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 발표 기자회견
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 발표 기자회견

[로리더]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25일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에서 발견된 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사례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뉴스타파,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로 구성된 공동취재단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 홀에서 “검찰 특정업무경비에 대한 검증은 사상 최초로 이뤄진 것이며, 극히 제한된 범위의 자료만이 검증 가능했는데도 심각한 유용사례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박중석 뉴스타파 탐사1팀장
박중석 뉴스타파 탐사1팀장,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의혹 개요를 설명한 박중석 뉴스타파 탐사 1팀장은 “8개월째 취재를 하며 행정소송을 통해 받은 예산공개 항목은 검찰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 세 가지이고, 지금까지는 주로 특수활동비에 대한 검증을 중점적으로 하면서 업무추진비도 몇 차례 했었다”면서 “이번에 특정업무경비는 처음 검증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중석 팀장은 “특정업무경비 검증이 늦었던 이유는 전체 67개 지방검찰청 중 3개 지청(충주지청, 천안지청, 고양지청)만 2023년도 자료까지 성실하게 제출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렇기에 이 3개 검찰청이 딱히 다른 곳보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만 법원 판결문 취지대로 자료를 제공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특정업무경비의 정의에 대해 설명한 함께하는시민행동 채연하 사무처장은 “직책에 있는 사람이 그 직책에 따라서 독특한 유형의,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들어가는 경비를 특정업무경비라고 한다”며 “검찰이라면 특정한 분야를 수사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의미하는데, 기밀을 요하는 수사가 있을 때는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특정업무경비는 기밀 수사를 제외한 수사활동에 들어가는 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돈”이라고 알렸다.

채연하 사무처장은 “(특수업무경비는) 2023년에 약 470억원 가량이었고, 올해(2024년)는 약 3.4%가 증액돼서 480억원이 넘는다”며 “검찰은 검찰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달리 직접 수사 분야가 더 많아졌기 때문에 특정업무경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취재한 바에 따르면 과연 특정 업무,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이었느냐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연하 사무처장은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면서 내린 예산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에 업무추진비로 쓸 수 있는 항목은 제외하고, 투명하게 집행해야 하므로 카드를 써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정해놓고 실제로 집행 계획을 마련해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며 “그런데 검찰은 각종 수사 내용이 기밀을 요구하기 때문에 제출하면 수사 활동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채연하 사무처장은 “2017년 당시 ‘돈봉투 만찬사건’으로 면직됐던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행정소송 판결문에서는 특정업무경비로 사용해선 안 되는 항목들도 기재부 예산집행지침보다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며 “부적정 사용예시로 업무추진비 및 축ㆍ조의금 용도 사용(간담회, 협의회, 회의 등)이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충주지청, 천안지청, 고양지청 등 3개 지청을 대상으로 검증한 내용은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가 발표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카드 영수증을 공개하면서 결제 시각, 음식점 상호 등을 가리고 공개하는 바람에 검증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래서 3개 지청도 일부 사례만 검증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그런데도 그 검증 가능했던 일부 사례에서도 심각한 세금 유용 사례가 드러났다”며 “수사나 감사, 압수수색 지원 등에 써야할 돈을 악질적인 수법으로 유용했다”고 강조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가령 회식비가 85만원이 나왔으면 45만원은 업무추진비 카드로, 나머지 40만원은 특정업무경비 카드로 결제하는 일종의 쪼개기 결제를 했다”며 “수사에 써야 할 특정업무경비로 회식비를 결제한 것은 세금 유용과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고, 수사에 쓰지 않은 돈을 쓴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면 허위 공문서 작성에도 해당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 수준의 행위”라고 말했다.

<파주의 장어요릿집에서 업무추진비ㆍ특정업무경비로 85만 2000원 결제한 고양지청>

하승수 공동대표가 고양지청의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사용 영수증 사본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하승수 공동대표가 고양지청의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사용 영수증 사본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은 검찰 인사발령이 난 다음 날인 2023년 2월 7일 파주시의 한 장어요릿집에서 ‘전입 검사들과 간담회’를 하며 총 회식비 85만 2000원을 사용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그런데 85만 2000원을 사용하면서 영수증을 두 개로 나눠 업무추진비로 45만 2000원, 특정업무경비로 40만원을 결제했다”고 밝혔다.

고양지청이 제출한 사용 내역에 먹칠이 돼있다.
고양지청이 제출한 사용 내역에 먹칠이 돼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사실 공개 받은 자료에는 영수증에 다 먹칠이 돼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를 같은 회식에서 사용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알 수 없도록 했다”며 “그런데 추적을 하다 보니 국민이 수사에 쓰라고 준 돈 중 40만원을 검사들이 비싼 장어집에서 회식하는데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공동취재단은 “같은 날, 같은 식당에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를 동시에 지출한 건이 3건 더 있었으나 카드 결제시각, 테이블 번호 등을 먹칠로 지운 탓에 동일한 식사 자리에서 사용된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업무추진비ㆍ특정업무경비로 고깃집에서 52만 8900원, 참치집에서 65만원 결제한 천안지청>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천안지청의 2023년 2월 7일 회식비 카드 영수증(공동취재단 제공)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천안지청의 2023년 2월 7일 회식비 카드 영수증(공동취재단 제공)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2023년 2월 7일 검찰청사 앞 고깃집에서 새로 온 전입 검사들과 ‘상반기 전입검사 만찬간담회’를 열어 30만원은 업무추진비로, 22만 8900원은 특정업무경비로 지출해 총 52만 8900원을 사용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다른 사례로는 2023년 1월 10일 천안지청장은 ‘음악 동호회’ 회원으로 있는 검찰 직원들과 천안시 모 참치집에서 ‘음악 동호회 간담회’ 명목으로 회식을 가졌다”며 “1인당 5만 5000원짜리 디너 정식 10개를 포함해 주류비로 15만원을 먹어 총 65만원의 비용이 나왔다”고 밝혔다.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천안지청의 2023년 1월 10일 카드 영수증
공동취재단이 입수한 천안지청의 2023년 1월 10일 카드 영수증

