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삼설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최대의 수혜를 본 장본인 이재용이 무죄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1심 법원의 판결은 전대미문의 ‘삼성 봐주기’ 판결로, 오로지 이재용과 삼성의 무죄를 위해 기본적인 사실조차 왜곡한 최악의 판결로 평가한다”고 혹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삼성그룹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1심 재판에서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기소된 삼성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이 사건은 삼성물산ㆍ제일모직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에 관한 것으로, 2020년 9월 1일 검찰은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실행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과정에서 그룹의 조직적인 부정거래행위,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이 있었고, 이러한 불법합병을 은폐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등이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해, 이재용 회장, 최지성 전 미려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팀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11명과 회계법인 임원 등 총 13명(회계법인 포함 14명)을 기소했다.

이에 대해 3년 반이 지나 내려진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모든 혐의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삼성물산 불법합병과 경영권 승계, 이재용 1심 판결 분석 및 앞으로의 과제
삼성물산 불법합병과 경영권 승계, 이재용 1심 판결 분석 및 앞으로의 과제

이와 관련 지난 5일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어렵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첫째,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의 지배권 승계 내지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뇌물죄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재용과 미래전략실이 주도해 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고, 합병 등 승계작업에 대한 지원 대가로 뇌물을 공여한 사실을 확정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경제개혁연대는 “1심 법원의 판단은 같은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기존 판단과 모순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합병이 지배권 승계 외에도 사업적 목적에서 추진되었다는 점을 언급함으로써 이재용 등 피고인들의 배임의 의도를 제거한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다른 사건에서는 범죄의 여러 목적이 있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목적이 있다면 범죄의 의도를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재판부의 판단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합병비율이 불공정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러나 합병 당시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대비 자산 규모가 3배, 매출액 규모가 6배였고, 소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회사 주식가치만 하더라도 합병가액을 크게 초과했으나,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대비 0.35배로 책정돼 불공정 합병 논란이 제기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제개혁연대는 “1심 법원의 판단은 삼성물산 불공정 합병으로 인해 삼성물산의 주주와 국민연금이 상당한 손해를 입었고(경제개혁연구소는 최소 1140억원 이상의 손실 추정), 심지어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엘리엇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 소송에서 약 687억원의 손해를 인정받은 사실 자체를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셋째, 그 외에도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찾아낸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의 은닉 자료와 장충기 전 사장의 문자 메시지 부분에 대한 증거능력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는 삼성미래전략실의 주도적인 역할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혐의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나아가 검찰은 삼성이 이재용의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수년간 치밀하게 계획한 ‘프로젝트-G(Governanceㆍ지배구조) 승계계획안’을 유죄의 유력한 증거로 제시한 바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목적이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배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에 있었음에도 마치 각사 이사회의 경영상의 판단으로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속였다는 주장했으나, 이는 법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모두 배척되었다”고 전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재용은 ‘이재용 → 삼성물산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권 강화를 꾀할 수 있었던 반면, 삼성물산 주주들은 손해를 본 기본적인 사실조차 1심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러나 합병으로 최대의 수혜를 본 장본인 이재용이 무죄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판결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으로, 향후 재벌에 온정적인 사법부의 관행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제개혁연대는 “한편, 이 사건을 맡아 수사하고 기소했던 이복현 경제범죄형사부 검사는 얼마 후 금융감독원장으로 이직했으며, 3년 반 동안 100차례가 넘는 공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검찰이 다른 주요 형사사건과 동일한 비중으로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것은 결국 검찰총장의 의지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검찰이 이 사건을 즉시 항소하고, 향후 공소유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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