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국고 환수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은 땅에 대해선 국가가 땅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대법원 2024년 12월 19일 선고. 2019 다255416 전원합의체 판결)
사례)
일제로부터 조선귀족 중 최고 지위인 후작의 작위를 받은 A에 대하여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자’라는 이유로 구(舊)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그 소유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대하여 A의 손자인 피고는 국가귀속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A가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 확정판결 이후 친일재산귀속법은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요건에서 ‘한일합병의 공으로’ 부분을 삭제하는 취지로 개정되었는데, 원고(대한민국)은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어 위 국가귀속결정의 대상재산이 원고에게 귀속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대상재산을 포함한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 등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은 국가귀속결정의 대상재산에 관하여는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 따라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을 근거로 국가 귀속을 주장할 수 없고, 나머지 토지에 관하여는 국가귀속결정이 없었으므로, 그 토지가 곧바로 원고 소유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가 항소한 원심은,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 따라 국가귀속결정의 대상재산에 대하여는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원고에게 그 대상재산의 소유권이 귀속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주장을 할 수 없고, 나머지 토지에 관하여는,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어 원고에게 소유권이 귀속되었으므로, 그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부당이득반환청구 등을 받아들여 대상재산 부분에 대하여는 원고 패, 나머지 토지 부분 원고 승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한 사건이다.
해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약칭: 친일재산귀속법)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에 협력하고 우리 민족을 탄압한 반민족행위자가 그 당시 친일반민족행 위로 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고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여 거래의 안전을 도모함으로써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며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한 3.1운동의 헌법이념을 구현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제1조).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위 법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고,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이하 친일재산)”이라 함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ㆍ일전쟁 개전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하거나 이를 상속받은 재산 또는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유증ㆍ여를 받은 재산을 말한다. 이 경우 러ㆍ일전쟁 개전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한다(제2조 제2호).
위 법률의 부칙조항(법률 제10646호, 2011. 5. 19. 개정)을 보면, (친일반민족행위자에 관한 적용례) 위원회가 종전의 제2조 제1호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경우에는 제2조 제1호의 개정규정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본다. 다만, 확정판결에 따라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제2항)고 규정한다.
위 사례에 대한 상고심의 주요 쟁점(전원합의 쟁점, 원고의 상고이유 부분)은 종전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의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이 사건부칙조항 단서에 따라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지 않는 대상은, 확정판결로 취소된 종전 국가귀속결정의 ‘대상재산’인지, 아니면 취소된 종전 ‘국가귀속결정’ 자체인지의 문제다. ‘대상재산’에 대하여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국가는민사소송으로도 그 대상재산에 대한 소유권 귀속을 주장할 수 없으며, ‘국가귀속결정’에 대하여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국가는 민사소송으로 그 대상재산에 대한 소유권 귀속을 주장할 수 있는 까닭은 국가귀속결정은 당해 재산이 친일재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부칙조항의 문언 및 체계와 입법자의 의도, 헌법합치적 해석의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보면, 국가귀속결정이 확정판결로 취소된 이상 그 ‘대상재산’에 대하여는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 따라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국가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①이 사건 부칙조항의 문언과 체계를 살펴보면, 이 사건 부칙조항 본문은 구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을 개정법에 따른 국가귀속결정으로 의제하는 것이고, 반면,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는 특정한 재산을 구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개정법의 적용 의제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를 그렇게 해석하는 이상 특정한 재산의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한 확정판결이 있는데도,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의 적용에 따라 대상재산이 국가에 귀속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민사소송은 허용될 수 없다.
②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 관한 입법자의 의도와 관련해,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입법 경위를 살펴보면, 특정한 재산에 관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재산은 개정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국가에 귀속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이며, 입법자는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를 둠으로써 확정판결로 법적 분쟁이 종료된 재산만큼은 개정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개정법 시행을 계기로 그 재산을 사후적으로 다시 국가에 귀속시키는 사태는 방지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이고, 만약 이와 달리 국가가 민사소송으로 직접 소유권 반환을 구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구법 하에 내려진 확정판결을 존중하고자 했던 입법자의 의도는 실질적으로 좌절된다.
