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들 대법원 앞서 천막 시국농성
‘양승태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들 대법원 앞서 천막 시국농성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8.06.0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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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 등 사법부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희대미문의 대법원 사법농단을 규탄하는 법률가들이 대법원 앞에 천막을 치고 시국농성을 선언했다.

법을 다루고 고민하는 법학교수, 법학자, 변호사 등 법률가로 구성된 ‘대법원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 일동’은 5일 대법원 동문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동문 옆에 천막을 치고 시국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류하경 변호사가 진행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장을 역임한 권영국 변호사(경북노동인권센터장)는 여는 발언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민변 사법위원장을 역임한 이재화 변호사, 민변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 등도 참여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기자회견 중간 중간에 “사법거래 사법살인, 대법원이 책임져라”, “사법과오 인정하고, 국민 앞에 속죄하라”, “사법농단 재판거래, 양승태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선창하며 참석자들을 이끌었다.

또 조승현 방송통신대학교 교수가 사법농단 규탄발언을 하고,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장)가 재판거래 규탄 발언을 했다. 이덕우 변호사도 규탄발언에 참여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법원 규탄 및 사회적 해결책 제언’을 하고,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법률가 선언문을 낭독했다.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 시국농성단’에는 119명의 법률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시국농성에 돌입한 법률가들은 아래와 같이 요구했다.

1. 판사사찰, 재판거래 관련 대법원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1. 판사사찰, 재판거래 진상을 사회적 중립 기구로 철저히 규명하라!

1. 주범 양승태와 사법농단 관련자 전원을 구속 수사, 엄중 처벌하라!

1. 재판거래 대상 판결 피해자들의 피해를 원상 회복하라!

1. 범국민적 참여와 시민사회 주도로 사법부를 개혁하라!

이날 기자회견과 시국농성장 현장에서 만난 법률가들은 “사법부가 이 모양인데, 가만히 있으란 말이냐”, “오죽하면 이러겠느냐” 등 탄식했다.

법률가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역사상 유래 없는 사법농단 사태가 일어났다. (양승태 대법원장 체재의) 대법원이 책임을 망각하고 국민이 부여한 사법권력으로 국민을 농락했다”며 “재판을 정치권력과의 거래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양승태) 대법원은 자신들이 원하는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박근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재판결과를 내거나, 없는 재판을 만들어내는 시도까지 했다”며 “(상고법원 등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사찰하고 징계를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상고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역점 추진사업이었으나 결국 도입되지 못했다.

법률가들은 “국민은 절망과 분노에 빠졌다”며 “그래도 법원은 독립적이며 공정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정의를 세우는 주춧돌이라 믿어온 국민의 기대가 산산조각 났다”고 개탄했다.

또 “지난 군부독재 시절 법원이 권력의 폭압에 굴복해 그릇된 재판을 한 역사는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같이 법원이 제 이익을 위해 스스로 정권에 부역한 적은 없다”며 “그래서 이번 사법농단 사태는 과거 법원의 그 어떤 과오들과도 비교할 수 없이 가히 충격적”이라고 경악했다.

하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박근혜 정권과의 재판거래, 재판흥정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법률가들은 “특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법원이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한 재판들이 모두, 노동자ㆍ사회적 약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가장 마지막으로 법원에 기댄 사건들이기 때문”이라고 분노했다.

법률가들은 “KTX 비정규직 승무원들은 법률상 코레일의 정규직 지위에 있음을 확인받고자 소송을 해 1ㆍ2심 모두 이겼으나, 대법원이 이 사건을 (박근혜) 정권에 상납하는 카드로 씀으로써 최종 패소해 회사에 1인당 1억여 원의 빚까지 지게 됐다. 정신적 고통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명의 30대 노동자는 ‘빚만 남기고 떠나서 미안하다, 아가’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이라는 추상적 법리로 사용자의 체불임금채무를 탕감해줘 근로기준법 강행규정도 없는 셈 쳐버린 희대의 문제적 판결도 있었다. 콜텍 정리해고 사건에서는 법인 전체의 재무구조가 안정되었더라도, 일부 사업부문의 경영악화로 기업의 장래경영상 위기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정리해고도 정당하다고 했으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에서는 고등법원이 회사의 회계조작 사실을 명백히 인정해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었음에도 대법원은 추가 증거 없이 결과를 뒤집어버렸다. 이 판결이 준 충격으로 인해 그 전 25명에서 멈춰있던 죽음의 행렬이 다시 시작돼 4명의 노동자가 더 죽었다. 실로 사법살인이 아닐 수가 없다”고 대법원 판결을 질타했다.

