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

[로리더]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인천 검단 안단테(시공 GS건설)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한 국회토론회에서 ▲건설현장에서 숙련공 부족 문제와 ▲건설사의 공사 기간 단축 압박이 원인이라며 “적정한 공사 기간을 설계ㆍ조정하는 것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8월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건축현장 건설노동자 2511명이 응답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도급’ 구조로 인해 중노동에 비해 낮은 임금수준이 형성돼 ▶숙련공 양성이 힘들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한편으로는 건설노동자 중 89.4%가 ‘건설사로부터 공기 단축에 대한 압박을 강요받고 있다’고 응답했다며 “발주자가 적정 공사기간 설계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재희 실장은 “(건설현장이) 전단보강근이고 뭐고, 일단 철근을 올려놓고 부어놓은 콘크리트만 안 터지면 그만이라는 식”이라며 “현장 노동자들은 ‘숙련도와 관계 없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하루 10시간 이상 장시간 중노동에 몰아넣고 건물만 올리면 그만인 대한민국에서 무량판 구조는 안 될 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과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8월 9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현장 노동자가 말하다’ 긴급토톤회를 개최했다.

2023년 4월 29일 밤 11시 30분경 검단신도시 안단테(발주 LH, 시공 GS건설) 현장 2공구 쪽 지하주차장 지하 1ㆍ2층 지붕층이 붕괴 무너져 내렸다. 이 아파트는 1666세대 대단지다. 5월 2일 원희룡 국토부장관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현장을 방문했다. 6월 17일 주민 설명회가 개최되고, 관련 책임자 사과가 있었다. 7월 5일 국토부 사고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이 사고는 철근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아 붕괴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철근이 없는 즉 닭뼈가 없는 ‘순살 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7월 5일 GS건설은 사과와 함께 안단테 아파트의 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까지 ‘전면 재시공’ 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조재경 강사(왼쪽),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오른쪽)
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조재경 강사(왼쪽),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오른쪽)

이 자리에서 정책제언으로 나선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현장 감리를 했던 사람이 ‘공사 기간이 너무 촉박해서 실태를 다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며 “공사 기간이 얼마나 촉박한지, 노동시간 문제는 어떤지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전재희 실장은 “현 건설노조의 전신인 건설산업연맹에서 1999년에 진행한 조사에서는 건설노동자가 주당 평균 68.9시간, 거의 70시간을 일했다”며 “2021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건설노조 공동 조사에서도 지상층 ‘알폼’ 노동자들은 일 평균 9.65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알폼’은 알루미늄 폼(aluminum foam)을 뜻하는 말로 골조공사에서 중요한 자재인 거푸집의 한 종류다.

특히 그는 “알폼 현장은 90% 이상을 이주노동자가 하고 있다”며 “한국인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9.06시간인데 반해 이주노동자는 중국인 9.48시간, 베트남인 10.28시간으로 더 길다”고 설명했다.

전재희 실장은 “윤석열 정권 이후 노동시간이 매우 늘어났다고 등답한 비율이 21.3%, 늘어났다고 응답한 비율 35.3%로 총 56.6%”라며 “정권이 들어선 이후 주 69시간제 언급과 노조 활동 배제 같은 영향으로 노동시간이 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다”고 진단했다.

전재희 실장은 “노동안전보건 상태 역시 매우 위험해졌다는 응답 33.2%, 위험해졌다는 응답은 31.6%로 나타나고, 이주노동자 역시 매우 늘어났다는 응답 60.1%, 늘어났다는 응답 24.6%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또 전재희 실장은 “지하구간 현장에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대비 나머지 노동자가 7:3에서 8:2 정도로 나타나는 한편, 지상구간에서는 10:0에서 9:1 정도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이런 것들이 결국 산업재해와 부실시공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조재경 강사(왼쪽),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오른쪽)
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조재경 강사(왼쪽),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오른쪽)

