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한화손해보험사가 각종 질병으로 8년 동안 373일간 입원치료를 받은 보험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3289만 원에 대해 과잉입원ㆍ허위입원으로 보고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으나, 법원이 일축했다.

이 사건은 ‘입원’의 필요성이 핵심이다. 한화손해보험은 모 의료기관의 감정촉탁결과를 근거로 가입자가 너무 오랜기간 동안 과잉입원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입원의 필요성은 입원 당시 환자의 건강상태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질병의 종류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입원치료에 따른 진료, 약물 처치 및 경과 관찰은 의사가 문진이나 임상검사 결과 등에 따른 의학적 판단에 기초해 실시하는 것이므로, 이를 신뢰하기 어려울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입원치료’ 여부의 판단은, 외부 감정촉탁기관이 아닌 환자를 직접 문진하는 담당의사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보험사들은 입원치료비 지급을 줄이기 위해 환자 입원의 적정성 여부까지 외부기관에 의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손해보험

이 사건은 이렇다.

2008년에 한화손해보험에 가입한 A씨는 2013년 3월 추간판장애로 11일간 입원치료를 받을 것을 시작으로 2020년 2월까지 8년 동안 31회에 걸쳐 병원과 의원에서 총 373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질병 내역을 보면 추간판장애, 반달연골 이상, 척추협착/고지혈증, 무릎의 내이상/근육통, 충수염 등이 있다. 2018년에는 노인성핵백내장 수술 2회를 받으며 이틀 입원치료를 받았다.

A씨는 보험계약에 따라 의료기관의 입퇴원확인서 등을 첨부해 한화손해보험에 질병입원비 등 보험금을 청구해 8년 동안 총 3289만 원을 받았다.

한화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그런데 한화손해보험사(대표이사 강성수)는 당초 A씨의 입원기간 373일에 대해 지급된 보험금 3289만 원이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진행 중 한화손해보험은 의료기관 C협회의 감정촉탁결과를 근거로 “A씨가 입원치료를 받는 기간 중 123일은 입원 필요성이 없었다”며 “과잉 또는 허위 입원으로 지급받은 보험금 1337만 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초 청구취지를 감축하지는 않았다.

법원 마크
법원 마크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민사3단독 곽희두 부장판사는 지난 6월 한화손해보험이 가입자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한화손해보험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20가단82632)

곽희두 부장판사는 “감정촉탁결과만으로는 피고가 입원의 필요성이 없었음에도 보험금, 특히 입원일당 일정 금액이 지급되는 질병입원비, 16대 질병입원비 등을 지급받기 위해 허위ㆍ과다 입원해 치료를 지급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특히 곽희두 부장판사는 “‘입원’의 필요성은 입원 당시 환자의 건강상태, 상황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질병의 종류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환자의 입원치료에 따른 진료, 약물 처치 및 경과 관찰은 전문가인 의사가 문진이나 임상검사 결과 등에 따른 의학적 판단에 기초해 실시하는 것이므로, 이를 신뢰하기 어려울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곽희두 부장판사는 “또한, 통원치료가 가능한 모든 경우에는 입원치료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볼 것은 아니고, 설령 통원치료가 가능한 경우라도 환자의 정신적ㆍ육체적 건강상태나 환자가 용이하게 통원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 등 환자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입원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의사나 환자에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입원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곽희두 부장판사는 “피고(A)가 받은 입원치료도 의사들이 직접 피고를 면담, 진찰한 후 의학적 판단에 기초해 결정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피고가 의사들에게 허위의 증상을 호소해 진단을 받았다거나, 피고를 진찰한 의사들이 허위ㆍ과다 입원을 용인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곽희두 부장판사는 “과거의 진료기록이나 통계적 임상자료 등을 토대로 입원의 필요성을 사후적으로 판단할 경우에는 정확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곽희두 부장판사는 “C협회 감정촉탁결과도 피고의 일부 입원치료 내역에 관해 진료기록만을 토대로 일정기간 내외의 입원으로 충분했을 것이라는 정도의 판단을 한 것에 불과하므로, 감정촉탁결과만으로 당시 담당의사가 문진이나 임상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피고의 정신적ㆍ육체적 건강상태를 진단한 후 피고의 구체적인 상황까지 고려해 입원치료를 결정한 것에 대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5년 10월 미세현미경 척추관확장술, 2017년 4월 좌측 슬관절 반월상 연골 봉합술, 2017년 7월 내측 반월상 연골 복합 파열의 하방 피편 제거술 등을 받았는데, 피고의 입원치료는 각 수술의 병증과 관련된 것으로 수술을 전후해 상당 기간 입원치료가 필요했을 것으로 봤다.

또 A씨가 입원기간 중 몇 차례 외출을 했던 것으로 보이나, 전체 입원일수에 비추어 입원치료의 필요성 자체를 의심케 할 만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곽희두 부장판사는 “피고는 입원치료 사유 및 병명 등에 관한 의료기관의 입퇴원확인서 등을 첨부해 원고에게 보험금을 청구하고, 이에 대해 원고는 일정한 기준에 의한 심사를 거쳐 피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가 질병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했다는 이유로 원고가 보험금을 감액해 지급하거나 지급을 거절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입원치료를 받은 병원들 중 허위․과다 입원으로 적발된 병원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2008도4665)에서 ‘입원’의 정의는 이렇다.

“입원이라 함은 환자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낮거나 투여되는 약물이 가져오는 부작용 혹은 부수효과와 관련하여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경우, 영양상태 및 섭취음식물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 악물투여처치 등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환자의 통원이 오히려 치료에 불편함을 끼치는 경우 또는 환자의 상태가 통원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나 감염의 위험이 있는 경우 등에 환자가 병원 내에 체류하면서 치료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와 같은 입원 필요 여부는 환자의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과 경위, 환자들의 행동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한화손해보험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이 사건은 현재 광주지방법원 제3-3민사부에서 항소심 심리가 진행 중에 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