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흥국화재해상보험이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백내장 수술을 한 안과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백내장 보험금 분쟁의 핵심사안 중에 보험사들은 ‘입원 6시간’을 주장하며 보험가입자가 백내장 수술을 받고 6시간 미만 입원일 경우 ‘입원치료’를 인정하지 않고 ‘통원치료비’를 지급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대법원은 “입원에 대해 ‘입원실 체류시간만을 기준으로 입원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환자의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과 경위, 환자의 행동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법원
법원

특히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백내장 수술을 한 안과의사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 발생하고 있는데, 법원은 “백내장 수술을 받은 당일 6시간 미만의 입원 후 퇴원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가 허위의 입퇴원확인서를 발급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흥국화재해상보험이 자사의 보험가입자들이 백내장 수술을 진행한 안과의사를 상대로 ‘과잉진단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여러 주장을 했는데, 법원은 흥국화재의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여지 않았다. 쉽게 말해 안과의사에 책임이 하나도 없다고 판단했다.

용상 대통령실 앞에서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받지 못한 가입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삼성화재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 DB손해보험 등은 지난 6월부터 백내장 수술의 경우 대체로 ‘통원치료’로 간주해 통원치료비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어, 가입자들과 분쟁이 나고 있다. 

통원치료비는 보험사에 따라 하루 25만원에서 30만원에 불과해, 한쪽 눈당 수백만원을 들여 백내장 수술을 받은 보험가입자들의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 

이번 판결은 백내장 분쟁 관련에도 상당히 의미가 있는 판결이어서 자세히 보도한다.

◆ 흥국화재해상보험은 왜 안과의사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 냈나?

흥국화재해상보험(대표이사 권중원)은 김OO씨 등과 가입자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 경우, 의료비 상당액을 지급하기로 실손의료비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서울 강남에서 안과의원을 운영하는 A원장(안과전문의)은 2018년 6월~2019년 7월 사이 자신의 병원에 찾아온 김OO씨 등 3명에게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백내장수술을 했다.

A원장은 김씨 등에게 수술 검사비 등 진료비를 받았고, 김씨 등은 흥국화재해상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해 받았다.

흥국화재는 “금융감독원 표준약관의 개정에 따라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이 실손의료비 보험 보장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로 인해 환자들이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수술 비용에 부담을 느껴 수술을 기피하자, A씨는 실손의료비 보험계약 가입자를 유인해 병원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흥국화재는 금감원이 2016년 1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대상 수술방법 또는 치료재료가 사용되지 않는 부분은 시력교정술로 본다’는 규정을 추가해 표준약관을 개정했다는 것과 보험약관 중에 ‘외모개선 목적의 치료로 인하여 발생한 의료비’, ‘안경 콘택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은 입원의료비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다는 약관을 근거로 들었다.

흥국화재는 구체적으로 “김씨 등이 병원에 머무른 시간이 3시간 또는 1시간 10분 남짓에 불과해 병원 체류시간이 6시간이 되지 않아 관련법령 및 약관상 ‘입원진료’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김씨 등이 25만원 한도의 통원의료비가 아닌 5000만원 한도의 입원의료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입원처리를 하고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하는 방법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개정 표준약관이 적용된 2016년 1월부터 렌즈비용을 기존보다 낮게 책정하고, 검사비용을 기존보다 높게 책정하는 등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닌 재료대(렌즈비용 등)를 보험금 지급대상인 검사비로 전용하는 방법 등을 이용해 요양급여진료명세서를 발급하고, 김씨 등이 명세서를 보험사에 교부하게 함으로써, 보험사가 김씨 등에게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상한도를 넘는 보험금을 지급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A원장이 2018년 6월 이전에는 초음파진단료로 30만원을 받았는데, 2018년 6월 이후에는 초음파진단료로 157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씨 등 3명의 양안 즉 6회 검사비가 942만원(157만원 × 6회)인데, 30만원씩 계산하면 180만원이 적정하다는 것이다.

