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보험사와의 법적 분쟁이 상당한 가운데 보험계약자(소비자)들에게 반가운 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험사들은 백내장 수술에 대해 ‘안경, 콘택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백내장으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백내장 수술’은 단순히 ‘외모 개선 목적의 치료로 인해 발생한 의료비’로 보기 어려워 보험사는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특히 백내장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잠시 입원해 의사의 관찰을 받는 것에 대해 ‘입원치료’라고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부산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7월 현대해상화재보험과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보험 약관 중 질병입원 실손의료 보장 특별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질병으로 인하여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입원의료비 즉, 입원실료, 입원제비용, 입원수술비 중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또는 의료급여법에서 정한 의료급여 중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부분의 합계액 중 90% 해당액을 하나의 질병당 보험가입금액을 한도로 보상한다”고 규정돼 있다.
A씨는 2022년 7월 21일 부산의 한 안과병원에서 양안에 백내장이 의심되며 특히 우안의 백내장이 매우 심하고 후낭파열 등의 합병증 발생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안저 확인이 안 돼 시력 예측이 어려운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고, 이에 A씨는 백내장 수술을 받기로 했다.
A씨 다음날 오전 11시 병원에 입원해 양안에 노년백내장 등이 확인돼 12:09부터 12:24까지 우안에 수정체유화술 및 인공수정체삽입술을 받고, 오후 5시경까지 입원상태로 처치와 간호를 받은 다음 퇴원했다.
A씨는 다음날에도 오전 8시 45분 병원에 입원해 좌안 노년백내장 진단에 따라 09:40부터 09:52까지 수정체유화술 및 인공수정체삽입술을 받고, 14:45경까지 입원상태로 처치와 간호를 받은 다음 퇴원했다.
A씨가 수술과 관련해 지급한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부분의 합계액은 1400만원에 달했다.
이에 A씨는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현대해상화재보험은 거부했다.
현대해상은 “A씨에게 시행된 수정체유화술 등은 보험약관상 보상하지 않는 손해인 ‘안경, 콘택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에 해당하고, 이 사건 보험은 피보험자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경우에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인데, 원고는 입원치료를 받은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보험금 청구소송을 냈다.
부산지방법원 민사제24단독 이영갑 판사는 최근 A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262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 사건은 3000만원 이하의 소액사건이어서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판결서에 ‘판결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영갑 판사는 판결이유를 자세히 설시하며 보험사와 계약자와의 백내장 수술 보험금 분쟁에 가이드를 제시하며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 백내장 수술이 ‘안경, 콘택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인지 여부
A씨가 현대해상과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시행되던 실손 의료보험 표준약관에는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서 ‘안경, 콘택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이라고만 규정돼 있었다.
그런데 백내장 치료과정에서 사용된 다초점 인공수정체 비용과 관련해 분쟁이 급증하자, 금융감독원은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실손 의료보험의 보장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2016년 1월부터 적용되는 표준약관을 ‘안경, 콘택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로 개정했고, 현대해상화재보험도 이에 따라 2016년 1월부터 보험약관을 개정했다.
A씨가 가입한 보험약관 제3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를 나열하고 있는데, 그 중 백내장수술과 관련된 부분은 ‘외모개선 목적의 치료로 인하여 발생한 의료비’ 중 ‘안경, 콘택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이라는 항목이다.
이영갑 판사는 “백내장 치료를 위한 수술적인 처치는 백내장으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한 후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하므로 인공수정체의 사용이 필수적”이라며 “이때 삽입된 인공수정체는 기존 수정체의 기능을 대신하게 된다”고 백내장 수술을 짚었다.
현재 사용되는 인공수정체의 종류에는 ‘단초점’ 인공수정체와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있다. 단초점 인공수정체는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대상이 되는 반면,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영갑 판사는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면 환자는 원거리와 근거리를 모두 볼 수 있어 시력교정의 효과가 큰 반면, 단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면 초점을 고정시킬 수밖에 없어 시력교정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했다.
A씨는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시력교정 효과가 큰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했다. 비용면에서 다초점은 단초점에 비해 훨씬 비싸다.
이영갑 판사는 “백내장으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것은 백내장이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시력 개선의 효과까지 가져오게 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를 ‘안경, 콘택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갑 판사는 “그러나 이러한 백내장 수술을 보험약관에서 말하는 단순히 ‘외모개선 목적의 치료로 인하여 발생한 의료비’로 보기는 어렵다”며 “의료기술의 발달에 따라 백내장이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 시력교정의 효과가 부수적으로 생기는 것으로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갑 판사는 “더욱이 2016년 1월 이전에는 보험약관에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 수술방법 또는 치료재료가 사용되지 않은 부분은 시력교정술로 봅니다)라는 내용도 없었다”고 짚었다.
◆ 법원 “입원 여부는 수술 담당한 의사가 판단…입원치료 인정”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입원은 환자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낮거나 투여되는 약물이 가져오는 부작용 혹은 수수효과와 관련해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경우, 약물투여ㆍ처치 등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환자의 통원이 오히려 치료에 불편함을 끼치는 경우 또는 환자의 상태가 통원을 감당할 수 없거나 감염의 위험이 있는 경우 등에 환자가 6시간 이상 병원 입원실에 체류하면서 의료진의 관찰 및 관리 하에 치료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영갑 판사는 “우안 수술의 경우, 원고는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고 병실로 가서 안정을 취하다가 오후 5시경 퇴원했는데, 원고가 퇴원할 때까지 의료진의 관찰을 받았고, 좌안 수술의 경우 침상에서 안정을 취하다가 오후 2시 45분경 퇴원할 때까지 의료진의 관찰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영갑 판사는 “백내장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산동제 및 마취제, 점탄물질 등의 여러 약제를 눈에 투약하게 되며, 이러한 약물은 혈압상승, 두드러기, 쇼크 등의 전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또한 백내장 수술 후에는 전방 출혈 및 안압 상승 등으로 인한 통증, 인공수정체의 위치 이탈 등의 안구 내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이러한 약물 부작용 및 수술에 따른 합병증의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처치하기 위해 일정시간 입원관찰이 필요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영갑 판사는 “보험약관에서도 ‘입원’을 ‘의사가 질병 또는 상해로 인하여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로서 자택 등에서의 치료가 곤란하여 병원, 의료기관 또는 이와 동등하다고 인정되는 의료기관에 입실하여 의사의 관리를 받으며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어, 질병의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 및 자택에서 치료가 곤란한지 여부 역시 전문가인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야 할 것인데, 원고의 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백내장 수술 후에는 전방 출혈 및 안압 상승 등으로 인한 통증, 인공수정체의 위치 이탈 등의 안구 내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일정시간 입원 관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치료는 입원치료라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현대해상보험은 보험약관에 따라 원고가 지출한 1402만원의 90%에 해당하는 1262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한편,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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