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승용차 번호판 영치 단속에 항의하면서 경찰관의 가슴을 밀치고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하며 경찰관의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부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한다’는 법리에 따라 경찰이 경찰청의 지침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과태료 징수업무를 집행했다고 봐 무죄를 선고했다.
청주지방법원 판결문에 적시된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50대, 여)는 2016년 8월 아들의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남편 B씨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청주의 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경찰관 2명으로부터 운행 중인 승용차가 과태료 체납으로 번호판 영치대상이라는 이유로 단속을 당하게 됐다.
경찰관들이 차량 번호판을 영치하려고 하자 A씨가 화가 나 승용차에서 내려 단속에 항의하면서 “지X하네, 부인도 없고 자식도 없냐”고 하고, 양손으로 K경찰관의 가슴을 밀치고 멱살을 잡았다는 혐의다.
경찰과 검찰은 A씨의 행위를 폭행으로 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사실 A씨 부부가 타고 있던 승용차는 교통법규위반 14건으로 97만원의 과태료를 체납했고, 2014년 3월 사전 번호판영치 안내문이 승용차 명의자에게 송달된 상태였다.
B씨도 번호판을 영치하려는 것에 화가 나 경찰관들에게 욕설하고, 차량을 운전해 H경찰관의 양쪽 무릎을 2차례 충격해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A씨 부부가 경찰관의 과태료 체납 단속에 관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한편, ‘경찰청 교통과태료 부과 징수 매뉴얼’에는 “운전자가 있는 차량이 과태료 체납에 관해 사전통지서를 수신했고 번호판 영치대상인 경우, 운전자에게 납부의사를 확인” 하도록 하고, “과태료 납부의사가 있을 경우 민원실에 연락해 가상계좌를 부여하고 번호판 영치유예증을 발급” 하도록 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유예(죄는 인정되지만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B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A씨에 대한 양형 부당을 이유로 또 B씨 무죄에 대한 사실 오인을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B씨는 물론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유예 된 A씨에게도 무죄로 판단했다.
청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송인혁 부장판사)는 최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유예 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2017노1604)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A씨의 남편 B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가 경찰들에게 욕을 하고 경찰관 K에게 달려들어 양손으로 가슴을 밀치고 멱살을 잡는 행위를 할 당시 경찰관들이 구체적으로 적법한 공무집행을 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적법한 공무집행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단속 당시 체납 과태료를 완납할 돈이 없었기 때문에 이를 납부하지 못했을 뿐 축구장에 진행되는 아들 축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일단 보내주면 추후라도 과태료를 납부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라는 취지로 진술했고, 그 진술의 구체성 일관성 등에 비춰 볼 때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이 같이 피고인들이 납부의사를 밝혔다면 경찰관들은 피고인들에게 가상계좌를 부여하고 번호판 영치유예증을 발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관들은 승용차에 과태료가 체납돼 번호판 영치차량으로 확인된다는 이유로, 차량을 옆으로 정차시킨 다음 순찰차에서 내려 운전하고 있던 피고인 B에게 체납 내용과 처리 절차 등에 대한 설명만을 한 후 즉시 앞 번호판을 영치하려고 했다”며 “결국 경찰관들은 운전자의 불편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의 취지에 따라 가상계좌를 부여하고 번호판 영치유예증을 발급하는 절차를 설명하며 이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다소 일방적으로 직무를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들에게 체납 과태료의 납부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경찰관들은 운행 중인 피고인들의 승용차를 가까운 경찰관서 또는 주차장 등으로 이동시켰어야 함에도 그러지 않고 도로 위에서 승용차에 대한 번호판 영치를 시도했다”며 “뿐만 아니라 경찰관들은 번호판 영치를 위한 공구도 구비하지 않아 번호판을 바로 떼지 못하고 동료 경찰관이 탄 순찰차를 무전으로 불러 번호판을 떼어 시간을 지체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관들의 이런 행위는 경찰청의 지침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과태료 징수업무를 집행한 것으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고, A에 대한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남편 B씨에 대해서도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증인 Y씨는 이 사건 노상 약 5m 떨어진 곳 신호대기 상태에서 현장 상황을 목격했고, 그의 진술에 따르면 ‘경찰관이 차량 앞에 서서 뭔가를 적고 있을 때, 그 옆에서 A가 항의하다가 갑자기 쓰러졌고, 그러자 B가 차에서 내려 경찰관에게 거칠게 항의했으며, 이후 경찰관이 B를 제압했고, B의 차량은 당시 계속 정지 상태로 있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증인의 진술은 그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수사초기에 스스로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하기도 했던 점에 비춰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고, 반면 경찰관들의 진술은 서로 모순될 뿐만 아니라, 증인 Y의 진술에도 배치돼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경찰관들이 현장 상황을 녹음한 내용(CD)을 들어보더라도, 거기에 A가 경찰관과 말다툼하는 내용은 나오나, B가 욕설한 내용이나 승용차를 진행시켜 경찰관의 무릎을 충격한 상황으로 볼 만한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고, 단지 경찰관이 B의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한다고 고지하는 음성만이 나올 뿐이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물적 증거는 찾아보기 어려운 점,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이 적법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도 보태어 보면,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며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항소를 기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