흥국화재는 “A씨의 이 같은 사실과 다른 진료비 영수증 작성 및 발급행위 등 기망행위는 의료법 및 형법을 위반한 위법행위”라며 “따라서 A씨는 흥국화재가 김씨 등에게 지급한 보험금 943만원과 적정보험금 상당 합계액 205만원의 차액인 738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 흥국화재 1심과 2심도 패소…항소심 판단 뭔가?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7단독은 2020년 12월 흥국화재해상보험이 안과의원 A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에 흥국화재가 항소했는데,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1-2민사부(재판장 김수경 부장판사)도 지난 2월 16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21나3617)

재판부는 “피고(A)가 피보험자(김씨 등)들과 공모해 원고를 기망함으로써 보험금을 편취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흥국화재보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백내장은 노화 등으로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감퇴가 오는 질환으로써, 이로 인해 시력장애가 발생할 경우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데, 이때 사용되는 인공수정체의 종류로는 단초점 인공수정체와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있다”며 “김씨 등은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치료재로로 선택해 수술을 받았는데, 이는 의사인 피고와의 상담 등을 통해 근거리 시력과 원거리 시력을 모두 교정할 수 있는 등 다초점 인공수정체의 장점 등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개정 표준약관 시행일 전후로 렌즈비용은 낮아진 반면 검사비용은 대체로 높아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건강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법정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한 비용의 결정과 납부는 의료기관과 환자 사이의 사적자치영역으로 볼 수 있는 점, 검사장비의 취득 및 유지, 관리나 검사인력 투입 등 상황에 따라 검사비용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인공수정체 비용, 검사비용의 증감 경향만으로는 피고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해 의료법을 위반했다거나 원고를 기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2020년 8월 보건복지부고시로 개정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보험급여)’에 따라 2020년 9월부터 안구ㆍ안와에 질환이 있거나 의심돼 의사가 초음파검사를 실시할 경우 검사비용은 요양급여 대상에 포함됐는데, 개정 고시 시행일 무렵 피고의 비급여 인공수정체 비용이 기존 120만원~170만원에서 460만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비급여 대상의 변경을 이유로 환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보여 부적절한 측면이 있기는 하나, 이를 피고가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라거나 원고를 기망한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흥국화재보험과 백내장보험금 분쟁을 하고 있는 가입자가 시위하고 있다.

◆ “백내장 수술 받은 당일 6시간 미만 입원 후 퇴원 이유만으로, 의사가 허위 입퇴원확인서 발급 단정할 수는 없다”

재판부는 특히 ‘입원’에 대한 판단에서 “입원실 체류시간만을 기준으로 입원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상기시키면서, ‘6시간 이상 입원실 체류’를 주장하는 보험사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입원’이람 함은 환자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낮거나 투여되는 약물이 가져오는 부작용 혹은 부수효과와 관련해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경우, 영양상태 및 섭취음식물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 약물투여ㆍ처치 등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환자의 통원이 오히려 치료에 불편함을 끼치는 경우 또는 환자의 상태가 통원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나 감염의 위험이 있는 경우 등에 환자가 병원 내에 체류하면서 치료를 받는 것으로서, 보건복지부 고시인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등의 제반 규정에 따라 환자가 6시간 이상 입원실에 체류하면서 의료진의 관찰 및 관리 하에 치료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나, 입원실 체류시간만을 기준으로 입원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고, 환자의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과 경위, 환자들의 행동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대법원이 2009년 5월 28일 선고한 판결(2008도4665) 내용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이 사건 김씨 등이 수술을 받은 당일 6시간 미만의 입원 후 퇴원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가 허위의 입퇴원확인서를 발급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흥국화재해상보험은 1심 판결에 이어 항소심 판결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보험사들이 백내장 수술을 진행한 안과의사들을 상대로 과잉진료를 이유로 소송을 걸기는 부담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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