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의힘 내홍을 다루는 보수 일간지들의 사설을 읽을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든다. 이들은 대선을 앞두고 유력 인사들이 서로 내부 총질을 하거나 비협조로 일관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나경원, 한덕수, 권성동 사이에 슬며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끼워 넣는다. 모두가 문제라는 식이다.옳고 그름의 문제에서 이 같은 양비론(兩非論)은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진짜와 가짜를 섞어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교활한 수법이다. 의(義)와 불의(不義)를 가리는 문제에서 “둘 다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명확
당나라 현종의 기대조(황제의 대국 상대)였던 왕적신(王積新)은 바둑을 두는 사람이 새겨야 할 열 가지 교훈을 남겼다. 위기십결로 알려진 이 가르침은 널리 전파되며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주고 있다.바둑에 비유할 때 현재 국민의힘은 곤마(困馬)에 물린 상황이다. 8명의 예비후보가 나와 1차 경선을 치르고 있지만, 민심은 싸늘하다. 그러나 궁즉통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위기십결을 적용하며 헤쳐 나갈 방안이 있는지 한번 궁리해 본다.먼저 부득탐승(不得貪勝)이다. 너무 이기려고 욕심 부리면 안 된다
조선 중종 시절에 속고내(束古乃)라는 여진족이 소란을 일으켰다. 속고내는 변경 마을을 약탈하고 백성들을 납치하는 등 피해를 입혔으나, 신출귀몰하여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속고내가 압록강 인근에서 사냥 중이라는 첩보가 입수됐다.병조판서 유담년은 그를 기습해 사로잡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왕도정치를 주장하던 조광조는 “사냥하는 사람을 엄습하는 건 인의(仁義)에 어긋난다”며 “그런 술책을 쓰면 국가의 체면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황당무계한 소리였지만 중종은 조광조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게 조선은
보수 진영의 대들보는 기독교다.유신론과 창조의 섭리를 수용하는 기독교는 유물론 및 인본주의 사상과 대척점에 서 있다. 무신론적 유물사관에 입각한 마르크시즘은 물론, 동성애·트랜스젠더 등 성(性)정체성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는 젠더 이데올로기와도 상충한다.따라서 좌익 이론가와 활동가들은 보수 진영의 성채 역할을 하는 교회를 파괴하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했다. 대중매체와 교육·문화 등 영역을 점령해 사상 전파 도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는 “교회에 침투해 교회를 해체하라”는 강령
우리나라의 보수 유권자는 다층적으로 구성돼 있다. 편의상 같은 범주에 속하지만, 세부적인 의식구조와 지향점이 다르다.중도층에 속한 우파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리버럴리즘 성향이 강하다. 교육과 문화ㆍ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상황에 따라 다른 진영 후보에게 투표하기도 하는 부동층이다.보수 진영의 중앙을 차지하는 중심층은 대한민국이 지난 세기 이룩한 경제ㆍ안보 분야의 성취를 중시한다. 자유 못지않게 자유의 토대가 되는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시장경제와 전통적 가족 질서를 옹호하는 경향을 띤다.보수의 끝자락에는 강성 지
이제 막 왕위에 오른 젊은 솔로몬에게 하나님이 나타났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구하라”고 했다. 솔로몬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듣는 마음(레브 쇼메아)’을 달라 청했다. 흡족하게 여긴 하나님은 그에게 전무후무한 지혜와 총명을 허락한다.솔로몬은 지혜와 관련한 여러 일화를 남겼다. 대표적인 것이 두 창기가 갓난아이를 놓고 서로 진짜 엄마라 주장한 재판이다. 여인들의 논쟁을 다 들은 솔로몬은 아기를 반으로 갈라 나눠주라 명했다. 그러자 진짜 엄마는 아기를 넘길 테니 제발 죽이지 말아 달라고 간
답답하다. 극우의 존재는 더 위험한 세력을 상대적으로 온건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줄 뿐이다. 가짜뉴스를 신봉하며 법원에서 난동 피우는 세력을 지지할 상식적 국민은 없다. 그럼에도 여권 지도부는 이런 사람들에 기대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참담한 현실이다.모든 몰락은 자멸(自滅)이다. 야당 탓을 할 필요 없다. 극우가 작출한 착시 현상은 합리적 보수에 기대를 걸고 남아 있던 중도층 이탈을 가속하고 있다. 가짜뉴스와 혐오주의에 뿌리 내린 선동은, 외려 정권을 넘겨줄 기회를 활짝 열어젖힐 뿐이다.혼란스러운 때일수록 분별이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