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사법부를 강타하고 있는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정열 법원공무원이 8일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의 반성을 촉구하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형사고발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법원행정처의 판사사찰, 블랙리스트 의혹 등으로 시작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특히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이 담긴 문건까지 불거지며 걷잡을 수 없는 사법부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이로 인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 법률가(법학교수, 변호사) 뿐만 아니라, 특히 법원공무원들도 ‘법원가족’을 이끌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전국의 일선 법원에서는 각 전체판사회의가 잇따라 열리고 있는데, 대체로 “수사의뢰 또는 형사고발” 의견이 우세하다.
그런데 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경력 25년 차 이상)들은 사법행정권 남용의혹과 관련한 임시회의를 열고 “대법원장 등이 형사 고발, 수사 의뢰, 수사촉구 등을 할 경우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법원의 꽃이라 불리는 ‘고등부장’(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사법농단’ 의혹에 관련된 법관들에 대한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박정열 법원공무원이 8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중앙 로비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는 박정열씨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 서울중앙지부 지부장을 맡고 있다.
박정열 서울중앙지부장은 “사상 초유의 사법농단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의 반성을 촉구하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형사고발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첫날 단식 농성장에는 법원본부 조석제 법원본부장, 정진두 사무처장, 우재선 법원본부 사법개혁위원장 등이 자리를 함께해줬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법원공무원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박정열 지부장의 농성자리 뒤 벽면에는 “서울고등 부장판사들의 자성을 촉구한다” ‘단식농성 1일차’라는 대자보를 붙이며, 근무하는 판사와 법원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청사에 드나드는 민원인들에게 단식농성 시작을 알렸다.
또 현장에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양승태 구속”,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련자 전원 형사처벌”, “무너진 사법신뢰 회복하라”, “사법부 블랙리스트, 기획조정실 기획법관제도 폐지하라”라는 문구가 담긴 피켓들이 놓여져 있다.
특히 “법관사찰 재판거래 / 법관의 가정사, 재산 사찰 / 정권의 관심사 기획재판 / 법원흥신소” 등의 문구가 담긴 표지판과 “이게 법원이냐! 부끄러워서 근무 못하겠다! 사법농단 몸통 양승태와 그 관련자들을 형사고발하라!!”라고 표지판이 눈길을 끈다.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은 출근길에서 “원칙적으로는 법원 내에서 해결하는 게 제일 중요한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 고발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냐’는 질문에는 “그런 뜻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며 검찰 고발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편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는 지난 5월 3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사법농단 몸통 양승태 그 관련자 형사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사법농단’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자괴감과 비참함을 느낀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날 법원본부는 조석제 법원본부장을 고발인으로 하는 고발장과 형사처벌을 촉구하는 조합원 3453명(법원공무원)의 서명부를 서울중앙지검에 함께 제출했다.
피고발인으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전 기조실장), 이규진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양형위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등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노회찬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지방법원장을 사찰 심부름꾼 삼아”
- 민변ㆍ참여연대, ‘사법농단 사태’ 유엔 특별보고관에 진정서 제출
- 민변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검찰 고발…관련 법관들 직무 배제”
- 한상희 “사법농단 양승태 협조 판사ㆍ대법관이 재판? 물러나야”
- 이덕우 변호사 “양승태가 대표하는 판사들, 사법부 망가뜨렸다”
- 김태욱 변호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핵심관련자 구속수사”
- 김득중 “사법농단 대법원,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슴에 칼 꽂는 사법살인”
- 조승현 “양승태 사법농단 판사들 법적처벌 받아야…화가 난다”
- ‘양승태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들 대법원 앞서 천막 시국농성
- “양승태 대법원장 체재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사법피해자 고발”
- 권영국 변호사 “양승태가 청와대에 재판 진상하고 법원 팔아넘겼다”
- 뿔난 법원노조 “양승태는 사법농단 자행 피의자, 반드시 단죄”
- 공무원노조 노정섭 “사법부 적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즉각 구속”
- [전문] 양승태 “청와대와 재판거래 없다…반대 법관 불이익 없다”
- 법원공무원들, 양승태 전 대법원장 포승줄 묶고 구속수사 촉구
- 법원본부 “사법부가 청와대 비서실로 전락…검찰에 양승태 고발”
- 법원공무원들 “만신창이 사법부,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발”
- 법원본부 “사법농단 몸통 양승태 전 대법원장 형사고발” 기자회견
- 뿔난 법원노조 항의에 면담한 김명수 대법원장 ‘양승태’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