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

[로리더] 가천대학교 법학과 이근우 교수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비우호적인 정권에서도 돌아가도록 법안을 만들었어야 했다”며 “그래도 기왕 만들어졌고,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니 어떻게든 살려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이날 오후 1시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국가 형사사법제도의 평가 및 개편 방향’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법무부, 국민권익위원회, 법제처, 한국법학원이 후원했다.

제1주제 ‘공수처의 바람직한 개혁 방안’
제1주제 ‘공수처의 바람직한 개혁 방안’

이날 학술대회 제1주제인 ‘공수처의 바람직한 개혁 방안’ 발표를 맡은 가천대 법학과 이근우 교수는 “공수처에 관해서 당연히 비난받을 부분이 많다”면서도 “부실한 부분도 많고, 내부 분란도 있어 언론이나 기사 댓글에서 공수처를 욕하는데, 지금 공수처에 있는 사람들이 다 독박을 쓰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근우 교수는 “공수처가 출범하면서 위세 좋고 당당한 기관인 줄 알고 갔더니 그렇지 않았다”며 “법을 만든 사람과 시민단체에서 AS를 했어야 되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근우 교수는 “예전부터 공수처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우호적인 정권에서는 검찰이 알아서 잘할 테니 쓸모가 없고, 비우호적인 정권에서도 돌아가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어야 했다”며 “그래도 기왕 만들어졌고,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니 어떻게든 살려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

이근우 교수는 “초기에 공수처가 만들어질 때, 마치 한국에 있는 최상위 수사기관, 옛날 무소불위의 대검 중수부처럼 오인됐다”며 “누가 그렇게 펌프질을 했는지, 사실은 반쪽짜리 수사권으로 통합적 수사권이 없는 일종의 (특정한 자에 관한 수사권만 있는)특사관 같은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근우 교수는 “공수처의 수사대상 범죄를 크게 나눠보면 뇌물죄 유형과 직권남용 범죄로 분류된다”며 “뇌물죄 수사의 경우 수뢰자와 증뢰자 혹은 전달자 사이에 분쟁이 나면 진술을 받아내거나 비공식적으로 어떤 첩보를 통해 증뢰자를 압박하는 방법 등 주변적 사실을 통한 입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협 부협회장 이태한 변호사,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

이근우 교수는 “반면 직권남용 범죄는 겉에서 보기에 완전히 합법적인 행정행위”라며 “대상자 본인이 직접 수행하지 않고, 하급자를 시켜 구체적이고 적법한 행정행위의 외형과 문서를 갖추고, 나중에 더 하급자로부터 그 문서를 바탕으로 행정처분이 나가게 된다”고 짚었다.

가천대 법학과 이근우 교수는 “이 배경과 관계, 부당한 지시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하위직 공무원일텐데, 그 사람들을 수사하지 못한다면 그 윗사람도 못 한다”며 “물론 권력이 떨어지면 진술하겠지만, 그걸 기다리지 않고 현직일 때 수사하자고 만든 것이 공수처법”이라고 말했다.

이근우 교수는 “서슬 퍼런 현직 고위공직자의 부하를 잡아와서 진술을 받아낼 방법을 주지 않으면 애초에 불가능한 수사다”라며 “적대적 정치 상황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을 수사할 권한을 줘야지, 그걸 안 주고 공수처가 수사를 못 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근우 교수는 “공수처가 힘없다는 소문이 다 났는데, 공수처 불려가는 사람들이 위축감이라도 느끼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

이근우 교수는 “한편 피고인의 적극적 범행 은폐에 대한 벌칙 규정도 고민해야 한다”며 “범인이 자기를 보호할 권리가 있는 것은 책임 조각 사유지, 권리가 있으면 그걸 옹호해야 하고, 건드리면 안 되는 거지만, 범인이 자기 범행을 은폐하는 것은 권리로서가 아니라 굳이 그걸 벌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근우 교수는 “범인의 자기 보호권이 적극적 권리면 그 권리 행사를 도와준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이상한 논리”라며 “그래서 형법과 균형을 맞춰서 스스로 본인의 증거를 파괴한 것은 몰라도 타인을 이용해 파괴한 것은 처벌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소개했다.

