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현대해상보험이 백내장 수술치료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고객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냈다가 1심 법원에서 패소하자,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소송은 백내장 수술에 따른 실손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손해보험사와 가입자와의 분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백내장 수술을 받고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받지 못한 가입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법원은 특히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거부 근거로 삼는 ‘약관’의 포괄적 확장해석에 대해 “약관의 내용이 명백하지 않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고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다”고 명시한 점은 보험가입자들에게 반가운 판결이다.

백내장 수술을 받고 현대해상보험사로부터 보험금 받지 못한 가입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먼저 이 사건의 핵심 쟁점부터 간략하게 짚으면 두 가지다.

현대해상보험은 수술을 받은 고객이 세극등 현미경 검사 사진상 수정체의 혼탁이 확인되지 않아 백내장 질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가장 정확한 검사는 (사진이 아니라) 담당의사가 세극등 현미경을 통해 육안으로 백내장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현대해상보험은 또 “백내장 수술을 경우 단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고객이 다초점 렌즈 삽입술을 선택해 시력교정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의 효과를 꾀했다”면서 “수술 전부터 착용하던 다초점렌즈를 대체하기 위해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는 의료비용은 면책대상”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단지 단초점 인공수정체가 아닌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통해 부수적으로 시력교정을 통한 삶의 질 개선효과가 발생했다고, 이를 보상하지 않는 비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백내장 수술을 받고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받지 못한 가입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백내장 수술을 받고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받지 못한 가입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때문에 이 판결은 백내장 다초첨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 후 보험금을 받지 못하던 보험가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분쟁에서 법원이 상대적 약자인 가입자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항소심 판단이 주목된다. 

◆ 현대해상보험의 주장은?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판결문(판결서)에 따르면 A씨는 2009년 현대해상화재보험사(대표 이성재, 조용일)의 실손보험 상품에 계약했다. A씨는 2020년 11월 ‘기타 노년 백내장’ 진단을 받고 양쪽 눈에 수정체 초음파 유화술과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았다.

이에 A씨는 현대해상보험에 환자 본인 부담금인 899만 5450원을 달라며 보험금지급을 청구했다.

백내장 수술을 받고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받지 못한 가입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해상보험사는 “보험계약상 보험금 지급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약관에 따라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질병’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피고(A)의 경우 세극등 현미경 검사에서 수정체 혼탁이 확인되지 않아 백내장 질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결국 피고가 백내장이라는 질병으로 인해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할 수 없어, 원고는 질병 치료를 전제로 한 보험금 지급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맞섰다.

현대해상보험은 또 “설령 피고가 백내장 질병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통상 백내장 수술의 경우 단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피고의 경우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선택해 시력교정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의 효과를 꾀했다”고 주장했다.

현대해상보험은 “약관에 ‘안경, 콘텍트렌즈’ 등의 대체비용의 경우 이를 면책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백내장 수술 전부터 착용하던 다초점안경을 대체하기 위해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는 의료비용의 경우 면책돼 원고는 보험금 지급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폈다.

반면 A씨는 “백내장 질환으로 인해 병원의 진단에 따라 백내장 수술을 한 것이므로, 원고는 약관 제20조에 따라 백내장 수술비 등 899만 5450원의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또 “백내장 수술인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이 약관 제16조 제6항 4호가 정한 ‘안경, 콘텍트렌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 김태환 판사, 현대해상보험사 주장 기각하며 패소 판결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민사2단독 김태환 판사는 지난 8월 18일 현대해상화재보험(주)이 계약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현대해상보험의 청구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했다. (2020가단119637)

현대해상과 A씨 양측이 제시한 감정사항을 검토한 김태환 판사는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 백내장 소견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는 여부에 대해 “수술 전 시력이 저하돼 있고, 의무기록에 세극 등 현미경 검사상 백내장 소견이 확인되고 있고, 진단명에 백내장이 명시돼 있고, 증상이 침침함을 호소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백내장 소견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법원
법원

A씨의 백내장 질병 여부에 대해 김태환 판사는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으로 세극등 현미경 검사를 통해 백내장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진단방법인데, 피고에 대한 세극등 현미경 검사 사진상으로는 백내장 소견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보이기는 하나, 세극등 현미경을 통한 촬영결과는 조명 각도, 촬영 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가장 정확한 검사는 담당의사가 세극등 현미경을 통해 육안상 백내장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감정담당의사 역시 세극등 현미경 검사 사진상으로 백내장 소견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원고ㆍ피고의 감정사항 모두에서 진료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에게 백내장 소견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감정의견을 피력했다.

김태환 판사는 “원고가 지적하는 세극등 현미경 촬영결과나 안과 전문의들 사이의 관계 등의 사정만으로, 감정촉탁결과가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으로 현저히 잘못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에게는 약관이 정한 ‘질병’으로서 백내장 질환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를 뒤집기 부족하다”며 현대해상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해상보험사에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가입자들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과 관련한 면책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현대해상의 주장을 일축했다.

김태환 판사는 “백내장은 수정체에 혼탁이 생겨 시력저하가 발생하는 안구질환으로서 치료를 위한 수술적 처치는 백내장으로 기능을 못하는 환자 본인의 수정체를 제거한 후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므로 인공수정체(렌즈)의 사용이 필수적으로 보이는 점, 단초점 인공수정체의 경우에도 초점의 조절에 따라 ‘노안’ 또는 ‘근시’ 치료의 효과가 있어 시력교정의 효과가 단초점 렌즈의 경우에만 한정되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약관의 내용의 명백하지 않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고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김태환 판사는 특히 “약관의 내용의 명백하지 않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고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약관 제16조 6항 제4호의 문언만으로 백내장 수술과정에서 사용되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내지 삽입술이 ‘안경, 콘텍트렌즈’의 대체비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현대해상보험 약관 제16조(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제6항 제4호에는 ‘의치, 의수족, 의안, 안경, 콘텍트렌즈, 보청기, 보조기 등 진료재료의 구입 및 대체비용’은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태환 판사는 “피고의 시술이 백내장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것이 인정되는 이 사건에서 수술비 등은 약관에 따라 보험금 지급대상이 된다고 봐야 하는데, 단지 단초점 인공수정체가 아닌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통해 부수적으로 시력교정을 통한 삶의 질 개선효과가 발생했다고 하여, 이를 보상하지 않는 비용인 약관이 정한 ‘안경, 콘텍트렌즈’ 등 진료재료의 구입비용 및 대체비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태환 판사는 “이런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가 백내장 수술 이전에 다초점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는 사정이나,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로 인한 비용이 약관 제16조 제6항 제4호가 정한 면책대상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현대해상보험의 청구를 기각했다.

한편 현대해상보험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9월 1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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