③헌법합치적 해석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헌법 제13조 제2항에서 정한 소급입법금지 원칙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 원리에서 파생하는 헌법상 원칙이고,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은 예외적으로 소급입법의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입법이 진정소급입법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는 없으며,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친일재산귀속법이 제정·시행되어 그 규율 체계에 따라 공익적 가치가 대부분 구현되고 있는 과정에서 법원이 그 법의 해석상 친일재산에 속하지 않는 특정한 재산에 관하여 내려진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한 판결이 확정된 경우가 다루어지고 있고, 이때 바로 그 특정한 판결을 염두에 두고 친일재산의 범위를 사후적으로 확장한 개정법 조항을 바로 그 특정한 재산에 소급하여 적용하여야 할 공익적 가치가,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할 진정소급입법을 허용할 만큼 중대한가는 별도로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며, 확정판결은 행정행위로서의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는 데 불과하므로 국가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민사소송으로 대상재산을 환수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가 추구하는 헌법상 소급입법금지 원칙 및 확정판결 존중 등 법적 안정성의 요청에 실질적으로 반하는 해석이며, 헌법합치적 해석의 관점에서도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는 구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판결이 내려진 재산에 대하여는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년 12월 19일 선고. 2019 다255416 전원합의체 판결).
원고가 상고이유로 주장한 이 사건 쟁점 부분은 확정판결로 국가귀속결정의 취소가 확정된 이상 이 사건 부칙조항에 따라 그 대상재산에는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지 않고, 그 결과 원고는 자신에게 그 대상재산의 소유권이 귀속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이 사건 부칙조항의 해석 및 적용범위, 소급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피고의 상고이유와 관련해서(의견이 일치된 부분. 쟁점 대상이 아님) 대상재산이 아닌 다른 토지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는 바, 친일재산의 반환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귀속결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원고는 유효한 국가귀속결정을 받지 않았더라도 피고에게 친일재산에 관하여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구할 수 있고, 매각 등으로 처분된 친일재산에 관하여는 이미 수령한 대금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으며, 피고는 반환할 부당이득금을 보유하는 것이 법률상 원인 없음을 인식한 날로 볼 수 있는 개정 친일재산귀속법 시행일인 2011년 5월 19일부터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부담하고,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위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는,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정한 친일재산은 친일재산귀속법 시행에 따라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소급하여 당연히 국가소유로 되고, 국가귀속결정이 있더라도 이는 확인적 결정에 불과하므로, 그 결정이 있어야 비로소 국가의 소유로 되는 것이 아니고, 친일재산의 국가귀속 법리에 따라 해석하면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적용대상은 그 문언 그대로 ‘국가귀속결정’ 자체이고, 친일재산의 소유권은 당연히 국가에 소급적으로 귀속하므로 확정판결로 국가귀속결정이 취소되었더라도 국가가 친일반민족행위자 측을 상대로 친일재산의 소유권 반환 등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관 5인의 반대의견이 있다.
대법원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하여, 이 사건은 헌법 전문에 나타난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국가적 기틀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헌법이념과 헌법 제13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소급입법에 따른 재산권 박탈의 위헌성 사이에 서로 가치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사안이고, 대법원은 친일재산귀속법의 일반적인 목적과 이 사건 부칙조항이라는 개별 조항의 구체적인 목적 사이에 해석 대상이 된 개별 조항의 목적을 우선시하여 확정판결의 존중, 소급입법금지 등으로 표현되는 법적 안정성의 보호를 우선시하여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는 종전 확정판결로 취소된 국가귀속결정의 ‘대상재산’에 대하여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으며, 이 판결은 이 사건 부칙조항에 대한 문언해석, 입법자의 의도, 헌법합치성 등을 두루 고려하여 친일잔재 청산의 요청과 소급입법금지 및 법적 안정성의 요청을 균형 있게 형량함으로써 친일재산귀속법이 예정하는 친일잔재청산의 모습이 헌법에 합치되는 조화로운 모습으로 구현되어 그 헌법적 정당성이 더욱 강화되도록 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위 대법원 판결(다수의견)은 친일재산 귀속결정이 취소된 경우 확정적으로 국가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다른 방법으로 다투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이고, 반대의견은 위 귀속결정은 단지 확인적 의미를 갖는 것에 불과하므로 귀속결정이 취소됐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그 소유권을 주장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문제는 구속결정의 취소사유가 무엇이냐에 다라서 달라진다고 본다. 위 다수의견은 취소사유를 묻지 않고 더이상 다툴 수 없다는 것인 반면 반대의견은 민사상 소유권이전의 방식 등으로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친일재산귀속법의 취지는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친일재산의 경우 국고로 귀속시키려는 법률이므로 그 해석에 있어서도 그 취지를 고려해 엄격하게 해야 한다.
따라서 친일재산 귀속결정이 취소됐다고 하더라도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친일재산으로 보아 국가가 이를 귀속시킬 수 있는 지의 여부는 여전히 다툼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반대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