하승수 공동대표는 “취재단이 입수한 원본 영수증에는 65만원이 나왔는데, 검찰은 40만원을 업무추진비 카드로 영수증을 끊고, 나머지 25만원은 특정업무경비로 끊었다”며 “고양지청 사례와 똑같은 수법으로 특정업무경비를 유용했다”고 비판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다른 기관에서도 50만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할 때 쪼개기 결제를 하는 사례가 문제시됐지만, 검찰은 일반적인 쪼개기 결제가 아니다”라며 “수사에 써야 할 특정업무경비를 쪼개서 마치 수사에 쓴 것처럼, 어찌 보면 허위로 서류를 작성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왼쪽이 업무추진비로 지출된 영수증, 오른쪽이 특정업무경비로 지출된 영수증
왼쪽이 업무추진비로 지출된 영수증, 오른쪽이 특정업무경비로 지출된 영수증

공동취재단은 “(고양지청과 마찬가지로) 천안지청에서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가 지출됐지만, 카드 영수증의 결제시각과 테이블 번호가 가려져 있어 하나의 식사 자리를 가지고 두 번으로 나눠 결제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초밥뷔페와 쏘가리 매운탕ㆍ장어구이 집에서 14초ㆍ23초 차이로 두 번 결제한 충주지청>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에서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연이어 업무추진비 카드와 특정업무경비 카드가 결제된 사례가 발견됐다.

충주지청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14초차 결제 영수증
충주지청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14초차 결제 영수증

2021년 10월 15일 충주지검 충주지청장은 한 프렌차이즈 초밥뷔페에서 ‘민원팀 오찬 간담회’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카드로 20만원을 결제한 후 14초만에 다시 특정업무경비 카드로 30만원을 결제했다.

공동취재단은 2023년 3월 15일에는 충주지청 청사로부터 8km 떨어진 쏘가리 매운탕과 장어구이 전문 음식점에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가 거의 동시에 결제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알렸다.

충주지청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23초차 결제 영수증
충주지청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23초차 결제 영수증

‘청주지검 관내 월례회의 간담회’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카드로 38만 3000원이 결제되고 23초 뒤 같은 식당에서 특정업무경비로 24만3000원이 결제됐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이 특정업무경비 부분은 당연히 배임”이라며 “이 3개 지청에서 한날 한 식당에서 카드를 나눠서 결제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33건이나 나왔다”고 밝혔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이 33건 중 결제 시각과 음식을 먹은 테이블을 확인해서 명백한 업무추진비ㆍ특정업무경비 쪼개기 결제에 유용이라고 판단한 것이 7건 정도 된다”며 “나머지도 의심은 되지만 결제 시각을 가렸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처음에는 ‘왜 카드 영수증의 결제 시각을 가렸을까, 주말이나 심야에 써서 그런가’ 생각했지만, 이번에 드러난 사례로 보면, 특정업무경비 카드로 쪼개기 결제한 경우 결제 시각이 공개되면 업무추진비 영수증과 대조해서 금방 유용이 드러나기 쉽다”며 “그래서 그걸 염두에 두고 시각을 가린 게 아닐까 추정된다”고 전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오늘 밝힌 사례에 등장하는 지청장 중에는 아직도 현직에 있는 사람들은 특히 고위직에 있다”며 “정유미 전 천안지청장은 현재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을 맡고 있으며, 장동철 전 고양지청장은 현재 서울고검형사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중석 팀장은 “장동철 전 고양지청장은 해명하면서 ‘업무추진비의 한도가 부족하고 개인카드로 쓸 수가 없으니 특정업무경비 카드로 사용했다’며 ‘후배 검사들과 회식하면서 격려하는 것도 일종의 수사활동’이라는 주장을 펼쳤다”고 전했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이에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특정업무경비는 수사에 쓰라고 특별하게 배정된 돈”이라며 “회식이나 식사에 쓰려면 업무추진비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진임 소장은 “공동취재단이 찾아낸 것은 사실 빙산의 일각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검찰은 판결문에서도 당연히 공개하라고 했던 결제 시각과 상호를 다 가리고 공개하는 바람에 극히 일부 자료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진임 소장은 “감사원이 나서서 검찰의 특수업무경비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해야 한다”며 “업무상 배임이 있다면 확인하고, 회식비로 써놓고 특정업무경비를 수사에 쓴 것처럼 서류를 작성했는지, 허위 공문서 작성이 있는지 혐의가 드러난 건에 대해선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임 소장은 “만약 검찰이 스스로 수사하지 않겠다면, 특별검사를 임명해 특수활동비 수사 범위 외에 특정업무경비 유용 부분도 포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국민들은 오늘 발표한 3개 지청 외에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자료가 더 궁금할 텐데, 검찰은 공개를 지지부진하게 지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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