 계열사 간 인수합병이 아니더라도 신산업 진출을 위한 인수합병을 할 때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기업들이 제대로 신산업에 진출하지 못 하거나 경제 위기가 왔을 때 신속하게 사업 재편을 못 하면 망한다”고 우려했다.
유정주 팀장은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는 상당히 위험한 지경으로 가고 있고, 당장 내년부터 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가 올 것”이라며 “특히 석유화학 업종은 큰 위기에 봉착해 있고, 반도체 쪽에서도 그런 기미가 보인다”고 전했다.
유정주 팀장은 “혹자는 미국은 하는데 왜 우리는 못 하느냐고 하지만, 미국과 우리를 수평적으로 놓고 비교하면 안 된다”면서 “미국의 자본시장은 매우 크고, 자본 조달이 우리나라보다 백 배는 더 유리하며, 언제든 배당해도 다음 해에 투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의 윤태준 소장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제한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포괄적 주식교환을 할 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박주민 국회의원의 상법 개정안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포괄적 주식교환 제도는 일반적인 결의가 아니라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하는 것으로, 주식 수의 3분지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것”이라며 “만약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손해를 본다면 소액주주뿐만 아니라 대주주가 더 큰 손해를 보게 되므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반론을 펼쳤다.
유정주 팀장은 “다만, 주식교환 비율에 대해서 불만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럴 때 주가를 산정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주주와 기업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중간선을 찾는 논의의 장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에 대해서는 기업들도 크게 반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주 팀장은 “기업은 작은 국가가 아니므로 이사회는 정부가 아니고, 주주총회는 의회가 아니다”라면서 “결국 회사와 국가의 작동 체계를 같게 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정주 팀장은 “주식회사는 많이 투자한 사람이 많은 권한을 갖게 돼, 민주주의에서 말하는 1인 1표가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이런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금 발언은 회사의 관점이 아니라, 사주의 관점에서 얘기하는 것 같다”며 “주식회사가 주식을 많이 가진 쪽이 지배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배적인 힘이 남용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고, 그런 사례를 얘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일 국회의원은 “상장은 주식시장에서 회사를 공개해서 누군가에게서 돈을 빌린 것이 아니라 주주를 참여시킨 것”이라며 “그래서 주주들은 모두 공동의 주인이고, 단지 누가 더 지배적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한경협과의 인식의 차이가 크다”며 “주주로부터 돈을 가져오려면 주주 대접을 해줘야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되는 것”이라고 주식회사 제도의 의의를 짚었다.
오기형 국회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주주를 인정해 주는 것은 1주당 1표라는 것을 인정하겠다는 개념으로 제도가 만들어졌다”면서 “그런데 모두가 결정권을 똑같이 가질 수 없다는 얘기를 하면 토론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오기형 국회의원은 “사주가 현실적으로 더 책임지고 경영한다는 것, 그리고 더 많은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게 얘기하면 그 다음에 타협점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오기형 국회의원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을 살펴보면, 일본의 밸류업 정책을 카피해 한국으로 가져왔다”면서도 “일본 밸류업 정책은 주주나 투자자 중심으로 의사결정하는 관행을 바꾸고 지배구조를 바꾸자는 것이었는데, 한국 정부의 밸류업 정책은 상속세 감면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오기형 국회의원은 “정치 권력의 3대 세습이 말도 안 되는 것처럼 우리나라 재벌들의 재산이 유지돼야 하는데 왜 국가의 제도가 가로막느냐는 얘기는 봉건제로 가자는 것”이라며 “저는 이노베이션(혁신)을 통해 시장에 기여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 부가 창출되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전제했다.
오기형 국회의원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에 투자해서 돈을 번 것은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노베이션의 결과물도 없으면서 무조건 내가 선대의 부를 세금도 없이 존속해야 하고, 그걸 위해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점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변호사 출신 오기형 국회의원은 “현재 상법 개정이든 자본시장법 개정이든 주주의 권익을 어디까지 보호할 것이냐를 두고 방법론적으로 논쟁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논의의 여지를 남겼다.
이강일 국회의원은 이어서 “소액주주도 분명히 (회사의) 주인의 한 사람으로, 51% 가진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물론 51%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51%의 혜택도 가져가고, 기업 오너일 경우 더 많은 것을 가져가게 되지만, 나머지 49%도 의사결정 구조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 부분까지 분명한 보호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논쟁을 정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신성통상 주주를 대표해서 나온 권계환 씨 외에도 (상장폐지 전) 커넥트웨이브 주주대표, 락앤락 주주연대 정석호 부대표, 파라다이스 주주대표, 이화그룹 주주대표, 하이즈 주주대표 등이 사례 발표를 위해 참석했다.
본 토론에서는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이 발제자로, 안효섭 한국ESG연구소 거버넌스본부장과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구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회 좌장은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맡았으며,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참석해 직접 토론에 참여한 가운데, 정준호ㆍ유동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