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17일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두산그룹
두산그룹

지난 11일 두산로보틱스 등 두산 계열사의 공시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사업구조를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첨단소재 등 3대 부문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두산에 따르면 소형 건설기계 시장, 협동로봇 시장에서 각각 글로벌 탑티어로 자리 잡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가 사업적으로 결합하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3개사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분할, 합병,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결정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은 인적 분할,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 및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쳐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가 된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두게 된다.

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
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두산의 사업구조 재편은 크게 3단계로 추진된다.

먼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존속법인)와 신설 투자법인으로 인적분할하고(분할비율 1 : 0.2474030), 신설 투자법인이 두산밥캣의 지분을 소유한다.

둘째, 두산로보틱스는 신설 투자법인과 합병한다(합병비율 1 : 0.1275856).

셋째,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 주주와 포괄적 주식교환(주식교환 비율 : 두산밥캣 주식 1주 =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17462주)을 통해 두산밥캣을 100% 완전 자회사로 지배한다.

경제개혁연대
경제개혁연대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사업 재편안이 오는 9월 25일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현재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분 46.06%를 소유한 자회사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며 “또, 두산밥캣에 대한 두산의 간접지분은 13.8% (= 0.3 X 0.46)에서 42% (= 0.42 X 1.00)로 올라가고,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두산의 지분은 68%에서 42%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에 적용되는 분할합병 비율과 포괄적 주식교환 비율이 두산로보틱스에 유리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며 “이들 비율의 적정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이사회가 선택한 지배권 이전 방식 (분할합병 및 포괄적 주식교환)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 매각 필요성보다 두산로보틱스의 두산밥캣 인수 필요성이 더 큰 상황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일반주주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지배권 이전 방식은 가격 협상을 통해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직접 매각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다시 말해,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는 두산로보틱스에게 두산밥캣 주식을 직접 인수할 것을 요구했어야 하며, 두산밥캣 이사회는 주식교환이 아닌 공개매수의 방법을 통해 두산밥캣 잔여 지분을 매입할 것을 요구했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지분을 시장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여 팔 수 있고, 두산밥캣 일반주주들은 시장가격보다 높은 공개매수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지만 두 회사의 이사회는 이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일반주주의 이익보다는 그룹의 이익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특히 사외이사들은 독립이사로서 회사와 주주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하기보다는, 두산그룹에서 하달한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두산로보틱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분할합병-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철회하고, 지분 직접 인수방식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5월 29일 제22대 국회 개혁입법과제로 합병 등 주요 안건에서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주주 중심 거버넌스로의 전환을 위한 제22대 국회 개혁입법과제 제안)을 제시한 바 있다.

소수주주의 과반결의제(Majority of Minority, MoM) 도입이 대표적이다. 소수주주 과반결의제는 합병, 분할합병, 포괄적 주식교환 등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는 주요 안건에서 지배주주의 의결권행사를 제한하는 것으로, 해당 의사결정이 지배주주가 아닌 전체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는 특정 주주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사업추진을 미연에 방지하고, 주요 안건의 경우 회사 경영진과 지배주주가 다른 일반주주들을 설득할 유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주친화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며 “경제개혁연대는 최대주주의 의결권행사를 그의 특수관계인 등과 합산해 3%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만일 이 제도가 도입됐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의 두산 사업구조 재편은 애초에 추진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두산의 사례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목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고려하도록 할 경우 회사가 지배주주 또는 경영자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는 의사결정을 할 때에 일반주주의 이익에도 부합하는지 신중히 검토한 후에 추진하게 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사전적, 사후적 대책이 될 수 있다”며 “소수주주 과반결의제(MoM)와 함께 기업 밸류업(Value-Up) 대책의 한 방법으로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