이근우 교수는 “공직자는 문서에 관해서 의도적으로, 범행 은폐를 목적으로 파괴했으면 문서 손상을 넘어선 특수한 범죄로 처벌할 수 있어야 하고, 그걸 매개로 하위직 공무원들도 직접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

가천대 법학과 이근우 교수는 “최근 실제 사례로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국방부 장관의 수사결과, 이첩 보류 지시 사건은 공수처 수사력 강화에도 매우 다양한 시사점을 준다”며 “겉으로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것 같지만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근우 교수는 “극단적으로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피의자 조사 이틀 전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면 구속 기간 중 피해자 조사를 못 하는 것”이라며 “군 영창에 간 수사단장을 공수처가 뭐로 꺼내 오느냐. 인신보호법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교도소에는 적용이 안 된다. 이런 사소한 것조차 없는 공수처를 만들어 둘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이근우 교수는 “수사인력 강화는 불가능할 것. 누구도 수사인력 강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법안이 통과될 때는 민주당 등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지만, 공수처 자체가 주로 시민단체의 주도로 성안된 제도여서 언제나 그 당시의 집권층이나 넓은 의미의 기득권자들에게 늘 마땅찮은 제도이고, 권력의 향배에 따라 언제든 자신들을 겨눌 칼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

이근우 교수는 “이럴 바에는 역발상으로 공수처의 수사ㆍ기소 대상자 범위를 판사, 검사, 고위직 경찰, 군과 교정시설의 고위 간부 등 폐쇄 집단이고 정보가 잘 안 드러나는 집단을 건드리자”며 “대신 공수처법에 나열된 고위공직자들은 재직 중에는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규정을 두면 재지 후 다음 정권에서 잘 잡아들일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가천대 법학과 이근우 교수는 “반면, 법원ㆍ검찰 등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내외부 통제 제도를 섬세하게 가다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지금도 각종의 위원회가 설치돼 있지만, ‘해당 기관의 장이 위촉하는 학식과 덕망 있는 자’ 정도로는 외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근우 교수는 “회의 전에 기밀이라고 자료도 제대로 안 주고, 회의장에 가야 자료 몇 장 읽는 것이 위원회냐”며 “강제적으로 국회가 하든, 대한변협이나 지방변호사회가 하든 고정적으로 내부 고발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 한두 명은 법으로 강제로 집어넣어야 회의ㆍ서류를 통해 장난을 못 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김영훈 변호사(오른쪽), 이노공 법무부 차관(가운데), 박종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장(왼쪽)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김영훈 변호사(오른쪽), 이노공 법무부 차관(가운데), 박종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장(왼쪽)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는 김영훈 변협회장과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정웅석 회장의 개회사에 이어 한국법학원 이기수 원장, 이완규 법제처장, 이노공 법무부 차관, 박종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도읍 위원장(국민의힘)은 영상으로 축사를 보내왔다.

이후 제1주제 ‘공수처의 바람직한 개혁 방안’에 대해 가천대학교 이근우 법학과 교수가 발표했고, 서강대학교 박용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은 변호사(법무법인 동민), 한국형사ㆍ법무정책연구원 김영중 부연구위원, 중앙일보 김민중 기자가 토론자로 나섰다.

제2주제 ‘개정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의 평가 및 향후 개정 방안’에 대해서는 허인석 변호사(법무법인 동인)가 발표했고, 이화여자대학교 이창온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부대학교 황무규 경찰행정학과 교수, 최창호 변호사(법무법인 정론), 한국형사ㆍ법무정책연구원 윤지영 본부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제2주제 ‘개정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의 평가 및 향후 개정 방안’
제2주제 ‘개정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의 평가 및 향후 개정 방안’

제1주제 좌장은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이태한 변호사, 제2주제 좌장은 이화여대 조균석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고, 폐회사는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정웅석 회장이 담당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