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5일 “법원행정처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가결을 위한 국회 설득 작업은 대단히 부적절하며 대법원장 자격이 없다”며 “국회는 자격없는 대법원장 후보 임명동의안을 부결하고, 대법원장 자격을 갖춘 후보자가 지명될 수 있도록 국회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변 사법센터(소장 장유식 변호사)는 논평을 내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대법원장 후보자 설명자료’라는 장문의 문건을 작성하고, 국회 안을 돌아다니면서 이균용 후보자의 임명 동의를 부탁하고 있다고 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법원행정처의 행위는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법원행정처의 행위는 공적 기관의 사적 이용”이라고 꼬집었다.
민변은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사법행정 차원에서 법원행정처가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서 후보자의 개인신상 사항, 후보자의 성범죄 판결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는 사항 등 후보자를 변호하는 내용이 2/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며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이지 이균용 후보자의 인사청문 준비기관이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민변은 “법원행정처는 재판을 지원하는 사법행정을 하는 곳이며, 이균용 후보자를 옹호하는 대리기관이 아니다”며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 국회 동의 여부에 대해 국회에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범위는 대법원장 공백 장기화에 따른 우려까지”라고 지적했다.
민변 사법센터는 “그러나 본회의 의결이 이미 10월 6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법원행정처가 별도로 국회 의결을 촉구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국회 동의를 얻은 후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 인사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발 벗고 가결이라는 특정한 입장을 옹호하고 나서는 것은 법원행정처에 부여된 권한과 업무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민변은 “법원행정처의 후보자 개인 신상 옹호 행위는 행정처의 업무를 넘어선 공적 기관의 사적 이용”이라며 “법원행정처의 후보자 가결을 위한 대국회 활동 자체가 법원행정처의 부적절한 권한 사용을 보여주고 예고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변은 “그러므로 국회의원들은 법원행정처의 문건을 그냥 받을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라며 제시했다.
▶ “법원행정처는 어떤 법적 권한을 근거로 후보자의 개인 신상을 옹호하는 주장까지 할 수 있다고 보는가”
▶ “대법원장이 제청하는 대법관 후보와 달리, 대법원장 후보는 대통령이 지명한 ‘그 후보’가 대법원장으로 적절한지 검토한 바가 없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면 국회에는 동의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 국회가 적정하게 동의권을 행사하게 위해 설명을 요청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법원행정처가 발 벗고 나서서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의 개인 신상을 변호하고,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문건을 작성하고 대국회 활동을 하는 것은 대통령과 국회, 사법부의 권력 분립에서 적절한 균형과 선을 넘는 것이 아닌가”
▶ “(이균용)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을 계승한다고 했다. 사법행정 업무를 하는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 후보자의 개인 신상을 옹호하는 문건을 작성하는 것이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인가”
▶ “<대법원장 후보자 설명자료 문건>에는 비상장 주식 재산신고 누락, 불법 증여 의혹. 자녀들의 건강보험 부정수급 의혹, 장남의 대형 로펌 인턴 관련 의혹, 후보자 가족회사의 편법, 탈법 운영 의혹에 대해 등에 대해 ‘비상장주식을 은닉하고자 재산신고를 누락했다는 일각의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님’, ‘어떠한 정황사실도 확인되지 않음’, ‘처가 식구들도 억울한 심정을 호소하고 있음’ 등 후보자의 대리인이 작성했음직한 일방적 내용들이 들어있다. 법원행정처가 후보자의 일방적인 변명을 그대로 옮기는 등 후보자의 대리인과 같이 행동하는 것이 적절한가, 타당한가”
민변 사법센터는 “법원행정처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가결을 위한 대국회 활동 자체가 후보자의 사법행정에 대한 철학의 빈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며, 대법원장 자격 없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민변은 “만약 후보자 신분에서 이와 같이 법원행정처를 활용하고자 하고 법원행정처의 행위를 알면서도 용인했다면, 이는 후보자의 사법행정에 대한 철학의 빈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법원장 후보자는 말과 행동의 다름, 자신에게 적용하는 기준과 타인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 인사청문회에서도 여러 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 본회의를 앞둔 지금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법원행정처를 활용한 대국회 활동이라는 행동을 통해 ‘재판중심의 사법행정’을 하겠다는 말도 말뿐이라는 사실, 대법원장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변은 “법원행정처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개인의 변명을 설명하고 옹호하는 의도로 작성된 문건을 들고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이를 이균용 후보자가 용인했다면 그 자체로 이균용 후보자는 사법행정에 대한 철학이 없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며, 대법원장 자격이 없다”고 일축했다.
민변은 “국회는 자격없는 대법원장 후보 임명 동의안을 부결하고, 대법원장 자격을 갖춘 후보자가 지명될 수 있도록 국회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