전재희 실장은 토론회 자료집에서 “건설사는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무량판 구조를 선호하고, 건설현장엔 복잡한 시공을 담보할 숙련공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장시간 중노동을 할 사람들만 선호해 인건비 경쟁에 치닫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재희 실장은 “노동자에게 불리하고 건설사에게 유리한 도급 구조는 인건비 경쟁과 맞물려 노동조건을 후퇴시킨다”며 “이를테면, 100만원짜리를 10만원씩 10명에게 주면 남는 것이 없지만, 9만원씩 10명에게 주면 10만원을 남길 수 있는데, 이게 바로 도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급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남겨 먹을 수 있는 돈은 많아지고, 노동자의 몫은 줄어든다”며 “당장 하루 먹고살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위에서 얼마를 남겨 먹든 저임금, 장시간, 중노동이라도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전재희 실장은 “건설현장 채용질서를 바로잡아 공정하고 안전한 노동조건을 만드는 길은 건설사가 인건비 경쟁이 아니라 품질 경쟁에 나서는 것”이라며 “어떻게든 도급의 고리를 끊어내고, 견실한 시공 기술을 보유할수록, 우수한 기능공과 시설을 확보할수록 수주 경쟁에서 유리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재희 실장은 검단 안단테(GS건설 시공) 아파트와 같은 무량판 구조에 대한 문제도 짚었다.

전재희 실장은 “무량판 시공 현장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무량판구조는 복잡하고 어려우므로 적정 공사 기간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속도전을 강요받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며 “그 외에는 ‘동바리(타설된 콘크리트가 소정의 강도를 얻기까지 고정하중 및 시공하중을 지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가설 부재), 지지대 조기 해체가 빈번하다’는 응답과 ‘시공이 복잡한 데 반해 숙련공은 모자라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전재희 실장은 “이번 설문에는 참여한 사람들은 형틀목수, 철근 등 골조 부분 노동자들인데, 이들 중 대부분(97.5%)는 해당 직종에 숙련도가 필요하며, 숙련공이 되려면 3년에서 5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며 “무엇보다 숙련공일 경우 부실시공 목격시 지적, 개선할 수 있다는 응답이 우세했다”고 전했다.

그는 “설문에 응답한 숙련공 중 단 20% 정도만 부실시공을 지적, 개선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며 “65.3%의 숙련공이 실제로 일하다가 부실시공을 지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뒷받침했다.

전재희 실장은 건설사가 숙련공을 양성하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책도 언급했다.

전재희 실장은 “설문으로 건설사의 숙련공 양성을 유도하기위해 필요한 정책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숙련공 보유 시 시공능력평가 우대’에 가장 많이 응답했다”며 “이건 실제 국토교통부가 내놨던 정책에도 포함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재희 실장은 “국토부는 ‘건설근로자의 기능등급 구분ㆍ관리 기준’을 제정하고, 2021년 5월 27일부터 ‘건설근로자 기능등급제도’를 본격 시행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추진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설근로자 기능등급제도는 건설근로자의 객관적으로 검증된 이력을 종합적으로 산정한 환산경력을 기준으로 초ㆍ중ㆍ고ㆍ특급의 4단계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객관적으로 검증된 현장 근무경력과 건설근로자가 보유한 자격, 교육, 포상이력을 종합해 환산경력을 산정하고, 환산경력을 기준으로 3년 미만은 초급, 3년 이상 9년 미만은 중급, 9년 이상 21년 미만은 고급, 21년 이상은 특급 기능등급을 부여한다.

전재희 실장은 건설노동자들이 받는 속도전과 ‘빨리빨리’ 압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전재희 실장은 “속도전을 강요받는다는 응답이 89.4%에 달한다”면서 “오히려 현장의 공사기간이 촉박해 지금보다 30% 정도 늦춰야 한다는 답변이 31.2%, 50% 늦춰야 한다는 응답이 19.0%였다”고 밝혔다.

전재희 실장은 “법적으로도 건설기술진흥법 제45조의 2에 따르면 공사 발주자는 적정 공사기간을 산정할 의무가 있다”며 “(검단 안단테 아파트) LH현장도 공공공사 현장이었기 때문에 관련한 법을 준수했어야 했는데 잘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재희 실장은 “아파트 공사 기간을 보통 3년 정도로 잡는데, 지반암이 나온다거나 자재 가격 파동이 있다거나 하는 변수가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 발주자가 적정한 공사 기간을 설계하고 조정하게끔 하는 것이 의무화되거나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 건설노조 강한수 노동안전보건위원장, 김봉현 레미콘 노동자, 한경진 철근노동자, 검단 안단테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입주예정자협회 정혜민 회장, 함경식 건설안전기술사, 건설근로자공제회 경영전략본부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 ㈔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경기건설기능교육원 조재경 전임강사,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 한국건설안전학회 안홍석 학회장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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