이어 “그 외 철도노조파업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부인 판결 등 노동자가 피눈물을 쏟게 한 주요 사건들은 죄다 대법원이 정권에 갖다 바친 선물이었음이 드러났다”고 개탄했다.

법률가들은 “양승태 대법원장은 박정희 독재정권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청구를 받아들인 판사들에 대한 징계를 추진했으며,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소송에서 국가 배상책임을 제한하고, 대통령 긴급조치권 행사의 불법행위성을 부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은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해왔다’고 자평한 후 ‘부당하거나 지나친 국가배상을 제한하고’, ‘긴급조치 당시 상황과 정치적 함의를 충분히 고려하였다’고 내부 문서에 기록했다. 법원은,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독재정권의 폭력에 저항하다가 희생된 과거사 피해자들을 살아있는 현재 권력에 아부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사용함으로써 이들을 두 번 죽였다”고 사법살인의 목소리를 높였다.

법률가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이 (박근혜) 정권의 하수인이 됐다. 강요에 의한 굴복이 아닌 자발적ㆍ적극적 부역이기에 이는 조금도 감경될 수 없고, 오히려 가장 엄하게 가중처벌 되어야 할 역사범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우리 법률가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변호사로서, 독립성과 공정성을 내팽개쳐 버린 법원에서 재판을 할 수는 없다. 교수로서, 스스로 헌법과 법률을 부정하고 독립성을 포기해버린 법원이 권력과 유착하는 사회에서 법학을 연구하고 가르칠 이유가 없다”고 통탄했다.

법률가들은 “사안이 상당히 엄중하다. 법관 비리나 개별 재판의 문제와 같은 일상적 사건사고가 아니다. 따라서 논평과 고소ㆍ고발 등의 일반적 대응을 넘어서 국민에게 이 사태가 얼마나 중차대한 일인지 보다 강력하게 알려낼 필요가 있다. 피해 당사자들 외 국민 대다수는 이 사태가 어떻게 역사를 후퇴시켰는지, 그 피해의 규모와 향후 예방의 필요성에 대해 크게 절감하지 못할 수 있다. 사회적 파장은 지금보다는 더 커져야 한다”고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법률가들은 “그렇다면 사안의 엄중함을 누구보다 깊이 알고 있는 우리 법률가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법률가들이 행동함으로써 사회적 공론을 주도하고 토론의 장을 열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이 사법농단 사태를 부각시켜야 한다”고 시국농성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역설했다.

이에 대법원 동문 옆에서 법률가 시국농성을 선언했다. 법률가 시국농성은 피해당사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마련됐다.

법률가들은 “이 농성에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정책과 입법제안, 피해사례 증언, 그리고 변호사, 노무사, 교수, 법학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각성과 각오가 있을 것”이라며 “시대를 밝히는 지식인으로서의 책무를 되새기며, 그리고 법원에 대한 분노를 모아 법률가 시국농성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 시국농성단 119명 명단>

(학계) 고영남, 김경석, 김명연, 김선광, 김은진, 김재완, 김종서, 문병효, 박광수, 박민제, 박숙경, 박지현, 김소진, 송기춘, 신옥주, 엄순영, 여태명, 오동석, 윤애림, 윤현식, 이재승, 이호영, 이호중, 임재홍, 장덕조, 조승현, 최관호, 최정학, 한상희

(변호사) 강보경, 강영구, 곽예람, 구정모, 권두섭, 권영국, 김남주, 김도희, 김두현, 김병욱, 김상은, 김성진, 김세희, 김소리, 김영관, 김유정, 김인숙, 김종귀, 김종보, 김준우, 김지미, 김진형, 김차곤, 김태욱, 김하나, 김형규, 노종화, 류하경, 박다혜, 박현서, 서채완, 손명호, 손준호, 송봉준, 송영섭, 신선아, 신예지, 신인수, 신지현, 신하나, 심재섭, 심재환, 안지희, 안희철, 오민애, 오영중, 오현정, 우지연, 윤성봉, 윤지영, 이경재, 이덕우, 이두규, 이석, 이선민, 이용우, 이재화, 이종윤, 이종훈, 이종희, 이주희, 이지영, 이환춘, 임춘화, 장범식, 장석우, 장재원, 전민경, 정병민, 정병욱, 정소연, 정준영, 정치균, 조덕상, 조미연, 조민지, 조세화, 조아라, 조연민, 조영신, 조지훈, 조현주, 조혜진, 차승현, 천지선, 최석군, 최용문, 탁선호, 하주희, 하태승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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