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 현관 앞에서 14일 연좌시위를 벌인 법원공무원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사법농단 처리에 대해 법관 의견만 듣고 법원공무원을 대표할 수 있는 ‘법원본부’ 의견을 듣지 않은 것에 대한 강력한 항의에 결국 면담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깊은 고민에 빠져 장고 중인 김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관련자들을 형사고발해야 한다는 법원공무원 대표들의 항의와 요구사항에 경청할 뿐, 명확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법원공무원들은 법관사찰, 재판거래, 사법농단의 몸통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지목하며 이미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법원본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법원본부는 지난 11일부터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재판거래, 법관사찰, 사법농단 /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관련자를 형사처벌하라”고 촉구하는 집단단식농성과 집회를 이어왔다.

집단단식농성에는 조석제 법원본부장을 비롯한 법원본부 지도부와 전국공무원노조 김주업 위원장과 부위원장들도 동참했다.

법원공무원들을 대표하는 법원본부의 연일 계속되는 외침에도 대법원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반응이 없자, 법원본부가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14일 오전 “사법농단 양승태와 그 관련자의 형사처벌”에 대한 결단을 고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관들의 의견만을 듣고 판단하기 전 1만 법원공무원의 대표인 법원본부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대법원장 면담요청 공문을 발송했으며, 이날 오후 3시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이날 오후 2시 5분경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이 대법원 정문 옆 천막농성장을 방문했다.

김환수 비서실장은 “대법원장의 입장을 듣고 전달하는 것”이라면서 “단식하는 분들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했다. 또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장은 법원본부의 입장을 명확히 알고 있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직접 면담은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법원구성원으로 우리도 공식적으로 면담을 통해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강력히 요구했다

대법원 청사 현관 앞에서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조석제 법원본부장
대법원 청사 현관 앞에서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조석제 법원본부장

그럼에도 대법원은 2시 30분까지 답변이 없었다. 결국 조석제 법원본부장, 박정열 서울중앙지부장 등 법원본부 지도부와 김주업 공무원노조위원장 등 20여명은 대법원장과의 직접 면담을 위해 대법원 청사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대법원 청사 현관 앞에서 법원을 경비하는 방호원들이 가로 막았다.

진입에 가로 막히자 법원본부는 사법농단 처리에 대해 법관 의견만 듣고 법원공무원을 대표할 수 있는 법원본부 의견을 듣지 않은 것에 대해 강력 항의하며 오후 4시 50분 대법원 청사 현관 앞에서 연좌 농성에 돌입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면담에 응하라!”, 김주업 공무원노조위원장은 “양승태를 구속하라!”라는 피켓을 들었다. 다른 참여자들도 아래와 같은 문구가 적힌 피켓들을 들고 연좌시위를 벌였다.

“양승태 구속”

“양승태를 구속하라”

“사법적폐 청산하라!”

“양승태를 형사처벌하라”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련자 전원 형사처벌”

“기울어진 저울, 무너진 사법신뢰, 회복하라”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구성원과의 면담에 응하라!”

“법관사찰 재판거래, 양승태와 관련자를 형사처벌하라!”

“사법부 블랙리스트, 기획조정실 기획법관제도 폐지하라”

“근무하기 부끄럽다, 사법적폐 청산하고 양승태를 구속하라!”

“사법불신 재판불신, 부끄럽고 창피하다, 관련자를 처벌하라!”

대법원 현관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인지 40여분 뒤인 5시 30분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됐다. 법원본부 조합원 법원공무원들을 대표해 조석제 법원본부장과 박정열 서울중앙지부장이 면담을 위해 대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농성 참여자들은 “양승태를 구속하라, 투쟁”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려했다. 법원노조는 “우리의 의견은 사법농단 양승태와 그 관련자 형사처벌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석제 법원본부장과 박정열 서울중앙지부장이 면담을 위해 대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조석제 법원본부장과 박정열 서울중앙지부장이 면담을 위해 대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조석제 법원본부장과 박정열 지부장이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청사 안으로 들어가자, 참여자들은 면담 성사에 따라 곧바로 시위를 해제하고, 면담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대법원 정문 옆에 설치된 천막 농성장으로 이동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20분 정도의 면담 자리에서 조석제 법원본부장 등은 이번 사태에 대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고발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본부의 이야기를 경청할 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법원본부는 밝혔다.

법원공무원들은 천막 농성장에서 이날 오후 7시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재판거래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촉구하기 위한 법원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참여자들은 “촛불의 명령이다. 양승태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편 전국 22개 법원본부 소속 지부에서는 각급 법원에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몸통 양승태와 그 관련자들을 형사고발하라!” 현수막 게시와 각 법원 정문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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