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로리더] 이창온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월 15일 “(검찰개혁 관련)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개정하면서 전문 연구자와 실무가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것 같다”며 “개정된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의 이론적 토대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비판적”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정웅석)는 이날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국가 형사사법제도의 평가 및 개편 방향’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법무부, 국민권익위원회, 법제처, 한국법학원이 후원했다.

국가 형사사법제도의 평가 및 개편 방향 학술대회
국가 형사사법제도의 평가 및 개편 방향 학술대회

이날 학술대회 제2주제인 ‘개정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의 평가 및 향후 개정 방안’ 토론을 맡은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지난 몇 년 동안의 개정 과정에서 전공 연구자들의 범위를 넘어서서 정치적인, 대중적인 관심사가 됐다”며 “전문적인 법 분야가 이처럼 대중적 관심사가 되는 것은 굉장히 특이한 일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관심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가진 학문적이고 실무적인 전문성을 희석시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창온 교수는 “지난 몇 년간의 개정 과정을 돌이켜보면, 전문 연구자와 실무가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이 되지 못한 것 같다”며 “오히려 기득권의 한 축으로서 의도적인 배제의 대상으로 여겨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온 교수는 “형사소송법과 관련 조직법의 입법과 실무 분야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이 분야를 법학의 엄밀한 연구 대상이 아니라 정치공학의 대상으로 여기는 정치권과 사회의 선입견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선입견이 쉽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우리 사회에서 형사 분야는 대중들의 관념 속에서 뉴스미디어에 등장하는 소수의 정치적 사회적 화제를 통해 인식되고 자신이나 가족 공동체에 직결되는 문제로까지 인식되기가 쉽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창온 교수는 “이런 선입견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 보니, 각 이해관계 집단들이 단기적으로 자기 집단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입법례 일부만 차용할 것을 주장하거나, 선례가 없는 제도들을 실험작으로 도입하려고 해왔다”며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큰 틀에서 그들이 가진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창온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개정법 체계에서 비판점으로 첫째는 형사소송의 3대 이념인 실제진실의 발견을 통한 형사사법정의의 실현(실체진실주의), 적법절차의 이념의 실현(적정절차의 원리),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법의 원리(신속한 재판의 원칙)를 조화롭게 달성해야 하는데, 검찰 개혁이라는 관심사에 매몰돼 3대 이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또한 이창온 교수는 “둘째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형사 절차가 실패했다는 경우가 드러나고 있다”며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사건 처리는 2020년 기준 171만 5769명에서 2021년 기준 144만 2230명으로 급감했고, 2021년 고소 사건 숫자는 전년 대비 46%, 고발 사건은 21.1%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창온 교수는 “셋째는 실체진실 발견 이념의 저하가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온 교수는 “개정 형사법에서의 수사체계는 대륙법계 직권주의 형사사법체계 및 검찰, 경찰제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해체하고, 경찰의 수사재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며 “그런데 영미법계 체계처럼 완전한 재량을 누리고 있지 않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창온 교수는 “불완전한 상태의 보완수사요구와 재수사요청 제도는 검사가 수사절차에서 객관적 진실을 발견해 최종적으로 공소제기 결정이나 불기소처분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돼 있는 직권주의 수사체계 하에서는 본질적으로 부정합적”이라며 “체계적 부정합성은 다양한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온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개혁의 원인이 된 것 중에 상당수는 ‘봐주기 수사’로 대표되는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그렇다면 현재 체제에서 그것을 탈피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오히려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며 “경찰이 부실하게 수사해 불송치할 경우 검사가 그것을 뒤집어 엎을만한 인센티브도 없고, 물적ㆍ인적 자원도 부족한 상황이라 오히려 과거보다 문제되기 쉬운 구조로 짜여있다”고 역설했다.

이창온 교수는 “그럼에도 개정법의 취지를 뒷받침하는 첫 번째 근거는 권력적 모델에 따른 검찰권 견제론”이라며 “20년간 이어진 검찰 개혁 논의는 검찰의 중립성ㆍ독립성 강화와 검찰 처분의 공정성ㆍ적정성 통제 두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이창온 교수는 “그런데 최근의 논의들은 과거와 달리 검찰의 중립성ㆍ독립성 강화보다는 검찰 처분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명분으로 검찰권력을 제한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며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설치, 수사기소 분리 등은 검찰이 이해관계와 권력 유지 수단으로 권력을 이용한다는 비판적 관점과 전관예우 등 검찰에 대한 강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했다.

이창온 교수는 “두 번째로는 형사적 보호범위 축소론과 수사총량의 감소가 주장된다”며 “이 관점에서는 형사사법체계에서 형사적 보호의 범위를 축소함으로써 수사총량을 감소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왼쪽),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운데), 조균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왼쪽),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운데), 조균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

이창온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이런 시각에서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사건 처리 총량의 감소나 고소 접수건수의 감소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수사 총량의 감소는 정치적ㆍ행정적ㆍ사회적 관행과 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통해 달성되는 것이지, 존재하는 수사의 수요를 억지로 줄여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창온 교수는 “세 번째로는 피의자와 피고인의 인권보장 절대적 우선론을 내세우고, 이 점에서는 어느 정도 개정 취지에 동감한다”며 “이 관점에서는 이런 체제가 검사와 경찰 간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고 검사의 법치국가적 통제를 강화해 피의자와 피고인의 인권보장을 강화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동의했다.

특히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에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체제에서 피의자ㆍ피고인의 인권보장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기에 지금 체제가 들어서게 해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정 수사체제 전반이 가진 비효율성과 실체진실 저해의 측면을 모두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제2주제 ‘개정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의 평가 및 향후 개정 방안’
제2주제 ‘개정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의 평가 및 향후 개정 방안’

이창온 교수는 “기본적으로 우리 법체계가 대륙법적 직권주의 체제 하에서 조직법 일부를 바꿔서 끼워 넣는 것은 굉장한 무리”라며 “기본적으로 직권주의 법체계에서 공판 이전 강제 수사에서 수집된 증거를 통해 기소 결정을 하고, 공판에서는 수사절차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기록해 피고인이나 검사에게 유리할 수 있게 짜놨다. 장기적으로는 검사가 잘했든 못했든 상관 없이 자연적으로 우리 사법 체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는 김영훈 변협회장과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정웅석 회장의 개회사에 이어 한국법학원 이기수 원장, 이완규 법제처장, 이노공 법무부 차관, 박종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도읍 위원장(국민의힘)은 영상으로 축사를 보내왔다.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우측), 이노공 법무부차관 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우측), 이노공 법무부차관 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후 제1주제 ‘공수처의 바람직한 개혁 방안’에 대해 가천대학교 이근우 법학과 교수가 발표했고, 서강대학교 박용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은 변호사(법무법인 동민), 한국형사ㆍ법무정책연구원 김영중 부연구위원, 중앙일보 김민중 기자가 토론자로 나섰다.

제2주제 ‘개정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의 평가 및 향후 개정 방안’에 대해서는 허인석 변호사(법무법인 동인)가 발표했고, 이화여자대학교 이창온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부대학교 황무규 경찰행정학과 교수, 최창호 변호사(법무법인 정론), 한국형사ㆍ법무정책연구원 윤지영 본부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제1주제 ‘공수처의 바람직한 개혁 방안’
제1주제 ‘공수처의 바람직한 개혁 방안’

제1주제 좌장은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이태한 변호사, 제2주제 좌장은 이화여대 조균석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고, 폐회사는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정웅석 회장이 담당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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