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0일 “몇 년 전까지 반인권의 선봉에 서던 LG가 이제는 인권경영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인권경영을 표방한다면) 협력사 니트덴코 그룹의 고용된 노동자로서 이해관계 당사자인 금속노조의 요구사항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니토덴코 그룹의 반인권을 바로잡아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에서 “LG디스플레이는 OECD 가이드라인 준수하라”는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열고 LG디스플레이에 요구 서한을 전달했다.
금속노조는 요구 서한을 전달하면서 면담도 요청했으나, LG 측은 20일 당일에는 일정상 면담이 안 된다면서 추후 국회의원실을 통해 일정을 잡겠다고 밝혀와 요구서만 경영지원과에 접수했다.
일본의 기업집단인 니토덴코 그룹(Nitto Denko Corporation)은 한국에 제조회사 ‘한국니토옵티칼 주식회사’와 ‘한국니토옵티칼 주식회사’를, 판매회사 ‘한국닛또덴코 주식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회사들은 디스플레이 등에 들어가는 부품 중 하나인 ‘편광필름’을 생산ㆍ가공해 삼성디스플레이 및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에 납품해 왔다.
니토덴코 그룹은 2022년 10월 구미에 공장이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화재가 나자 구미 공장을 폐업ㆍ청산하고, 물량을 평택에 공장을 둔 한국니토옵티칼에서 생산하도록 결정한다.
그러나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22년 11월부터 12월까지 관리자 일부를 제외한 전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이듬해인 2023년 2월 2일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노동자 17명을 해고했다.
이에 금속노조와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는 한국니토옵티칼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으며, 노조 측은 이 과정에서 니토덴코 그룹의 한국 자회사들 내 인권 및 노동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원청사인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자리에 연대 참석한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오늘 기자회견을 하는 이 자리는 익숙한 공간”이라면서 “2021년 12월, LG트윈타워에서 일하는 80명의 청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활동했다는 이유로 전원 계약 해지돼 로비 농성을 했던 공간이기 때문”이라는 소회를 남겼다.
권수정 부위원장은 “2022년 금속노조는 바로 이 자리에서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촛불문화제를 주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권수정 부위원장은 “LG디스플레이가 인권경영을 표방하며 2023년 보고서를 통해 주주, 투자자, 고객사뿐만 아니라 협력사, 지역사회, 정부,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 및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왔다고 밝혔다”면서 “LG디스플레이에 질문한다. 무엇이 인권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권수정 부위원장은 “인권은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는 것을 말한다”고 자답하며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는 것에는 노동자를 노동자답게 대접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권수정 부위원장은 “헌법에도 보장된 노동권을 억압하면서 인권을 존중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LG디스플레이에 질문한다. 무엇이 인권경영이냐”고 지적했다.
권수정 부위원장은 “(LG가 말하는 인권경영은) 2021년 12월부터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80명의 청소 노동자를 한꺼번에 계약을 해지했던 LG가 자신들의 반인권, 반노동을 이제는 반성하고 노동자들의 인권인 노동권을 마땅히 존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면서 “몇 년 전까지 반인권의 선봉에 서던 LG가 이제는 인권경영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라면, 이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스스로 밝힌 바에 인권경영을 실천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수정 부위원장은 “협력사 니토덴코 그룹의 고용된 노동자로서 이해관계 당사자인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들의 요구사항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니토덴코 그룹의 반인권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그런데 다른 하나의 경우가 있다”면서 “LG디스플레이가 보고서를 통해 인권경영의 표방한 다른 하나의 경우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폄하하고 혐오하면서 단지 입으로만 인권경영을 한다고 밝히는 경우, 이것은 기만”이라고 경고했다.
권수정 부위원장은 “입으로는 인권경영을 말하고 속으로는 노동자의 노동권을 무시하는 짓을 LG디스플레이가 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인권경영을 표방한 LG 디스플레이에 요구한다. 협력사 니트덴코 그룹의 고용된 노동자로서 이해관계 당사자인 금속노조의 요구사항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니토덴코 그룹의 반인권을 바로잡아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권수정 부위원장은 “금속노조의 요구를 LG디스플레이가 어떻게 수용하는지 혹은 어떻게 무시하는지에 따라서 LG디스플레이가 인권경영을 하는 모범적인 기업인지, 아니면 여전히 노동자의 인권 따위 모르쇠로 일관하며 단지 입으로만 인권경영을 말하는 기만적인 기업인지 우리는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인권경영에 앞서서는 기업으로 거듭난 LG디스플레이가 협력사에서 발생하고 있는 반인권을 바로잡아 스스로 보고에서 밝힌 인권경영을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권수정 부위원장은 “지금도 반인권의 현장, 뜨거운 열기 속에 옥상에서 그리고 평택에서 투쟁하고 계신 동지들이 하루빨리 현장으로 복직할 수 있는 날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원재 금속노조 조직실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두나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원재 조직실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LG디스플레이는 OECD 가이드라인 준수하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위장폐업 대량해고 실사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